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랑, 용서
행복, 사랑, 용서
  • 김경표
  • 승인 2009.03.06 13: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 폭풍우가 휩쓸고 간 고요함일까? 아침 호수 위를 엷게 덮은 물안개 속의 잔잔함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지금의 내 마음은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봄볕 받으며 한 잠 자고난 후의 텅 빈 허전한 가슴이다.
 
행복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김수환 추기경께서 유언처럼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다. 그렇게 삶을 사시고 실천하시다 선종하신 추기경님. 그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과 지표를 마련해 주셨다.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하고 종파를 넘어선 그분의 추모 열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크게 감동케 하기에 충분했다. 십 원짜리 하나 남김없이 모두 우리에게 내려놓고 떠나시는 무소유의 삶은 물질 만능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뒤 돌아 보게 할 뿐만 아니라 욕심을 버려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함은 물론이다. 가짐이 부족해도 만족하고 감사 할 줄 알며 덜 소유하더라도 자신에게서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고 바로 나누어 행복을 찾는 무소유의 마음은, 소유하기 위해서 싸우고 좀 더 많이 얻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이처절한 시대에 우리가 가슴속깊이 깊이 새기고 온전히 안아야 할 정신 같다.

사랑하라!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좋게, 사랑스럽게, 유일하게 창조하셨다. 하느님 앞에 특별한 이 없는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유일한 창조물이기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만 하며 또한 당연히 사랑 받아야만 한다.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이시기 때문이다. 추기경께서는 어렵고, 소외되고, 핍박받아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살피고 어루만져 주시는 삶을 우선적으로 사셨던 분이셨다. 이런 사랑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시고 우리 곁을 떠나면서 사랑하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셨다.

용서하라!
우리가 용서 할 수 있으려면 주님의 현존하심에 온전히 의탁할 수 있을 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입으신 옷 벗기 우고 십자가에 못 박혀 세 시간 동안이나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실 때가 되자  하느님 아버지께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도록 청하시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이런 예수님의 행하심을 가슴에 담아 우리에게 용서 하라 말씀 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얼마나 많은 미움과 시기 질투 알력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는가! 주님께서 돌아가시면서 행하심의 그 뜻을 우리가 백분의 일이라도 실천해 나아갈 수 있다면 용서 못하고 용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흔히 미워하고 또 용서한다고 말 한다. 그러나 분명히 깨우쳐야 할 것은 용서는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잘못을 완전히 잊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추기경께서는 무소유의 마음으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하느님께서 유일하게 사랑스럽게 창조하신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실천함이 있었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 한을 담고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먼저 내놓은 말씀은 용서하라는 말씀이었다. 이런 그분이 스스로에게 던지던 말은 의아스럽게도 “나는 바보다.”라고 하셨다. 더 행복하고, 사랑하고, 용서하지 못한 회환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여기서 성직자로서 그분의 영적인 크심과 행하심이 얼마나 진실 되고 겸손함에서 이루어졌는가를 다시 생각 하게 되었다.

이제 추기경님의 육신은 떠나셨다. 그러나 그 정신은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보다 더 크고 아름답고, 더 높은 참 좋은 곳이 있음을 확신하기에 이순간이 결코 허무하거나 슬프지 않다. 이제 옷매무새를 다시 고쳐 입고 밝은 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해본다.

김경표(수필가, 민주당 부대변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갱표 2009-03-09 17:16:45
추기경이야기하면서 자기 사진이 왜 이리 크게 실어? 이런 글 실어주는 신문은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