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문제, 공존의 지혜 발휘해야
재개발 문제, 공존의 지혜 발휘해야
  • 양기대
  • 승인 2009.03.17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양기대 (민주당 광명을 지역위원회 위원장)

우리 사회는 언제쯤 냄비사회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인가. 대형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원인 규명에 나서고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쉽게 잊어버리고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다.

올해 1월20일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발생한 ‘용산철거현장 참사’도 이런 대표적인 사례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철거현장 참사에 대해 그동안 정부여당과 야당, 시민단체,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 등에서 백가쟁명으로 많은 대책들이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용산재개발 구역 철거가 재개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3월13일 국회 언론브리핑에서 “'용산 참사'가 발생한 용산 재개발 4구역의 철거작업이 참사 발생 51일 만에 재개됐다. 참 모진 정권이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도 되지 않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철거가 강행되는 것을 보면 정말 모진 정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변인의 ‘모진 정권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재개발과 관련한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용산참사 이전과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올 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한 제도개선방향을 내놨다.

개선안의 주요내용은 #상가세입자에 대한 우선분양권 제공 및 휴업보상비 상향조정, #주거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위한 순환개발방식 추진, #분쟁조정위원회 신설, #지방자치단체장이 회계감사 및 감정평가사 선정, #세입자 보상에 대한 건물주의 책임강화 등이다.

얼핏 보면 재개발 지역에서의 세입자에 대한 권리와 보호가 한층 강화된 것 같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실효성 없고 형식적인 후속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선 상가세입자에게 휴업보상비를 기존의 3개월에서 1개월 늘려 4개월 지급한다고 하지만 상가의 특성상 생업보장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이주정착상가조성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재개발 상가를 세입자에게 우선 분양한다는 것도 재개발 후 높아질 분양대금 등을 고려하면 설사 우선 분양권을 주더라도 그림의 떡이다.

정부대책에 권리금·시설투자비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도 문제다. 재개발 지역의 상가에 대한 권리금 인정여부는 분쟁의 핵심 사안이다. 정부가 인정한 감정평가사 등 신뢰할 만한 기구에서 권리금을 합리적으로 산정, 보상해 주는 것이 분쟁해결에 필수적이다. 시사평론가 최창환씨는 “용산 참사의 쟁점은 상가 권리금 문제가 아니냐”며“앞으로 권리금을 인정하고 보상하기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개발과 임대주택이 핵심인 주거세입자 대책도 미흡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순환식 정비방식은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돼 있어 이를 우선 적용토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 순환개발이 공영개발에 의해 이뤄져야 실효성 있게 신속히 추진될 수 있다는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분쟁조정위원회도 법적인 강제성을 띠지 않아 찬반양론이 부각될 경우 현행법대로 조합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면 위원회 자체가 무력화돼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존재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장,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책임행정이 확립돼야 하지 않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2월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개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 보상비나 이주 조건에 대한 분쟁이 생겼을 때 퍼블릭 센터(공적기구)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그동안 보상 감정 과정에서 조합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 지주의 이익을 많이 내는 방법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공적기구에서 객관적으로 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영업을 계속하려는 세입자에게 ‘우선 지위권’(임차권)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문제는 제도개선 못지않게 정부여당 등 관련자들의 인식전환도 중요하다. 정부여당이 재개발을 단순히 도심주택공급 수단이나 건설경기부양 수단 쯤으로 인식해서는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벌 건설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재개발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세입자들의 생존을 위한 피맺힌 절규는 더욱 깊어갈 것이다

광명 뉴타운 추진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정모씨(36)는 “현행 재개발이 세입자의 희생 위에서 지주와 시행사가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인 만큼 이들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세입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재개발 문제를 세입자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시한폭탄인 재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여당, 재벌 건설사, 지주 등의 인식전환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