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절박한 심정

2003-01-28     양정현


조선일보의 절박한 심정

1월 28일 조선일보 실린 사설을 소개한다.

[사설] “한국민 원치 않으면…” 에 담긴 뜻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의 집권당 대표에게“한국민이 원치 않으면 주한미군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언명했다.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미국 행정부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제 주한미군 문제가 미국의 언론뿐 아니라 조야(朝野)에서도 공공연한 언급과 논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 내 반미 감정에 대한 미국 정가의 반응이 이처럼 거친 직설적 어법으로 한국에 직접 전달되고 있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베이커 전 장관이“필리핀 대통령이‘미군 나가라’고 했을 때 우리는 주저없이 떠났다”면서 이후 미국이 필리핀을 외면해 버린 사실을 상기시킨 대목은 한국에 대한 경고와 다를 바 없다.

미국 언론과 정계에서 표출되고 있는 이런 견해들은 대개‘한국의 반미 감정과 일부 미군 철수 주장이 과연 한국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철저한 국익차원에서 미군 철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정리함으로써 미국 내에 미군 철수 정서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쪽에서 주한미군문제에 대해 감정적 요소를 배제하고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상호 이해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점에서 지난주 워싱턴에서 양국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미동맹 50주(周) 국제심포지엄’에서 한미동맹의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를 토대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보다 성숙하고 안정적인 동맹관계를 모색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뜻깊은 일이었다. 심포지엄에서 나온‘미국이 남북한을 가르는 이유가 돼서도 안 되고, 북한이 미국과 한국 사이를 가르도록 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은 오늘의 한·미·북 관계를 정확히 진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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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적인 "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 요구"를
한미관계를 해치는 불안한 행위로 몰고가는 조선일보

사설은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주한미군이 이 땅을 떠나서는 절대 안 된다"는 조선일보의 절박한 심정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헛기침에 한국은 감기몸살을 앓듯 왜곡. 과장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은 부시 미 대통령의 후견인이며 미국 정계의 상징적인 보수파이다.
즉, 미국의 강경보수파의 발언을 빌어 미국 정계 전체의 목소리인양 왜곡. 과장하고 있다.
둘째, 베이컨 전 장관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 필리핀의 사례는 사실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필리핀의 수비크만 미군 기지는 미군이 베트남전, 걸프전 등 타국과의 전쟁을 위해 훈련장과 물류기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1991년 9월 미 해군기지의 사용협정 시한이 만료되었고, 또 당시 탈냉전의 정세와 소련군이 베트남에서 철군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으로서의 가치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수비트만 지역의 거대한 화산폭발로 기지로서의 효율성도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미국은 집요하게 사용시한을 연장하려 하였다. 그러나, 미군기지의 문제, 미군범죄의 문제와 관련한 필리핀 국민들의 대규모 철수운동의 힘입어 필리핀 상원이 미군기지 임대 갱신을 거부하였고, 결국 미군은 필리핀에서 쫓겨나가게 되었다.

조선일보는 "한국의 반미감정과 일부 미군 철수 주장이 과연 한국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것이냐"는 물음을 통해,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소파개정을 위한 촛불시위"와 "범국민적 주권회복의 요구"를 "감정에 의한 비현실적 행동"으로 치부하고 있다.
또한, 일방적으로 한-미 공조만을 부르짖은 국제심포지엄을 끌어들여 마치 범국민적인 "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 요구"를 한미관계를 해치는 불안한 행위로 몰고 가려고 한다.

그러나, 사설을 곱씹어 보면 볼수록, "조선일보의 주장"과 "국민들의 한미관계 재정립과 주권회복의 요구" 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고 냉철한 현실에 바탕한 것인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