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간

기호신의 사진과 시의 만남

2013-01-15     기호신

시 간

                                                  기 호신

태연한 얼굴
변치 않는 식성으로 모든 걸 먹어치우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림자로 달라붙어
어깨 감싸 안고 끌어 내린다
어둠의 터널 속으로
높이 걸었던 꿈
재생할 수 없는 폐지로
뒷방에 가둬버리고
물기 가득 머금어 싱싱하게 퍼덕이던 어깨
메마른 바람 들어 푸석하다
하나로 전부이던 불꽃은
잔불도 기력을 잃어
온기 불어 넣어도 기척이 없다
뜨거운 가슴으로 밥숟가락을 나누던 친구는
펄럭이는 지폐에 웃음을 팔고 있다
모든 걸 되돌릴 수 없는 사막으로 몰고 가는 너
아무리 떨쳐 내려 안간힘 써 봐도 놓아 주질 않는 너
젊은 날 노랫가락에 취해 정신 줄 팽개치고
제 몸 썩어가는 줄 모를 때도 아무 말 해주지 않던 너
삭아가는 눈 뜨고
파도에 맡겨 논 몸 추스르려 안간힘 써 봐도
이미 지워진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 구나
너무 오랜 시간 한끼 밥줄에 매달려
목마름을 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