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고 분명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대담하고 분명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 이태복
  • 승인 2008.10.2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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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발짝씩 늦은 뒷북대책 때문이다. 정부당국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파국으로 진전되자 뒤늦게 금리인하, 감세와 재정지출확대를 통한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너무 두서가 없다. 위기대응에 필요한 각계의 공감대도 없다. 약발이 있든없든 현상적 대처를 남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대책,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위기탈출이 가능한가. 그동안 정부당국은 내수경기의 장기침체로 국민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실업자와 문 닫는 회사가 늘어나는데도 종부세 인하와 같은 극소수계층의 이해를 관철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물론 집권 초에 촛불집회와 같은 비상국면이 발생해 국정운영의 탄력을 잃어버린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실익도 없는 편가르기와 이념대결로 경제위기를 키웠듯이 이명박 정부도 실용정부답지 않게 이념논란을 자초하고 강부자내각의 시각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상황을 안이하게 대응해왔던 것이다. 미국발 위기가 가시화됐는데도 정부당국은 외환보유액 타령만 했을 뿐 뻥 뚫린 구멍을 메우려하지 않았다. 국제투기자본의 준동과 폭리를 당연하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도산위기에 빠진 외국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를 회수하고 투기자금을 빼내가기 시작하자 한국의 금융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로 발전했다.

결국 정부당국의 외채에 대한 지급보증과 자금지원, 은행채매입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은 당국의 수습능력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25조원이 넘는 세금을 걷어 원성이 높았던 휘발유 세율은 인하하지 않으면서 감세조치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지난 1~2년 사이에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려 가계파산위험으로 내몰던 당국이 약간의 금리인하로 어떻게 내수가 진작될 수 있는가.

필자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전국순회강연과 집회에서 외국계은행과 국내은행의 해외단기차입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면서 금리를 올릴 것이 아니라 대폭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통화관리정책의 실패를 물어 한은총재를 경질하라는 성명도 낸 바 있다.높은 카드수수료율 문제는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영세사업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가입자대표들이 참여하는 요율책정위원회에서 적정한 요율체계를 잡아야 한다며 법개정안도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의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금리와 카드수수료 인하조치를 취하는듯하다가 하나마나한 카드수수료 인하로 끝나고 말았다.

국민들 생활이 어렵고 힘들다면 이의 해결을 위해 밤을 새워 노력하는 것이 공직자와 정부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취할 자세이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의 자세는 국민의 이런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정부당국의 뒷북대책과 정책능력에 대한 불신을 시급히 해소하려면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담하고 분명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아직도 외자유치 같은 헛소리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국민부담도 최소화하면서 잘못된 제도운영으로 파탄이 난 구멍들을 신속하게 메우고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첫째, 신용경색을 확실히 풀 수 있도록 통화 공급을 충분히 하되 책임을 확실히 묻고, 둘째 가계와 중소기업 및 영세상인의 파산위험이 심각하므로 은행대출이자와 카드수수료를 대폭적으로 낮춰 파산위험을 축소하고, 셋째, 기름 값, 통신료, 약값, 교육비 등의 부담을 줄여 국민생활안정과 내수 진작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외국투기자본의 준동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외국자본이 평균 25%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환율폭락을 겪고 있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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