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의 '문학의 텃밭 돌아보기'
기형도 시인의 '문학의 텃밭 돌아보기'
  • 강찬호
  • 승인 2008.10.31 0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세경(기형도를사랑하는사람들 회원, 시인, 광명소식시 시민기자)




10월 11일 10시 소하 2동 기아 삼거리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기형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기사모)과 시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 문학의 텃밭 돌아보기”라는 주제로 소하리에서 생의 거의 전부를 보냈던 시인 “기형도”의 시와 삶의 흔적을 더듬고자 모인 것이다.
 
기사모 최평자 회장의 “하늘 맑고 바람 맑은 가을에 우리지역에 뿌리 내린 시인 기형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의 흔적을 찾아보지 못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기형도 시인의 흔적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인사로 일행은 걸음을 옮겼다.


   
이날 답사 일정과 해설을 맡은 양철원 학예사의 안내로 기아 삼거리 - 옛 388종점(고속철 주박기지) - 시인의 생가 터 - 안양천을 걸으며 시인의 시속에 나타난 행적을 따라가 보았다.
    
옛 388종점에서 우연히 같은 마을에 살았던 시인의 초등학교 동창인 신영수씨를 만났다. 신영수씨는 유년시절 시인과 안양천에서 물장난도 치고 안양천변을 자전거를 타도 달리던 추억들을 얘기해 주었다. 

시인의 생가 터에 이르렀을 때 우리 일행은 황망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시인의 어머니가 시흥으로 이사를 하며 팔게 된 시인의 생가는 흔적도 없어지고 공장으로 쓰이는 듯한 콘테이너 가건물이 삭막하게 서 있었다. 



2005년 생가를 찾았을 때 남아있던 시인이 거처했던 방이며 담벼락에 그려있던 그림낙서, 뒤뜰에 서 있던 은행나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시인의 생가를 지켜내지 못한 자책과 회한을 금치 못했다. 생가 터 주변에는 납골 시설인 메모리얼 파크가 공사중이었다.
    
옛 사진속의 생가를 떠올리며 김무숙님(빛누리 독서회 회원)의 “빈집”낭송을 청했다. 시인의 친구 “신영수”씨는 “안양천 뚝방 아래 길에 이름이 없는데 ‘ 기형도 시인 길’이라고 붙이면 좋겠다”며 “문학적 향기를 담은 마을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생가에서 나와 억새풀이 바람에 날리는 안양천변 공원 벤치에 앉아 최평자 회장의 “안개” 낭송을 들으며 우리는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하읍의 “명물” 이었다는 안개...



한 때 도시의 산업화로 폐수가 흐르던 안양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일행은 시인을 기억하며 기념촬영을 하였다.  기아솔길에서부터 걸어서 시흥대교를 건너 시흥역 부근으로 열무를 팔러 다니던 시인의 어머니를 기다리며 지은 “엄마 걱정”(오세화, 시향동아리)을 들으며 안양천 뚝방길을 지나 388종점(고속철 주박기지)으로 돌아왔다.    
    
29세로 운명을 달리한 시인은 “입속에 검은 잎” 이라는 한권의 시집으로 다시 살아서 우리들 심장에 살아 숨쉬고 있다. 경기도의 문학지리를 더듬어낸 “장소의 기억을 꺼내다”(장석주지음)라는 책에서 기형도시인을 다루고 있다. 시인의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문학적 지리’가 지역과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시인이 남긴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한국문단의 한 획을 긋는 위치에 있으며  많은 사람의 논문으로 연구되어지고 있다. 그런 시인이 광명시에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 에게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짧은 생을 진실하고 치열하게 살다간 기형도시인의 “ 문학의 터전”을 우리 시민 모두가  함께 일구어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기형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주최로 지난 10월11일 문학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났지만 모임의 회원이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내년 2009년은 기형도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20주년이 된다. 기형도 시인은 광명시 소하동에서 어린시절부터 젊은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소하동은 기형도 시인의 시의 소재가 됐다. 기형도 시인은 광명의 시인이다. 독특한 색깔의 시를 통해 문학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안동 실내체육관 한 곳에는 기형도 시인을 기리는 문학비가 있다. 그리고 지역에는 기형도 시인을 사랑하는 모임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