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야기 2
---남편과 아이랑 함께 준비해요.
철산1단지에 살고 있는 이OO주부(38세)는 결혼한지 올해로 13년째 된다. 큰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고, 그 아래 3학년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이씨의 추석은 다른 가족의 추석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결혼하기 전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결혼하면서부터 명절과 두 분 제사를 모셨다. 위로 시누이 두 명이 있지만, 추석 명절 때는 함께 하지 못한다. 대신 설 날은 양력 설에 시누이 식구들과 모두 모여 차례를 모신다. 돌아가신 시아버님께서 생전에 생각해 내신 방안이다.양력 설에는 두 시누이가 전과 나물 등 음식을 나누어서 해가지고 온다. 이씨는 전과 나물을 뺀 다른 음식들을 준비하고,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후엔 가까운 바다 등지로 함께 나들이를 다녀 온다.
추석에는 시누이들이 음식을 나누어 해오지 못하기 때문에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총동원 된다. 이씨의 남편은 평상시에는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는 않는 편이지만 제사나 명절 같은 큰 일 때 에는 직접 전도 부치고, 설거지도 하면서 부인과 함께 일을 나눈다.
큰 딸아이도 어릴 때부터 해 온 솜씨라 이제는 어른 손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손끝이 맵다..이씨는 “제가 만든 것 보다 더 예쁘게 만든다니까요.”라고 말한다.추석 전 날 아침이면 이씨는 재료들을 다듬고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해 놓는다. 그 동안 남편은 집 안 청소를 하고 아이들은 각 자 자기 방을 청소한다. 생선전과 동그랑땡 그리고 산적을 꿸 준비를 마치고 나면 안방에 신문지를 깔고 커다란 전기 후라이팬과 식용유 등 전을 부칠 준비가 완료된다. 남편이 안방에서 생선전, 산적, 동그랑땡, 두부전을 부치는 동안 이씨는 부엌에서 다른 음식을 장만한다. 오후 6시쯤 되면 거의 일이 끝나고 이씨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간단히 외식을 한다고 한다. “명절 전 날 외식을 하세요?” 라는 질문에 “ 하루 종일 기름 냄새 맡고 음식 냄새를 맡았으니까 좀 개운 할 걸로 간단히 외식하고 들어오면 편하잖아요.” 한다.
명절 당일은 가깝게 사는 작은 아버님 댁을 먼저 방문하여 차례를 함께 모시고, 다시 이씨 집으로 모두 와서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함께 한다. 점심이 되면 작은 집 식구들은 모두 돌아가고, 이씨 가족은 영암에서 혼자 지내시다가 명절 때면 큰 외삼촌 집으로 역 귀경 하시는 남편의 외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서울로 향하거나 평택의 막내 작은 아버님 댁으로 인사를 드리러 간다. 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 온 후 다음 날 친정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로 추석 명절을 보낸다.
남편과 아이랑 함께 준비하는 추석 음식…… 어찌 보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주변에서, 특히 명절 때 그렇게 하는 가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항상 여자들만 지치고 힘든 명절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명절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
2003. 9. 4조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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