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장 설치, ‘제 논에 물대기식’ 추경 심의

2009-03-24     강찬호

복지건설위, 6억4천만원 씨름장 설치 예산...설치 타당성은 없고 무조건 당위성만 주장. 



▲ 시가 실내체육과 야외에 설치하는 야외공연장(공사 가림막 왼쪽)과 인접해 별도로 추진하는 실내씨름장 설치 부지( 정면 공터).

150회 임시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졸속 심의가 우려되는 부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심지어 ‘제 논에 물대기식’의 노골적인 심의도 진행된다. 의원들 간에 동문서답은 점입가경이다.

23일 복지건설위원회. 시는 6억4천만원의 예산으로 실내체육관 야외에 150석 규모의 실내씨름장을 조성하는 예산안을 편성하고 심의를 요청했다.

심의 과정을 들여다보자. 먼저 손인암 의원은 “경기가 어려운데 씨름장이 필요하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조미수 의원도 “씨름선수 인프라가 있는가, 왜 ‘난데없이’ 씨름장 설치인가. 씨름장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시의 답변이다. 시는 설치의 이유로 지난 실내체육관 리모델링 공사에 씨름장을 설치하는 계획이 기 반영되었다고 언급했다. 또 민속고유의 경기라며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실내체육관 리모델링 공사는 계획만 섰지 진행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 씨름장만 부활해서 이번 추경에 등장했다. 그렇다면 ‘설치타당성’에 대한 언급은 있었나. 없다. 씨름이 민속경기라는 주장만 잠시 언급됐다. 씨름 선수 인프라가 얼마나 있는지, 연중 얼마나 많은 인원이 이용할 것인지, 지역의 구체적인 요구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책적 언급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설치 타당성은 빠진 채 당위적인 요구와 예산액만 편성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씨름협회장을 지낸 김동철 의원은 "현재 시가 추진하는 150석 규모의 씨름장으로는 전국 행사를 치를 수 없다. 지금 장난감을 짓는 것이냐."며 집행부를 질타했다. 동문서답에 제 논에 물대기식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의원은 사업의 타당성 내지 시기의 적절성을 묻는 반면, 어느 의원은 공공연하게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한다며 노골적인 주장을 폈다. 보다 못한 조미수 의원은 김동철 의원을 향해 “전 씨름협회장으로서 (씨름장 설치를) 두둔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 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압박용 발언도 등장했다. 김동철 의원은 공무원들이 아직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는데 시가 씨름장 터를 확보하고, 그곳에 서 있었던 나무를 이미 이식했다며 무조건 일을 벌이고 예산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식이라며 공무원들의 일 추진 방식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씨름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장이 아니다. 150석 규모를 4,5백석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공무원들에 대한 압박성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