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감정의 끝판왕을 보다’

[기자의눈] 래미안자이 출입문 폐쇄 그리고 ‘아파트 이기주의와 학생들의 교육권

2017-07-22     강찬호 기자

그 때가 언제인가? 아파트 출입문이 통제됐다. 안전을 이유로, 소음을 이유로, 아파트 거주민의 거주권 보호를 이유로 그랬다.

아파트 단지 길을 통해 학교를 통학했던 이웃의 학생들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지 못하고, 먼 길을 돌아 학교로 가야만 했다. 좀 더 쉽게, 가깝게 갈 수 있는 그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아이들의 처지가 딱하다며 이웃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혹여 돌아가는 그 길이 아이들에게 안전할까 걱정도 했다. 아파트 인도와 차도변 인도의 위험요인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길을 갈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런 걱정은 일면 타당할 수 있다.

학교에 좀 더 쉽게 그리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보행권과 교육권을 어른들의 잣대로 제약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어른들이 취해야 할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아파트 출입문을 막는 것에 대해 해당 아파트의 또 어떤 주민들은 의사결정자들의 행태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어떤 아파트단지들은 이웃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통제는 거주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아파트 가격을 높이는 ‘옵션’으로 ‘재산보호’의 기대와도 맞물려 있기도 했다. 대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아파트 잠금장치를 통해 해당 입주민들의 출입만 허용하는 경우이다.

아파트 단지 주민의 이해관계와 이를 바라보는 밖의 시선이 다를 수 있다. ‘자기들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아닌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허용과 포용은 옛 말이 되어 버린 것인가’ 하는 아파트 단지 담벼락 밖 이웃들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이다. 시대상의 한 단면이다.

그렇게 몇 년 전 일은 기억의 저편에 놓여 있다. 핸드폰이 울렸다. 7월21일. 보다 못해 화가 나서 전화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내용인 즉 이렇다. 철산한신아파트 주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학부모여서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켜보기가 딱했다고 한다. 레미안자이 아파트에서 출입문 한 곳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철산주공12,13단지 학생들이 래미안자이 출입문을 통해 단지 길을 통과해 학교 후문으로 통학하는데, 그 문을 이날부터 막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우루루 우회 길로 돌아가는 모습에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라고 한다. 전날에 출입문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부착된 것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아파트 감정의 ‘끝판왕’이다. 누구를 중심에 둔 결정인가. 아이들을 중심에 둔 것이라면 이렇게 하겠는가. 아파트 단지들끼리 엄마들 감정만 안 좋아질 것이고, 그런 감정들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지 않겠는가?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것인지, 어른들이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다.”

그리고 출입문 통제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를 통행하는 것에 대해 아파트 주거 환경 등 이유를 대겠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철산중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학교 배정이 근거리 배정과 거주기간을 반영해 후순위가 결정된다. 근거리 배정기준만 적용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 외 다른 배정 기준으로 이곳의 학생들이 다른 곳의 학교로 갈 수도 있고, 다른 곳에 학생들이 이 학교로 올 수도 있다.

집 가까이 학교로 학생들이 가면 좋겠지만, 현행 제도는 중학교 수급조절 차원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통학의 거리를 넓혀 놓았다. 그런 이유로 철산12,13단지 학생들이 철산중학교로 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철산중에 보내고자 하는 자신들의 기회를 뺏거나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래미안자이가 학생들 출입을 막으며 내건 현수막의 문구는 이렇다.

‘철산중학교 근거리배정 유지하라’
7월21일부터 통학로전면폐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