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가리대주민들, ‘애국가’로 시작해 ‘나의 살던 고향’으로 마무리.

2009-03-19     강찬호

가리대주민들, ‘선(先) 개발 청사진, 후(後) 공사’&시장, 몰라줘 ‘섭섭하다’



▲ 시장과 주민들의 대립이 격해지자 심중식 의장과 정보과 형사가 이 시장을 만류하고 있다.

2009년 3월19일 오전 11시. 가리대 주민들 200여명이 시청 앞으로 몰려들었다. 외견상 가리대 주민들은 뿔이 많이 난 모습이다. 가리대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집회를 가졌다. 그리고 요구했다. “우리가 언제 부동산에 땅 팔아 달라고 했나. 터널 뚫어 달라고 했나. 왜 가만히 있는데 건드리나.” “우리 힘으로 재산 지키자. 도로확장, 터널공사 반대한다.” “공청회 없는 밀실행정 원천 무효다.”

이날 주민들의 시청 앞 집회는 시장과의 면담일정과 함께 잡혀있었다. 그러나 면담 방식은 통상적인 방식, 즉 집회 도중에 주민대표들이 시장실에 들어가서 시장과 면담을 하고 나오는 것과 달랐다. 이효선 시장이 직접 주민들이 있는 시청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추운데 안에서 이야기하자’며 참석 주민 전원을 시청 대회의실로 불러 들였다. 



▲ 가리대 주민들은 분노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런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

이어 시장과 대화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가리대 마을 개발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제시한 후에 도로와 터널 공사를 해야 한다며 터널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그동안 취락지구 해제이후에도 건축물에 대한 증개축이 허용되지 않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가리대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마을을 두 동강이 낸다며 우회로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도로확장이나 터널 공사 그리고 가리대마을 개발계획에 대한 공청회도 없었다며 시 행정 절차를 문제 삼기도 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시장은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미 2004년도부터 가리대 중앙에 도로가 났고, 지금은 도로 폭을 5미터 확장만 하는 것인데 마을을 두 동강이 낸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시장은 환지방식의 저밀도 개발을 하는 것이 개인적 소신이지만, 주민들이 원하지 않아 아파트를 짓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가면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알아주지 않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 이효선 시장은 이례적으로 주민들을 청사 안으로 불러들였다. 당초 어떤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시장은 도로를 내고 터널을 뚫는 것은 가리대 주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시장에게 욕을 하건 내년 선거에서 찍지 않던 그것은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취락지구해제이후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던 문제나, 선출직 정치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 수’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다. 집단민원인들을 시 청사로 불러들여 대화의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주민들이 건의하고 시장이 답변하면서 적정선에서 자리가 마무리되었다면 이 자리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시장의 답변이 끝날 즈음 주민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언성이 나오기도 하고, 술렁거리면서 결국 다시 집단적 언쟁으로 번졌다. 상황이 꼬여들면서 시장은 대회의실을 빠져 나갔고, 주민들은 시장을 에워싸기도 하고 쫓으면서 시청사 건물 중앙문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상황은 극한 갈등상태로 확산됐다. 반말이 오고가기도 하고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주민들 중에 한 명은 공무원들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졌고, 그 신발은 시 모국장의 얼굴에 맞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한 동안 지속되었다. 주민들은 1시간여 대치를 한 후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르며 해산했다. 이날 집회는 애국가로 시작해 ‘나의 살던 고향’으로 끝났다. 



▲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민 한 명과 시장이 대치하며 말을 주고 받는다.

주민들의 요구는 중첩되어 있다. 인근 택지개발에 따라 가리대 마을을 관통하는 6차선 도로와 구름산터널이 뚫린다. 이에 따라 도로부지 보상 문제가 등장한다. 적정가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나뉜다. 도로 확장에 따른 소음대책으로 방음벽 문제가 등장한다. 주민들은 방음벽이 마을을 나누고 교도소처럼 차폐하게 된다며 반대한다. 터널구간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경사로 설치구간을 두고도 일부 주민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가리대마을 전반의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시에 청사진을 요구한다. 마을의 보존과 함께 개발의 요구가 겹친다. 그리고 곳곳에 보상의 득실이 잠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광역도로계획 추진의 불가피성을 토로한다. 또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추진해야 할 도시개발계획에 대해 시 나름대로 용역을 추진하면서 안을 마련하고 있고 제도개선을 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성에 안 찬다’며 시에 막무가내식 요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주민들과 행정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접점이 마련될 수도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 행정의 득실과 주민들의 득실이 일치하지 않아서일까. 시장은 일부 주민들이 나서서 선동하고 있다고 ‘혀’를 찾고, 주민들은 똘똘 뭉쳐 외치고 있는데 시장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