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묘한나라(펌)
참으로 묘한나라(펌)
  • 문현수
  • 승인 2003.02.1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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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묘한 나라

지금, 퇴임을 3주 앞둔 김대중 대통령이 마치 중죄인이 된것처럼 치도곤을 맞고 있다.
북한에 몰래 돈을 줬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일을 그냥 두면 나중에 큰 곤란이라도 당한다는 양 취임식 전에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투다.
청와대는 현대가 준것이지 정부가 준건 아니라고 변명을 한다.

한나라당은 대선패배의 분풀이라도 하듯 진상 철저규명을 외치고 있고 거대보수신문들은 김대통령과 노당선자 사이를 이간질이라도 하듯 갖은 기교를 부려가며 이문제를 이슈로 삼아가려하고 있다.

자, 여기서 한번 따져보자.
현재까지로 보아 남측의 현금 2천200여억원이 지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현대에 대출돼 곧바로 2억달러로 환전된 다음 현대를 통해 북한 정권담당자에게 전달된 것 같다.

마이클 잭슨의 입(口) 보험료 시점을 전후로
햇볕정책은 활발히 진척됐고 마침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한반도에는 실로 해빙의 무드를 넘어 민족 공동체의 활력과 통일에의 열망이 넘쳐 흘렀다.
세계가 한민족의 지혜에 경탄했고 노벨위원회는 김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안겨줬다.
남쪽국민들은 최소한 이젠 인민군이 탱크몰고 내려오는 일은 없다는 암묵적 동의를 갖게 됐으며 발빠른 사업가들은 북한에 투자를 시작했다.
철도가 연결되고 이산가족들의 면회소가 설치되며 개성에 남측이 조성하는 공단이 들어서기로 합의도 봤다.
미국가수 마이클 잭슨이 입을 다쳤을 때를 대비해 든 보험이 2억달러 짜리라고 한다.
4천700만 남한 국민이 전쟁 공포 없이, 주부들이 라면 사재기 할 필요 없이, 전방의 아들들이 군화 신은채 취침하는 긴장상태 없이, 해외 투자자들이 리스크 따지는 일 없이 모두들 정상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는데 드는 비용이 마이클 잭슨의 신체일부 보험료 정도라면 이처럼 기막힌 효율이 또 어디있겠는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말하고 싶다.
박빙의 승부에 진땀났을 줄 잘 안다.
그러나 권력은 그대들의 손에 있고 누가 뭐래도 국민은 개혁을 원한다.
한나라당의 시비에 지레 겁먹지 말라.
현대의 외환관리법 위반이나 청와대의 배임에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2억달러가 평화비용이라면, 비밀송금이 북한의 자존심을 고려하고 야당의 딴지걸기를 회피하기 위해서 취해진 조치였다면 DJ의 정치기술이지 파렴치가 아니다.

청와대에 말하고 싶다.
현대그룹에 책임을 넘기려 하지 말라.
현대의 대북사업이 통일원이나 국정원, 무엇보다 청와대의 조율속에 진행됐다는건 중학생들도 안다. 당당하게 비밀송금의 불가피성을 고백하라. 현대각국이 정상외교를 벌일때 자국 의회비준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손발을 빌려 돈드는 사업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이젠 상식 아닌가.

비난할 자격들 있나
한나라당에 말하고 싶다.
귀당의 뿌리인 민정당 시절 귀국길의 고르바초프와 몇분간의 정상회담을 위해 제주도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던 노태우대통령을 잊었는가.
단지 수교만을 조건으로 30억달러를 정부차관으로 빌려주고 지금껏 고철로 받느니 무기로 받느니 미해결 상태인건 어느 정치집단이 책임질 일인가.
94년 북핵위기때 철저히 소외당한 채 KEDO 구성을 구경만 하다가 미국과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한 경수로 건설비용중 7할인 28억달러를 덤터기 쓴건 누구책임인가.

요즘 신이난 몇몇 신문들에 말하고 싶다.
그대들의 칼럼대로 현대상선이 지불한 2억달러가 뇌물이라면 귀 신문들이 아파트마다 뿌리는 자전거는 정당한 판촉용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묘한 나라에 살고있다는 느낌이다.

데스크 시각/조경완 <뉴미디어부장> kyc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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