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석면철거, '비상주의보'...적극적 감시활동 필요

겨울방학 동안 1,290개교 철거공사 진행...경기도 357개교 가장 많아

2018-01-19     강찬호

2018년1월19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광명시 하안북초(교장 서준희) 학교석면 철거 학부모 비상대책위원 7명이 카페에 모였다. 이날 오전 11시에 학교 석면철거 현장의 비닐보양 작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다음날인 20일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되며, 철거 전 비닐보양 상태를 확인하는 현장 점검의 성격이다. 비대위원들은 현장 방문시 점검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미리 만나서 확인하기 위해 모였다.

하안북초는 해당 석면건물의 전체 5개층 중 3-5층만 이번에 제거한다. 1,2층은 다음에 다시 해야 한다. 이날 5층 전층을 둘러 보기로 했다. 학부모 비대위원들은 '매의 눈으로 보자', '상식의 눈으로 비상식을 찾아야 한다'며, 논의를 진행했다. 한 시간 남짓 회의를 한 후, 학교로 이동했다.

학교는 이미 공사 대상 교실의 집기 등을 예산을 들여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집기를 빼내야 비닐보양도 수월하고, 작업과 청소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교무실도 임시로 유치원 건물로 이동했다. 유치원에 임시로 마련된 교무실에서 학부모 비대위와 감리, 철거공사 관계자들이 만나, 1층부터 5층 비닐보양 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 감리는 작업자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안내를 하며, 비닐보양 상태를 확인했다. 현장은 노란비닐로 작업장이 보양돼 있었고, 9대의 음압기도 설치되어 음압이 걸려 있었다. 당초 교실 냉난방기 교체 공사도 함께 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 석면철거를 하지 못하는 1,2층 냉난방기 문제로 교체 공사를 다음으로 미뤘다. 하여, 5층 냉난방기도 비닐 보양이 돼 있었다. 학교 측은 공사 후에 냉난방기에 대해 전문 청소를 할 예정이다.

비대위 학부모들은 현장 감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학부모 비대위는 철거공사가 시작되는 20일부터 학부모 감시단 활동을 시간대별로 진행할 계획이다. 철거 공사 후, 석면먼지가 '제로'가 되는 '안전 규정'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안북초에도 '석면주의보'가 발동됐다.

겨울방학 1,290개교에서 석면철거 작업 진행...지난해여름, 410개교에서 석면 잔재물 발견

2018년1월17일 현재, 겨울방학을 맞아 학교석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는 1,290개교이다.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석면제거가 실시된 학교는 1,226개이고, 정부합동조사 결과 410개 학교에서 석면잔재가 발견됐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을 제거하는 학교는 경기도가 357개교로 가장 많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한국의 경우 2007년부터 석면 시멘트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 WHO(세계보건기구) 등은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백석면을 1980년대부터 금지하도록 권고해왔다.

학교의 경우 사용금지를 하기 전에 사용된 석면건축물은 2016년 6월말 기준으로 전체 학교 20,856개교 중 13,956개교(66.9%)가 해당되고 있다. 석면 건축물 노후화로 석면먼지가 교실 등을 오염시킨다는 우려와 지적으로 학교석면 철거 작업이 방학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다. 석면철거는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해, 관련 법과 규정에 의거해 안전하게 제거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방학 중 작업이 진행된 과천 관문초의 경우처럼, 석면철거 작업은 엉터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관문초 사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고, 정부는 국무총리 특별지시로 정부합동조사를 실시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석면철거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방학 중 전국 1천여곳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무석면학교'가 늘지 않고 있는 것은 한 학교에서 석면철거가 한번에 모두 이뤄지지 않고, 건물별로, 층별로 일부만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한번에 해당 학교의 모든 석면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철거공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예산 상의 문제와 석면철거 대기 상황을 고려해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교석면 철거 공사시, 철저한 현장 감시와 오염 모니터링은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거 계획 단계에서부터 숙련된 철거업체, 철거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차원에서 환경단체, 학부모,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명예감리제도 등을 도입해 현장 감시와 모니터링이 되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을 주문했다. 환경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현장감시가 가능하도록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감시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단체, 철거 현장 감시하고 문제 생기면 바로 신고하고 공사 중단시켜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공사 전 사전 준비와 공사 진행 시,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을 준수하는지, 체크 리스트 작성과 감시 일지 작성, 사진 및 동영상 기록 등을 남길 것을 제안했다. 실내 대기측정과 교실 내외 먼지측정을 통해 석면오염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공사중단(경찰신고 112, 노동부 위험상황신고 1588-3088, 환경보건시민센터 02-741-2700)을 요구하고 개선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겨울방학 동안 진행되는 전체 대상 학교 1,290개교 중 경기도의 경우 357개교(초등학교 214, 중학교 71, 고등학교 64, 유치원 7, 특수학교 1)에서 석면철거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중 광명시내 학교의 경우 광덕초, 광성초, 광명남초, 광명동초, 광명북초, 광명서초, 광명초, 광일초, 안서초, 연서초, 온신초, 하안북초, 광남중, 광명북중, 안서중, 철산중, 광명북고 등이 해당 학교들이다.

과천 관문초 한정희 석면학부모비상대책위원장은 당장 석면철거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감시활동이 철저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학부모들이 엄마와 부모의 입장으로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학부모들이 시료 채취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교육당국에 대해 학교 철거 공사 후, 랜덤 방식이 아닌 전체 학교에 대해 잔재물 시료 채취를 해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석면철거 공사에 대해서도 학교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되고, 교육청이나 관련 부처(노동부, 환경부, 교육부)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