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오르며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

거리 기획 사진전 열려

2017-10-20     신성은

 

 

우리 동네에 보물이 있다면...! 우리 삶에는 보물이 담겨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때도 그 보물은 내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콘크리트에 숨 막혀 사는 우리 시대에 여전히 동네에서 보물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20일 광명시 철산4동에는 <철산 4동에 살다>라는 기획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사진전은 철산 4동 사람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전부터 윗동네, 산동네, 달동네로 불리던 동네의 이야기이다. 높다란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한숨 쉬어 가야 하고, 한숨 쉬면서 이웃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다. 정이 살아있고, 이웃이 살아있고, 나눔이 살아있는 동네이다.

 철산 4동에는 높다란 벽돌담으로 막혀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대신, 옥수수 줄기 사이로 넘나드는 사랑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곳의 사람들은 재개발 지역으로 낡아만 가는 벽을 손수 페인트를 칠하며 화사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철산4동에 사는 주민들이 “사동이네 모임”을 만들었다. 지역의 사랑방이자, 교육기관이자,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넝쿨어린이도서관에서 만난 이웃들이 사진작가 김문경 작가와 함께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었다. 사진에는 철산4동과 그 안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따뜻함이 묻어나 있다.

철산4동의 높다란 언덕을 오르면 등줄기에서 한줄기 땀이 흐른다. 그 흐르는 땀 냄새와 함께 이웃의 살가운 냄새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번 <철산 4동에 살다> 전시는 철산 4동 골목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달 말일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철산 4동에 살다> 기획전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

 

 

9월 23일 야생화 출제 날. 아마 우리동네에 처음 오시는 분인가 봅니다.

"징하네, 이런 꼭대기에서 어떻게 산댜?"

  그래서 우리동네 사람들은 올라 올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올라옵니다. 수를 세기도 하고, 이웃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공곰히 생각해 보며 올라가기도 합니다. 정 힘들면 떡볶이 가게 앞에서 쉬어 줍니다. 그러면 훨씬 덜 힙듭니다.

  저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이 힘든 언덕길을 묵묵히 올라갑니다. 저 꼭대기에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올라갑니다. 진실로 얻고자 하는 것은 힘듦 뒤에 오는 것임을, 쉽게 얻어지는 것은 '가짜 삶'인 것을 터득했기에 힘듦을 받아들입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힘의 울림이 있습니다. 동네 화단에 옥수수를 심으며 그 옥수수를 이웃과 나누고 열매를 받아 다음해를 기약합니다.   재개발 지역이라고 손을 안봐 벽이 낡아 갈 때 우리동네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며 손이 닿지 않은 이웃집 높은 담벼락을 내 담벼락 처럼 정성스럽게 페이트 칠 해 줍니다.

  한 사람이 한번에 만든 것이 아닌 시간과 마음이 만든 기억들이 가득한 우리동네. 언덕을 오르며 인사하는 사람들. 그 분들의 삶과 나눠주신 이야기. 함께한 순간들의 모습들. 이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철산 4동에서 사람이 살아온 흔적과 기억들을 모아봤습니다. <철산 4동에 살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