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에 대하여 쫄지 마세요, 시민 여러분
불심검문에 대하여 쫄지 마세요, 시민 여러분
  • 김춘승 기자
  • 승인 2014.01.0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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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승 기자의 사색공감

▲ 경찰차량이 폴리스라인을 둘러쳤다.

불심검문(不審檢問) : 수상한 거동을 하거나 죄를 범하였거나 또는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만한 사람을 경찰관이 정지시켜 질문하는 일

저번 주 주말 서울광장.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총파업집회 취재를 마치고 동행자와 식사를 하기 위해 체부동시장으로 발길을 서둘렀습니다. 경찰은 한국언론재단 앞길부터 철통 방어를 했습니다. MBC를 비롯한 취재진까지도 출입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시민들은 통행권 방해를 경찰에게 항의하였으나 경찰은 시민들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제 앞에 선 한 시민은 “과학적으로 분석해도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포기하고, 무교동 방면으로 걸었습니다. 전경버스가 빈틈없이 막고 있었고,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버스 사이의 빈 공간에도 전투경찰을 배치하였습니다. 버스가 없는 공간에 있는 전투경찰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호소에도 묵묵부답으로 서 있었습니다.

무교동 맥도날드 정문 앞에서 전투경찰은 귀가하는 시민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막았습니다. 시민의 통행권과 맥도날드 점주의 영업권까지 방해한 행위입니다. 동행인의 재치로 맥도날드가 입주한 건물의 쪽문으로 해서 통과하였습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동행인과 함께 현장 지휘자로 보이는 경찰 간부에게 항의하였습니다. “시민의 통행권을 왜 침해하나요. 전경과 시민이 뒤엉켜 위험합니다. 한 사람씩이라도 통과시켜 주세요” 간부는 “일시적으로 막는 것뿐입니다. 집회 참석자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보행자가 너무 많습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양해를 구했습니다. 무교동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진 길에는 보행자가 수월하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비워있었습니다.

동행인은 “토끼몰이 식으로 시민들을 자극시키고 있는 것이, 광우병 촛불집회 때 시민들을 자극시켜 충돌을 유발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폭력시위니 뭐니 하며 명분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로 걸어가 보니 경찰은 차단벽까지 설치했습니다. ′08년도에 설치한 명박산성을 생각하게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차단벽으로 인해 세종로와 종로로 진입하려던 차량들은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도로를 건너 세종문화회관 뒤로 이어진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찰은 골목길을 차로 막을 수 없어서 인력으로 한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만 비우고 막고 있었습니다. 경찰을 막 지나칠 즈음 소대장으로 보이는 경찰이 막아섭니다.

왜 막아요, 누하동 집에 가는 길인데 지나갑시다.
(이죽거리며) 청와대에 칠년 근무했는데 그런 동네 못 들어봤습니다.
종로구 누하동 주민 된지 팔년입니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그쪽부터 먼저 소속과 이름을 밝히세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노원경찰서 근무합니다.
(신분증을 보여주며) 당신 신분증 보여주세요.
없습니다.
불심검문할 때는 소속과 이름을 함께 알려주셔야지요.
노원경찰서 윤석* 경위입니다.
청와대 근무했다고 하면서 왜 누하동을 못 들어봤냐고 했습니까
(우물쭈물) ...

헌법 12조는 신체의 자유 및 공권력의 적법절차 준수원리를 규정하고 있고,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4항은 “질문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경찰관은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 동행의 경우에는 동행장소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시민은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하는 불심검문을 거부할 정당한 권리가 있고, 적법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이 무너지는 세상 속에 썩어빠진 일부 경찰이 똠방각하 행세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목소리라도 내야하고 집회에 얼굴도장이라도 찍어줘야 할 때이다. 이제부터 대선 멘붕에서 잠자던 저는 일어나겠다” 동행인이 울분을 터트리면서 SNS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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