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생태학교(2학기) 생태탐사 첫걸음 - 인천시 남동구 해양생태공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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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초등학생들이 두꺼비 생태학교와 함께
탐사여행을 다닌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매 달 한 번씩 떠나는 생태탐사 여행이라 익숙해지고 지루해 질만도 한데,
아직도 탐사를 떠나는 아이들의 표정은 기대감과 즐거움에 상기되어있다.
물론 자원봉사 도우미로 함께 길을 떠나는
나 역시도 여전히 가슴이 설레 이는 걸 보면
두꺼비 생태탐사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음이 분명하다.
자! 그럼 오늘의 탐사 목적지인 인천 해양생태공원으로 출~발 하자구~
소래포구 근처의 해양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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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태공원은 소래 포구 근처에 있다.
옛날 염전이었던 곳을 생태 공원화 한 곳으로
광명시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코딱지 선생님(류창희, 생태연구소’마당’ 소장)의
코딱지 세례도 받고,
(선생님은 다른 친구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하면 선생님의 왕방울 코딱지를
파서 그 친구의 입에다 넣어주시는 무지무지 다정한 선생님이시다.)
버스 타고 가는 즐거움이 되어버린 퀴! 퀴! 퀴! 퀴! 퀴이이이즈! 시간도 가졌다.
선생님이 내주시는 퀴즈를 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하고,
퀴즈를 맞추는 어린이에게는 예쁜 새피리도 선물로 주신다.
자!“퀴이이이즈!” 선생님의 목소리에
버스 안 모든 두꺼비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자 !퀴이이이즈!”“소금은 왜 소금이라고 할까요?”
“저요!저요!”“양이 적어서 귀한 금이니까.”
“땡!”“작은 금!”“땡! “,
“하얀 금!이요.”“딩동댕! ”아하! 그렇구나…
생태공원에 도착하니 해홍나물로 빨갛게 뒤덮인 갯벌이 보인다.
갯벌너머로 조금 더 걸어가니 염전이 보인다.
염전 끝 쪽에 지붕으로 덮여진 곳이 보이는데
그곳은 비가 올 때소금이 되는 염수를 저장하는 해주이다.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염전 맞은 편에 있는 수차였다.
너도 나도 낑낑대며 수차를 돌리느라 가을 볕에 얼굴 타는 줄 모른다.
수차는 해주에서 염수를 결정지역(소금채취 지역)으로
퍼올릴 대 사용하는 기구로 물레방아처럼 생겼다.
아이들과 코딱지 선생님이 수차 세게 돌리기 시합을하기도 했다.
지난 번에는 수차를 돌리던 중에 낙지가 올라온 적도 있단다.
아이들은 이제 모둠 별로 해양생태공원 주변을 탐험하기로 한다.
탐험하면서 꼭 해야 할 일은 빨간 풀잎 뜯어오기
— 나중에 염색물감으로 쓸 재료이다.--,
모르는 식물 채취해오기, 곤충이나 게 등을 관찰 통에 담아 오기이다.
다들 관찰 통에 돋보기까지 챙겨 들고 생태공원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얼마가 지났을까? 아이들이 관찰 통마다 빨간 풀이며, 노란 꽃,
부들, 억새, 갈대 등을 들고 모둠 별로 전시회를 준비한다.
어느 모둠의 아이는 멋진 게 집을 집어 왔다.
나중에 집주인 게가 집에 왔을 때 집이 없어진 걸 알면 얼마나 황당할까?
채집된 식물 이름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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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별로 전시된 식물들을 살펴보며 이름 짓기 자랑을 했다.
염색할 재료로 쓸해홍나물은‘오이지풀’ , ‘소금풀’( 맛이 짭짤하다.),
‘초록풀’ ,‘노랑과 초록의 사랑이야기’(빨갛게 익기 전의 해홍나물은
뿌리 쪽은 노란 색, 줄기는 초록색이어서)등의 이름들이 나왔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노랑과 초록의 사랑 이야기’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는
모두들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번엔 부들을보고 한마디씩 이름을 짓는다.
‘핫도그 풀’(정말 핫도그처럼 생겼다). ‘닭꼬치 풀’, ‘개똥꼬치 풀’ ,
‘호랑이 가죽 풀’등 다양한 이름들이 술술 나온다.
언덕을 노랗게 수놓았던 노란 색 꽃을 보고는 ‘나도 민들레’, ‘너도 민들레’,
‘민들레 친척’ 등의 이름이 지어졌고,
억새에게는 ‘먼지떨이 풀’, ‘빗자루 풀’, ‘할미꽃 그의 남편 풀’, ‘솜사탕 풀’, ‘임금님 부채 풀’ , ‘공작 풀’, (꼬리 백 개 달린)‘백미호 풀’
이번엔 갈대를 놓고 시합을 벌인다. ‘소나무 풀’ , ‘ 젊은 구미호 풀’,
'하늘나라 산신령 풀’ , 등등등…
어휴!아이들의 이름 짓기는 끝날 줄 모른다.
어쩜 그렇게 다양하고 멋진 이름들이 나오는지
그저 어른들은 감탄하고또 감탄할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게에 물리면 어떻게해야 될까? 게는 왜 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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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가져온 게 집은 마치 굴뚝처럼 생겼다. 이름도 굴뚝게 란다.
