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 이태복
  • 승인 2008.11.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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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미국발 금융위기는 오바마 민주당 정권을 탄생시켰다. 오바마는 중산서민대책으로 대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것이고, 보호주의의 물결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중국이나 신흥공업국들과의 통상마찰이 심화되겠지만, 과거와 같은 미국의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유로국가나 중국, 일본의 협력에 의해 공존을 모색하는 시대로 변모할 게 틀림 없다. 하지만 이런 기조적인 전망은 미국국채가 대폭락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만약 적자국채 규모가 너무 커서 주저앉게 된다면 달러 유일경제통화지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국제결제통화의 다원화시대는 생각보다 일찍 올 수 있다. 이 갈림길의 키는 일단 오바마와 미국의 새로운 지도부의 어깨에 좌우될 것이니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격변기에 대한민국은 강대국 틈새에 끼여있어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운명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가슴과 머리는 터질 지경이다. 돈이 돌지 않아 급전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영세업체들은 폐업하거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판에 무엇이 급하다고 6~7천억원의 돈을 극소수의 부유층에게 신속하게 돌려주는가. 그런 돈이 있으면 신용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신용기금으로 투입하는 것이 옳다.

지금 정부가 시급히 할 일은 단기외채 상황에 급급한 금융, 증권, 보험 등에 산업은행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대규모 증자를 단행하고 철저한 내부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또 부동산거품으로 부실을 키워온 건설사와 제2금융권의 퇴출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연쇄부도의 악순환을 만들지 않도록 즉각적인 조치와 부동산 거품을 하나씩 해소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주책 소유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대책은 한국경제를 여전히 7~80년대의 개발시대 경제로 몰아넣겠다는 무지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둘째는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의 침체로 구체화되는 당사자가 그동안 장기침체기에 빠졌던 한국경제에서 예외적 존재였던 수출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틀 것이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로 누려왔던 이익규모가 천문학적이었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침체는 견딜만한 것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생산감축이나 구조조정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내는 만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국내 생산유지와 고용안정, 하청업체와의 상생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런 임시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조치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한국경제가 신흥공업국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것은 한국지도층이 순진하게 월가의 논리를 모범생처럼 추종해 지나치게 자본시장을 풀어놓고 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고 세계13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달러체제만을 고수했던 탓이다. 투기자본의 준동을 막고 자본이동과 운용과정에 대한 감독기능을 대폭적으로 강화하면서 국제결제방식을 다양화하고 원화결제비중을 높여야 한다.

넷째, 금융위기 속에서도 수출의존도가 낮은 기술보유국가들은 타격이 적다. 일본이 그 예다. 따라서 말로만 떠드는 중소기업과 R&D가 아니라 실제적인 부품소재 분야의 R&D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통해 일자리, 내수활성화, 경제성장과 수출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침 우리는 잘 나가고 있는 10대 제품의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소재만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국내경기는 바로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기술개발사업이 겉돌았던 것은 나눠먹기, 하나마나한 기술개발, 대기업의 기술개발 몰아주기 등의 작태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20여년 투자한 기술분야에 뛰어들거나 상품화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연구개발에 예산이 투입되었으니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이 정부에 들어와서도 이런 문제는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답게 이념전쟁을 그만두고 국민적 단결, 사회적 대타협으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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