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시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기후재난 시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 승인 2022.11.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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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김성현

누구나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 특별히 즐겁거나 행복한 기념일도 기대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원한다. 하지만 일상을 깨는 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난감해진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프거나, 예상치 않게 입원한다거나, 멀쩡한 회사가 휘청거릴 때, 우리의 일상은 무너지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외적인 고통의 시간이 영속적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지난 폭우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거나 피해를 입었다. 집이 침수되고 가진 것을 한순간에 잃었다. 또한, 강력한 태풍으로 농사와 생명을 잃었으며, 산림의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드문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앞으로 수시로 일어날 기후재난이라는 데 있다. 특별한 고통의 사례가 앞으로 수시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한 사이, 영속적인 고통의 시대가 열렸다.

교통사고는 왜 나는가? 졸거나 과로, 음주 등 부주의한 운전자에 의해서 일어난다. 고통을 당하는 피해당사자에게는 부족할지라도, 사고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 운전자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에 징벌적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 말이다. 

현재의 기후재난은 산업혁명 이후 편리함을 위하여, 과다하게 만들고 쉽게 버리는 일의 반복에 따른 결과다. 최소한 같은 기간만큼 더 불편하게 살며, 과소로 만들고 버리지 않아야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까? 문제는 자본의 이득을 위해 현재의 관행을 바꿀 의지가 없는 이들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의 태도 때문에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지금 당장 모두의 결의로 방향을 바꾼다 하더라도, 기후재난이 금방 없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추동해내기가 쉽지 않다.

폭우로 인해 철산교와 광명성애병원 사이의 도로가 물에 잠겼다.  @시민제보
2022년 8월 9일 폭우로 인해 철산교와 광명성애병원 사이의 도로가 물에 잠겼다. @시민제보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이 무너진 기후재난의 시대를 살며 손 놓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게 포기할 수 없어 열정을 가지고 설명하고 설득하며 지내다가도, 반응이 너무 시큰둥해서 때로 맥이 풀린다. 나와 이웃의 일상의 평화가 깨진 지 오래이고, 영속적인 고통을 줄이거나 없앨 방법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무기력에 빠지고 만다.

사람들은 위기와 어려움의 시대에 종교에 귀의하여,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면의 안정과 평화를 얻었다고 외부 조건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 이후에도 빨래와 밥은 해야 하고, 우리가 벌인 지구의 기후재난 안에서 살아야 한다. 우리는 내적변화의 힘으로 외부적 어려움과 맞서는 과제 앞에 실존으로 서야한다. 마음의 평화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믿는다면, 믿는 만큼 살아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이른바 '신행일치'를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이념이든, 종교든, 정치든 매카니즘은 같다. 어떤 신념을 가졌다면, 그것으로 내면의 기쁨을 얻고, 같은 신념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며 지평을 넓히고, 그 신념만큼 살아내야 한다. 좌파와 우파, 기독교인과 불교도, 여당과 야당, 무엇이든 그 믿는 가치만큼의 실천이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일상이 무너진 기후재난의 시대에 위기를 이겨내자는 시대의 예언자들이 많아졌다. 고마운 일이다. 예언자는 기반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그렇게 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이들일 뿐이다. 예언자의 외침에 동의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갈 때, 외침을 현실로 만들 위치의 정책당국자와 경제 현장의 주역들이 동참할 때, 그 외침은 유의미해진다. 외치다 쓰러지게 둘 때가 아니다. 입지는 다르지만, 기후재난은 모두에게 닥쳤으니 함께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모든 개인이 내면의 평화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다. ‘안전’ 없이 ‘평화’ 없다.  

 

김성현
광명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장
<빨강생각>(2022) <노랑생각>(2019)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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