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가 필요하다
쾌도난마가 필요하다
  • 강찬호
  • 승인 2008.07.13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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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현재의 시국을 난마처럼 얽혀있다고 흔히 말한다. 쇠고기에서 발화된 촛불이 대운하, 의료민영화로 번져 정면충돌을 일으키더니, 신부님, 목사님, 스님의 참회와 용서의 기도촛불로 이어져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수십만명이 모인 집회만 벌써 2번째다.

 여기에다 끝없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는 갈수록 기력이 빠져 허우적거린 지가 오래 됐다. 이 중병을 치료할 처방전은 모두 낡은 구닥다리여서 오히려 물가만 잔뜩 올려놓고 말았다. 또 임단투 시기와 겹쳐 노조까지 가세하자 당국은 말발이 먹히지도 않는 불법엄단방침만 발표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겉돌기만 할 뿐,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촛불집회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정부의 대책은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고시강행뿐이었다. 게다가 내각 전면쵀신이 어느새 문제를 일으킨 몇 명의 장관 교체로 슬그머니 뒷꽁무니를 빼고,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입장표명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7월5일 대규모집회가 의미하는 것은 그런 미봉책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의 일각에서는 현재의 촛불정국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몰고가서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규합하면 진보의 공세를 격파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강경기조가 효과를 발휘하게 될까? 촛불시위 참여자 대다수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보살피기보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태도에 분노했고, 민심을 외면한 채 고시를 강행한 데 대해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즉, 수만명의 촛불을 든 사람들이 ‘이명박 OUT(아웃)’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 보내는 공개적인 경고장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기대를 가져봤지만, 아재눈 경제회생의 희망이 꺾였다는 좌절의 표현이자, 제대로 하라는 경고장이다. 

고소영, 강부자내각 구성에서 보여지듯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위기에 빠진 국민경제와 서민, 중소기업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조치들이 나오고, 이를 통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달라는 시위인 것이다.

또한 종교계가 앞장서서 평화집회를 계속할 경우 강경진압의 명분도 없을뿐더러 경제살리기 호소가 먹혀들기 어렵다. 현재의 경제팀과 기존 경제관료들의 대응력으로 이 안팎의 경제난국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촛불 때문에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식의 홍보는 오히려 경제회복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며, 물가폭등의 책임을 저야 할 고환율정책의 추진책임자를 내세워 경제위기론을 유포하는 것도 국민을 화나게 한다. 

국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된 농식품부장관을 내세워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없다는 식의 홍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현재 난국의 정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구시대적인 이념대결정책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쾌도난마의 해법이 필요하다. 

우선 국민들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겠다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기자회견으로 반성한다는 말 따로, 폭력진압으로 밀어붙이기식 따로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서 국민들의 소리를 수용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두 번째, 당장 국민생활을 힘들게 하는 기름값, 휴대폰 등 통신비, 약값, 대출금리 등 5대거품부터 확실하게 빼야 한다. 

세 번째, 중소하청업체에 고통을 주고 있는 어음제도의 단계적 폐지, 저신용자를 위한 새로운 신용대출기구설립, 신협, 새마을금고 활성화로 서민경제에 돈줄이 흐르도록 해야 하며, 

네 번째, 헛돈 쓰고 있는 11조원의 R&D 예산을 손질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부품소재, 바이오, 의료 부문의 국제경쟁력을 키워 안팎의 악재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전면적인 행정개혁으로 고용-복지-보건의료체계를 손질해 보건소 확충, 틀니 건보적용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과 실업자와 비정규직에 대한 4대보장을 지원해서 실질적인 민생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쇄신 없이는 민심수습의 실마리는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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