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수행자의 기우(杞憂)
출가수행자의 기우(杞憂)
  • 승묵
  • 승인 2009.04.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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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승묵 (금강정사 교무 스님)

 기우(杞憂)는 쓸데없는 걱정, 안해도 될 근심을 이르는 말로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준말이다.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나오는 말로 “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亡無所倚 廢寢食者(기나라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 둘 곳이 없음을 걱정한 나머지 침식을 전폐하였다)”에서 유래한다.

 최근 환경부에서는 국립공원구역 내에 단란주점 등 유흥업을 가능하도록 할 뿐 아니라 케이블카 설치 등을 양성화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립공원 내에 설치 가능한 상업시설을 크게 확대하여 기존 시설에 단란주점업, 일반음식점업, 휴양 콘도미니엄업, 관광펜션업을 위한 시설도 가능하여 국립공원 등에 즐비한 전통사찰 앞에 유흥업소가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부는 자연공원 내에 설치할 수 있는 케이블카 설치 규정도 크게 완화해 간단한 허가 승인만 받으면 설치 규모 등의 제한 없이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환경부가 개발 중심의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연과 역사문화 환경을 심각히 침해하는 개발 위주의 자연공원법 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9일 4대강 사업을 총괄할 차관급 인사를 공모하기 위해 지난 6일 채용공고를 냈고 오는 15일까지 채용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를 통해 뽑힌 총괄 책임자는 앞으로 관련부처 및 지자체와의 의견을 조율하고, 본격적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국토해양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는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4대강 정비사업에 2012년까지 12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말로는 4대강살리기라고 하면서 실제 수질개선 사업은커녕 하도준설, 슈퍼제방축조 등의 운하 기반을 닦고,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부풀려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짓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산과 강 등의 자연은 개발 대상이 되어 온 국토는 건설현장이 되버렸다. 부자가 경제가 세상 사람들의 화두가 되며 모든 것들은 돈을 시금석으로 재단되기 시작했다. 재테크는 직장인과 주부 뿐 만 아니라 대학생이며 아이들의 입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도대체 세상이 어찌 되어가는 것인가? 무섭고 두렵다. 돌아오는 과보를 어찌 다 받으려고 그러는지... 아마 저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구름산을 오르는 길을 정비한다며 사찰에 이르는 길을 복개하는 짓거리도 서슴지 않을 것 같다. 제발 할 일 없는 기우이기를!

 잘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요즘 한참 인기를 얻고 있는 모가수의 노랫말처럼 마냥 ‘별 일없이 사는’ 것일까? 아니면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근사한 주택에서 사는 것일까? 출가수행자의 군상에서는 한 끼의 일용할 양식과 마음의 평화가 가장 잘사는 것이다. 내 자신의 삶을 잘 살피고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세상의 시류를 거슬러 오르는 노력을 한시도 소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수행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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