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미학을 가진 교육감은 없나?
설득의 미학을 가진 교육감은 없나?
  • 양두영
  • 승인 2009.04.05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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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두영 (광명시 고교평준화와 교육복지시민모임 대표)

지난 31일, 각 시도교육청은 또다시 전국단위의 일제고사를 강행해 교육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전국의 학생들을 일렬로 줄세울 수 있고, 그 줄의 앞에 서기 위해 사교육비를 무한정 쏟아붓게 만들 수 있는 위험스런 시험이다. 중앙언론에서는 “경기도에서 119명, 전국적으로는 800명에 가까운 학생, 학부모가 체험학습에 참가하는 등 ‘예상대로’ 일제고사는 파행을 겪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 몇몇 표집학급만으로 학교간 지역간 교육상황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교육청이 문제은행식으로 다양한 문제를 제공하고 학교에서는 자기 학교 상황에 맞게 날짜와 시험방식을 선택하여 시험을 치르면 충분할 터인데도 교육청은 뻔히 ‘예상되는’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광명은 고교 비평준화 제도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내가 속해있는 교육복지시민모임에서는 줄기차게 경기도 교육청에 ‘광명시 고교입시제도에 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즉, 교육 전문 기관에 의뢰하여 평준화 제도와 비평준화 제도 중 어떤 제도가 광명시에 더 타당한 지를 교육적, 행정적으로 검토하여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기도교육청의 태도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70% 이상의 광명 시민들의 바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거 있는 이유를 들어가며 설명하기 보다는 딱 잘라서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행정이 과연 이런 모습이어도 되는지 의심스러웠었다.

4월 8일에는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기도 교육감을 선출한다고 한다. 교육이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더 대화와 토론이 중시되고 설득의 방식을 추구하는 영역이다. 새로 되시는 경기도 교육감은 뇌물수수나 성추행 등에 대해서는 고작 감봉이나 정직으로 처리하면서 일제고사에 대해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선택권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해고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고, 학부모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를 교육학적, 행정적 심사숙고 없이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고, 설득의 미학을 지닌 대화와 토론의 달인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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