게들은 갯벌을 파서 집을 짓는데 집을 짓는 동안
갯벌 안으로 산소와 물들이 들어가 갯벌이 썩지 않게 되며,
갯벌의 속과 겉을 뒤집어 주고,
우리가 버린 것들을 먹어치워 청소해주는 갯벌의 환경 미화원 이다.
만약 게가 손가락을 물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때는 얼른 손가락을 물에 담가주면게가 문 손을 살며시 놓는다고 한다.
아프다고 마구 흔들어대거나 억지로 떼려고 하면
그 이후 벌어지는 사태는 으으으~ 차마 말 못하겠다.
당황하지 말고 얼른 물에 손을 넣을 것! 명심!
꽃게는 8월31일 까지는 산란기이므로 잡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제 찬바람이 솔솔 불면 맛있는 꽃게가 식탁에 오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꿀꺽! 침넘어 가는 소리..
게는 왜 게일까?
이제 이름 짓는데 경지에 오른 아이들이 담박에 “기어 다니니까” 하고 이유를 댄다.
그럼 갯벌은? 게가 많은 벌(들판)이어서…
어느 물고기가낚시바늘을 물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는데,
그만 잠시 후 자기가 낚시바늘을 물었다는 사실을 잊어먹고는
또 달려들어 낚시바늘을 물어 다시 잡혔단다.
그 물고기는 자꾸만 잊어버린다고 망둥어 라고 이름 지어졌다는 이야기며,
닭 대가리가 더 나쁠까? 아니면 꿩 대가리?
아님 그냥 새대가리? 누구 대가리가 제일 나쁠까?
하하하!호호호! 한 참 동안 이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태공원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천연물감 만들어 그림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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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웃음을 한 가득 안고 각자 채취한 해홍나물을 절구에 열심히 찧고
면보로 짠 후 붓으로 도화지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꽃게그림, 염전그림, 코딱지 파는 코딱지 초상화,
꽃, 하늘, 구름, 작은 강에 유유자적 떠다니는 나룻배….
열심히 그린 도화지에 코딱지의 멋진 사인까지 하니 정말 잘 보관했다가
전시회를 열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모두 화가가 되었다.
이제는 하얀 손수건에 나만의 그림을 넣기 시작한다.
어떤 친구가 해홍물감을 손수건에 마구마구 칠해서 뭘 그리는 걸까? 했더니
멋진 서해안 지도가 되었다.
와우!대나무문양을 그려 그림 솜씨를 뽐낸 선생님도 계셨고,
예쁘게 가장자리를 꽃 모양으로 얌전히 그려놓은 친구며
다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손수건에 마음을 새겨 넣느라
진땀을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그 볼에 마구마구 뽀뽀 해주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다.
그림에 붙인 동시 한수/ 5학년 이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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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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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집니다.
바다의 소금을 태우던
해가 집니다.
이번에는 하늘을
태웁니다.
맨발로 달팽이 놀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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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작품을 두 가지씩 정성스레 만들어 햇볕에 널어 놓고
뿌듯한 마음으로 마른 갯벌로 모였다.
여자팀! 남자팀! 둘로 나뉘어서 달팽이 집 놀이를 시작한다.
달팽이 집 모양을 그려 놓고 안쪽에는 여자팀이 바깥 쪽에는 남자팀이 포진한다.
한 사람씩 힘차게 달려나가 마주치면 가위!바위!보!
이긴 사람은 적진을 향해 계속 돌진!
진 팀은 적군이 요새를 빼앗기 전에 얼른 다른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
“이겨라!” “이겨라!” 각 팀의 뜨거운 응원과
맨 발로 따끈따끈한 갯벌을 내닫는 선수들의 땀방울이
뜨거운 갯벌을 더 뜨겁게 달군다.
기자도 신발을 벗고 갯벌에 서서 여자팀을 신나게 응원하다보니,
어른,아이의 경계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서로 엉켜서 방방 뛰며 한참을 정말 신나게 놀았다.
사실 방방 뛸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마른 갯벌이라
마치 사우나바닥처럼 뜨끈뜨끈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이 뭐랄까
아주아주 고운 실로 꼼꼼히 짜 놓은 융단처럼 폭신하지만 질퍽대지않고,
밋밋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움이 머리끝까지 기분 좋게 하는 느낌이어서
좀 뜨거웠지만 놀이가 끝날 때 까지 다시 신발을 신기는 싫었다.
마침, 때 맞춰서 불어주는 가을 냄새 물씬 나는 바람으로땀을 식히고,
각자의 짐들을 챙겨서 돌아오는 길에 포도 농장에 들렀다.
시원한 물로 목도 적시고 세수도 하고,
바구니에 한아름 담은 포도도 배가 부를 때까지 먹고는
다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서
콧등 빨개지도록 놀았던 생각들을 하며 출발지였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즐겁고 신나는 하루였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를 타고 훨훨 날아다니다 온 느낌이다.
아~ 부럽다.
어쩜 그렇게 멋진 생각들을 해내는지…
<조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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