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창백해져 간다.
몸도 마음도 창백해져 간다.
  • 김열매 기자
  • 승인 2006.12.01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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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기독청년회(YMCA)에서 운영하는 광명시청소년상담실에서는 11월 30일 오후 3시 시청 중회의실에서 '청소년들의 학업스트레스와 건강'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토론회는 설문조사 발표, 발제, 토론회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를 위하여 광명시의 중·고등학교의 학생 7명이 직접 토론자로 참여했으며,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청소년 전문가들이 함께 자리하였다.

먼저 표하나 광명시청소년상담실 사회복지사의 '학업스트레스 및 대처방식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발표가 시작되었다. 이 설문조사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학업스트레스와 더불어 비평준화 지역인 광명시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학업스트레스 요인과 정신건강간의 관계를 알아보고, 이들 사이에서 스트레스 대처 역할을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광명시에 있는 19개의 중·고등학교 학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2006년 10월 1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설문형식의 자기보고식 조사로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학업스트레스는 평균 2.55점으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성별에 따라 학업스트레스에 대한 차이를 나타내었는데 그중 성적, 가족관계, 친구관계, 가정환경, 주위 환경에서 오는 학업스트레스는 남학생이, 시험, 수업에서 오는 학업스트레스는 여학생이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에 따라서도 학업스트레스의 정도는 차이를 보였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학업스트레스가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가정의 경제적 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라서도 학업스트레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경우 학업스트레스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환경적인 요인 또한 학업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

학업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으로는 응답자의 성별과 성적에 따른 차이가 가장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문제해결형, 정서적지지 추구형, 회피형은 여학생이, 기분전환형은 남학생이 높게 나타났으며, 성적이 중상 이상인 경우 문제해결형과 정서적지지 추구형으로 대처하고, 반대로 성적이 중하 이하인 경우 회피형과 기분전환형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업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살펴본 결과, 학업스트레스 전체와 친구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낮을수록, 성적, 수업 교사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높을수록 청소년의 전체적인 정신건강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학업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본 결과, 회피형과 기분전환형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문제해결형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정도가 낮을수록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긍정적,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학업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살펴본 결과, 회피형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정도가 낮을수록, 문제해결형으로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학업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스트레스를 얼마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청소년이 느끼는 학업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는 좋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적게는 청소년 자신들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넓게는 학교와 지역사회, 제도의 변화가 시급함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발제를 맡은 김장이 미래연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청소년들에게 '동기유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이 '공부'에 대해서 매달릴 것이 아니라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공부'에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장이 소장은 "청소년기는 자신의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때문에 청소년들이 자신의 소명, 사명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동기유발이 되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가짐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서 오는 정서적 만족(친구, 노래방 가기 등)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을 찾아 현실과 열정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며 학교의 상담실 등 '열려있는 곳'의 조언을 구하며 동기유발을 촉진시키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토론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그 어느때보다 열띈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이희정씨는 "알차고 풍요로운 인성교육을 받아야할 시기에 학업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자식을 보는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자식이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평준화만이 대책'이 될 수 있다며 하루빨리 광명시가 평준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토론자로 참여한 학생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광명북고등학교의 장은지 학생은 '학업에 치중된 사회'를 '형광등'에 비유해 "학생들이 모두 형광등처럼 몸도 마음도 창백해져간다."라며 "잘못된 사회 제도들도 전부 지금의 어른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학생들이 보다 마음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철산중학교의 윤정은 학생은 "중학생이 되면서 계절과 주변의 일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메말라가는 내 모습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광문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이러한 학업스트레스에 대해 근본적으로 제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모든 교육이 입시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실질적인 지식인보다는 이기적이고 획일적인 사람만 양성하게 됩니다. 진정한 특기적성 교육과 교육의 주체인 학생이 주가 되도록 해야합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이영이 광명시청소년상담실장은 토론회에서 "본래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삶에 대한 '배움'보다는 학습에 의한 '배움'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주체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학습하게 되면 그것은 곧 말로 할 수 없는 쾌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배움이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겠습니다"라며 "배움보다 큰 것이 마음을 크게 하는 것입니다. 학업은 하나의 도구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보인다면 분명히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2시간여동안의 토론회는 여느 방송사의 '100분 토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이영이 실장은 "광명시에 이렇게 많은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이 줄어들고 발전하는 광명시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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