공무원노조의 시금고 성명서 발표 ‘유감’

2008-11-17     강찬호

기자의눈> 공무원노조, 공직사회 개혁과 조합원 운동 양날의 칼로 가야.

전국민주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가 17일 성명서를 통해 시금고 선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그동안 시금고 선정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한 신중함은 성명서 발표에도 이어졌다.

이날 발표한 공무원노조의 성명서는 시금고 선정 방식에 대해 행안부의 배점 적용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금고 운영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시에 더 많은 기부액을 제시하고서도 그 금융기관이 선정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존에 금고를 운영해 왔고 향후 금고 운영자로 선정된 농협에 대한 우회적인 평가이자 비판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공무원노조는 농협이 그 동안 수의계약으로 시금고를 운영해 오면서 이익을 누렸고, 올해 공개경쟁으로 변경되면서 그러한 이익의 일부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기업은행보다 적은 시 기부액으로 선정되는 혜택을 누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공무원노조는 사회적 환원을 많이 하는 금융기관이 ‘사회적 공공성’ 차원에서 선정되는 합리적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공무원노조의 주장은 어떠한 설득력을 지닐까. 기존 시금고 운영자인 농협에 대해서 공무원 노조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시금고 주거래 대상자는 시이지만, 시 공무원들 역시 시금고 이용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시금고에 대해 금융서비스 차원에서 이용자로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금고는 시 공무원들의 이용 서비스가 주가 될 수 없는 사항이다. 시라고 하는 행정당국과 금융기관의 거래관계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금고 선정에 대한 기준에는 금융기관으로서 신뢰성 문제, 시에 대한 금융거래의 편익 문제가 우선 사항으로 평가된다.

시 ‘공무원들’의 이용이나 지역 주민들의 이용편의성 그리고 지역에 대한 사회적 기여는 부가적인 사항이고 그 정도에서 배점을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을 주장하고 시에 대한 기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당국과 금융기관의 거래관계는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어 시에 대한 기부액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농협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의 논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과 측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시장에 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유보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매우 신중하고 유보적인 입장이다. 공무원노조가 그동안 보여 온 행보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노조가 개입해서 시장을 흔들거나 자칫 공무원들에게 여파가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행보다. 그러나 이런 노조의 행보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이나 측근의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결과를 우선시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한 반면 시금고 선정의 집계 오류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자체 조사 결과 조작이 아닌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공무원들 특히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혹시나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을까하는 조합원 보호의 접근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 개혁을 최우선으로 공무원 노동 운동의 기치를 내걸었다. 일반노조와 달리 공무원노조는 공공부문이라고 하는 특수성과 이중성이 존재한다. 물론 공무원노조도 조합원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그러나 공직사회 개혁이라고 하는 사회적 기대와 함께 조합원들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다면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을 수 있다. 시민들이 공공부문에 대해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면 공직사회 개혁의 잣대가 지금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