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의 서민금융대책이 필요하다
6조원의 서민금융대책이 필요하다
  • 이태복
  • 승인 2009.03.17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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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서민생활안정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IMF 직후에 나왔던 생활안정대책과 판막이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할 그 천문학적인 자금이 과연 제대로 효과를 볼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낮아서 은행대출이 불가능했던 7~10등급의 814만명의 저신용등급의 사람들에게도 1조4천억원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따져보자.

제1금융권에서 7등급 이하인 사람들은 대개 연체 등으로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거나 담보능력이 사실상 없는 상태여서 제1금융 은행대출이 불가능했던 사람들이다.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으로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등을 이용해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조만간 새로운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면 파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준다면 물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에서 고리로 빌린 돈을 대체하여 일시적으로 이자부담을 조금 완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대출방식은 제1금융권에 또다른 고리대출을 합리화해주고 서민생활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채 파산을 일시적으로 회피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1년동안 7등급 이하로 떨어진 사람들은 51만명 늘어났다. 이들의 소득수준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고율의 이자부담으로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있다. 이런 그들에게 10%대의 이자부담은 너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대출로 서민생활안정은 어렵다. 또 대출가능대상자도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거꾸로 10% 대출제도는 제1금융권의 고리대출로 악용될 수도 있다.

그러면 장기적인 내수침체와 최근 수출감소로 인한 실업의 폭발적 증가,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폐업 및 감원 등으로 인한 서민층의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가. 이들이 고리대의 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신용공여와 안내자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새마을금고나 신협과 같은 지역말착형 금융기관을 활성화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 활성화할 수 있는 일부 조치가 있지만 여전히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 기업들이 빈곤층 대출을 시도하는 일부 노력이 있지만, 상징적인 사업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의 1/2 이상이 저신용자이거나 고리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3~4%의 저리로 생활안정자금과 사업자금을 제공하는 지역신용기관을 만들어내고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생산자와 연결된 공동구매제도를 활성화시켜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생활파탄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에게 긴급조치와 같은 생활안정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면서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지 않는 한, 저소득층 지원대책은 서민층의 생활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나아가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첫째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강화하는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 지금처럼 담보대출로 명맥을 유지하는 한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민금융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3조수준의 장기저리대출자금을 중앙기관에 지원하여 이를 바탕으로 30조 수준의 서민대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기관을 통해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의 고리채로 고통받고 있는 3백만명을 구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3조의 재원으로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과 생활협동조합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추가소득과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서민생활안정은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제공하는 몇 개월의 긴급안정자금은 일시적인 효과이상을 가져오지 못했다. 깊은 고민 없이 미봉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런 선심성 정책은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되돌아와 국민생활만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지역에 밀착한 빈민은행 등을 만들어 이들이 생산흐름을 촉진하도록 만들자. 그리고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유통마진 없이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생활협동조합활동에 대한 재정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밀착형 서민금융활동을 민간주도로 활성화하는 작업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경험이 쌓였고 사회적 기업으로서 서민금융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빈민은행과 생활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3조의 재원확보와 법적인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렇게 총 6조원의 서민금융대책은 최소한의 조치이다.

이태복(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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