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
  • 이태복
  • 승인 2008.11.0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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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이 비상시국에서 우리는 기왕의 보수진보의 입장을 떠나 대한민국의 앞날과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사회각계에 간곡한 호소를 드린다.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 이번 위기국면이 조속히 수습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도산과 가계파산, 실업자의 급증으로 국민고통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국민생활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엄혹한 상태를 방치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요, 경제파국으로 피해를 입게 될 사회적 약자에게 가하는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상황은 사실 단순한 요인 때문에 발생했다. 과도한 개방으로 외국의 자본이 한국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있고, 외국계 은행지점과 국내금융기관 등이 외국단기외채를 1,600억 달러나 차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취약한 대외 의존적 금융조건에서 미국 발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의 파고가 덮쳐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갔고 단기외채를 일거에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주가폭락과 환율상승의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은 97년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측면도 있다. 95-6년 자본 시장개방으로 외자의 대거유입과 97년의 일시유출이 일어나면서 외환위기가 왔듯이 이번에도 한국정부와 국민경제는 과도한 외자의존 구조를 바꿔내지 못하면서 2,6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외자가 대거 이탈하자마자 한국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어쨌든, 지금 국민들이 정부의 잇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폭적인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를 비웃듯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경제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다행히 3백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로 급한 불은 겪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우리 대기업의 도산과 한국정부의 신용위기에서 온 것이 아니라 외자이탈과 단기차입금의 일시상환요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신속한 조치와 풍부한 자금지원, 확실한 보증, 그리고 일관된 입장, 단합된 국민의 태도가 구체화된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정부당국과 여야의 정치권, 기업과 노동계 모두에게 국민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시급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국회시정연설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안이한 인식, 국론분열적인 언행, 뒷북 대책이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는 참여정부 등 역대 정부의 지나친 대외개방이 위기를 불러왔지만 이를 증폭시킨 것은 정부당국의 대처실패에 기인한 만큼 경제파국에 책임있는 정책 책임자에게 엄중하게 그 잘못을 묻고 전직 국가원수를 포함한 한국사회의 지도층인사들의 고견을 청취해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여 국민단결의 분위기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 여야정치권은 국민생활이 파탄에 직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남 탓을 하는 정쟁을 중지하고 시장안정조치와 은행금리, 기름값, 통신비, 카드수수료, 약값, 대학등록금과 사교육비 인하 등 민생안정을 기할 수 있는 제도마련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 이번 경제위기의 핵심은 지나친 대외개방 문제였던 만큼 투기자본의 준동을 억제할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한국사회는 보수진보세력간의 세력교체와 책임공방으로 심각한 분열 상태에 빠져있다. 따질 것은 따지고 가릴 것은 가려야 하겠지만, 현재 직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한 연후에 해도 늦지 않다. 만약 이 위기국면에서 서로 네 탓 남 탓만 한다면 역사는 우리에게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 금융권은 과도한 외자 의존과 단기외채급증에 책임이 있는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하며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경기위축을 구실로 구조조정과 감원과 같은 극단적 대책보다 함께 위기를 풀어나간다는 입장에서 고용안정과 기술개발에 전력해야 한다.

 - 노동계는 당면한 경제위기극복이 고용안정의 기초임을 인식해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노사대화 등 다양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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