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장 무관심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기고>가장 무관심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 심종구
  • 승인 2009.03.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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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화재라고 생각한다. 이는 화재가 모든 것을 태우는 것도 있지만 자칫 사람에게는 평생동안 짊어지고 가야 할 무서운 피해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화재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화재로부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도 화재예방보다는 화재진압에 소방활동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후 대부분의 도시들이 소방대를 설치해 화재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소방서는 일반인들의 화재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고, 건축물이 내장재 · 방화구획 ·피난계단 등의 방화시설과 소방시설을 완비하도록 지도한다.

또한 화재발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도시들은 건축법에 화재안전법규를 포함시키고 있다. 건축물은 화재가 연소 확대되지 않도록 구역을 분리하고, 화재예방장치 · 경보기 · 비상구 등을 설치하며, 화재위험물을 격리하고, 건축물 전체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소방장비를 갖추도록 설계된다. 

최근에는 목재 · 직물 등의 가연성 물질에 입히거나 스며들게 하는 페인트와 화학약품과 같은 난연성(難燃性) 건축재료도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이루어진 한 연구결과 가장 빈도가 높은 화재원인은 전기인 것으로 밝혀졌으며(전체 화재 사건의 23%), 그 밖의 화재원인으로는 흡연(18%), 산업용 기계류의 마찰열(10%), 과열된 재료(8%), 보일러 · 난로 · 화덕(7%)의 순으로 나타났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경보체제이다. 이것은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피신호를 보내고, 소방서에 화재발생경고를 발하며, 화재발생지점을 밝혀내는 장치이다. 수동 화재경보기 이외에 많은 자동경보장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특정 온도에 이르면 작동되는 열감지장치, 온도의 상승에 의해 작동되는 온도상승률탐지기, 연기 발생을 감지하는 연기감지기가 있다. 

많은 공공건물에는 화재가 감지되면 그 구역에 물보라를 내뿜는 스프링클러 소화장치가 설치된다. 이런 장치의 효력은 전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의해 확인됐다. 이 장치에 의해 화재가 조기 진압된 경우는 화재발생 건수의 65%였고, 다른 소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때까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방지한 경우가 32%로 나타났다. 이 장치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이 물에 의한 피해 가능성인데,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불이 초래할 수 있는 피해에 비하면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단시간 내에 진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명구조이다. 그 다음으로 불길이 인접 건물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고, 독성 연소물과 가열된 공기를 내보내기 위해 건물을 통풍시킨다. 배출작업은 잘 훈련된 소방공무원의 정확한 판단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데, 신선한 바깥 공기의 유입으로 인해 불길이 거세지거나 연기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통풍 후 본격적으로 화재진압을 하게 되는데, 이때 주로 이용되는 방법은 상하협동체제이다. 즉 건물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진화해가는 동시에 불길이 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협공하는 방식을 취한다. 

오늘날에는 화재진압시 다양한 소화장비들과 소화제가 사용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소화장비는 소방차로는 펌프차 · 굴절사다리차 · 고성능화학차 ·배연차 · 구조공작차, 물탱크차 등 용도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다. 선박 또는 항만의 화재진압에는 소방정이 사용되며, 고층건물 또는 임야의 화재에는 불길을 잡는데 헬기가 동원돼 방화용 슬러리 또는 현탁액(懸濁液)을 쏟아붓기도 한다. 또한 우주선을 비롯한 여압실(餘壓室) 내의 소화에는 더 큰 주의가 필요한데, 이곳의 연소율이 정상기압하에서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런 장소는 화재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엄격한 건축지침이 적용되며, 고가압(高加壓) 스프링클러 장치가 설치된다.

여러 종류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는 물 이외에 각종 소화제가 쓰인다. 포말원액(泡沫原額)은 인화성 · 휘발성 액체의 화재에 사용된다. 포말원액과 물을 혼합하고 여기에 공기를 섞어 화재발생 장소에 인접한 건축물의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살포한다.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질식 및 냉각효과에 의한 소화를 목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일정한 고압용기에 저장해 두었다가 화재시 이산화탄소를 화원 또는 방호구역에 분사하여 산소농도율 15%이하로 낮춰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소화 효과가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있는 소방관계자 들보다는 못하지만 간단하게 화재장비에 대한 분분을 설명해 보았다. 이처럼 시간에 따라 화재장비의 질도 높아졌으며, 기술도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화재장비의 질이 높아졌다고 해도 우선 중요한 것은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주위를 돌아보면 화재예방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특히 사소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화재의 10%정도가 담뱃불에 의해 발생하여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는 최근 3년간 담뱃불로 인한 화재진압 비용 중 790억을 담배제조회사에 소송을 청구하여 진행 중이다. 산불의 상당 부분이 담뱃불로 인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시민들의 담뱃불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심지어 주유소 및 가스충전소에서 담배를 피는 시민들을 본 적이 있다. 작은 담뱃불로 인한 불티만 떨어져도 엄청난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일부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이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실제 주유소에서 발생한 엄청난 화재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 1998년에 발생한 부천 대성가스폭발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물론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또한 부천시 경계지역인 서울 강서구 지역에서 발생한 주유소 화재사건은 그야말로 일반 화재와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줬다. 그나마 서울 강서구 주유소 화재사고는 주위에 주택가가 없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주택가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화재에 대한 피해의 심각성을 주장하고 싶다. 지금은 봄철소방안전대책추진기간이다. 실제 화재도 봄철기간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 3.17일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산불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재산피해를 가져온 것도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밝히고 있다.  사소한 지나침과 무관심이 주위에 엄청난 피해를 몰고 있는 화재. 이제 다시 한번 주위를 돌아봤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심종구
광명소방서 예방과 지방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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