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 원명
  • 승인 2009.03.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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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산길에 서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아침 햇살이 방긋 웃으면서 봄에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윽고 바람이 가볍게 노래를 부르면서 내 몸 가까이에서 머물다 살포시 떠납니다.
진정 기다린 봄인지,
무엇 때문에 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 산길에 서서 햇살과 바람에 물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따사한 봄날를 고대하면서 살아가는 공통점이 있지만 참으로 쉽지만 너무도 어렵게 봄날을 만나고자 애를 씁니다.
그렇게 차갑고 단단하던 얼음이 그냥 비추는 조금 더 따듯한 햇살에 그 단단하고 딱딱하여 전혀 녹거나 움직여 지지 않을 것 같던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사람이 사람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마음을 주고, 말을 하고, 배려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봄날이 될 것인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봄날를  참으로 기다리고 원하면서도 애써 차가운 기운과 바람으로 다양한 부분을 얼게 하고, 상처 나게 하고, 움츠리게 하는 것들이.

사람에게  필요한 봄은 참으로 가까이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소리는 바로 이런 듯합니다.  
부부간에 다정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소리,
아빠와 아기가 나란히 누워 코고는 소리,
엄마가 빨리 일어나 밥 먹고 학교에 가라는 소리,
할머니께서 외출하시는 할아버지의 옷차림을 살피면서 만지는 소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학교 앞 떡볶이 집에 앉아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나누는 소리,
혼자서 올라가는 등산길에 여러 새들이 지저기는 소리,
출근을 향하는 발걸음 소리,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소리,
그리고 시골녘 들판에서 삽으로 흙을 파고, 씨를 뿌리며 호미로 흙을 덮는 소리,
이러한 소리가  봄을 알리는 소리인 듯합니다.    

정호승 이란 시인은 봄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도종환 시인은 ‘첫 매화’란 부분에 봄을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상처 없이 어찌 봄이 오고, 상처 없이 어찌 깊은 사랑이 움트겠는지요. 태풍에 크게 꺾인 경상도 벚나무들이 때 아닌 가을에 우르르 꽃을 피우더니 섬진강 벚나무들도 중상을 입은 나무들이 한 열흘씩 먼저 꽃을 피웁니다. 전쟁의 폐허 뒤에 집집마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낳던 때처럼 그렇게 매화는 피어나고 있습니다. 처음인 저 꽃이 아프게 아름답고 상처가 되었던 세상의 모든 첫사랑이 애틋하게 그리운 아침, 꽃 한 송이 처절하게 피는 걸 바라봅니다....문득 꽃 보러 오시길 바랍니다.” 

원명(금강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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