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4대 권력’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적인 아파트' 만들어야.
‘아파트 4대 권력’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적인 아파트' 만들어야.
  • 김익찬
  • 승인 2009.04.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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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찬 (하안1단지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아파트에 4개의 권력기관이[?]있다. 입주자대표회장·부녀회장·통장 ,관리사무소장 이들이  ‘4대 권력’ 이다.

사례부터 살펴보면, 지난해 7월 서울 압구정동 A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가 부녀회 회장과 부회장 등 4명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부녀회가 단지 시설을 알뜰시장 상인에게 내주고 매달 450여만원을 챙겨 임의로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2005년 잠실지역 3000가구 대단지의 입대의 회장인 박모씨는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쫓겨났다. 같은 동에 사는 주민들이 불신임해 동 대표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두 군데 이용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통장이 주민들에게서 불신임 서면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박 회장은 불신임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사례는 입주자대표들끼리 여당, 야당으로 편이 나뉘어져 제안된 안건마다 사사건건 반대만하는 대표와  찬성하는 대표로 나뉘어져 알력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다.

3개의 사례는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일어나는 권력 다툼의 전형이다. 단지 내 실력자는 입대의 회장, 자치부녀회장, 통장, 관리사무소장 등 이른바 '아파트 4인방'이다. 4인방의 위상은 단지마다 다르다. 입대의 회장이 제왕처럼 군림하는 곳이 있는 반면 부녀회장이나 통장, 심지어 관리사무소장이 입대의 회장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곳도 있다. 물론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적 아파트 관리가 실현된 단지도 적지 않다.

입대의 회장은 주민이 뽑은 '단지 총리'다. 공동주택관리규약이 정한 법정기구가 입대의다. 엄격한 자격 요건이 정해져 있다. 지자체가 권장하는 표준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는 동 대표를 뽑고, 동 대표는 호선으로 입대의 회장과 이사·감사를 뽑는다. 주민 10% 이상이 원하면 회장을 입주자가 직접 선출할 수 있다. 직선이든 간선이든 주민 대표로 뽑힌 만큼 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고 실력자다. 이권을 주무를 수 있어 '입대의 회장'이 평생 직업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수뢰·횡령으로 뒷돈을 챙기다 전과자가 된 회장도 수두룩하다. 전횡을 일삼다 해임되기도 한다. 회장은 입대의 과반수 의결로 해임할 수 있다. 동 대표로 뽑아준 입주자 3분의 2가 불신임 동의를 해도 해임된다. 일종의 탄핵이다.

자치부녀회장도 막후 실력자다. 부녀회는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에 따른 부녀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자생단체[봉사단체]인 자치부녀회가 있다. 입대의와 마찰을 빚는 알뜰시장 등 수익사업은 봉사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자치부녀회가 단지 내 실세로 통하는 것은 부녀회원이 동 대표로 진출하거나 통·반장을 겸하고 있는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치부녀회가 사실상 법정기구인 입대의를 장악하거나 배후 조종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입대의가 부녀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수익사업에 시비를 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녀회원의 동 대표 겸임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관리사무소장은 일상적 관리 업무를 책임지며 입대의 의결 사항을 집행한다. 입주민의 손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간혹 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소장이 있다. 관리사무소장이 동 대표를 해임하는 사건도 일어난다. 부녀회장과 손잡고 입대의 회장을 불신임한 사례도 있다. 입주민이 법령에 밝지 않은 점을 노려 관리 예산을 횡령하거나 뇌물을 받고 외부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소장도 가끔씩 적발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주택관리사보 등 자격증 소지자가 늘어나면서 전문화되고 투명화 되는 추세다.

통·반장은 왕년엔 더 잘나갔다지만 여전히 실세다. 통장의 특기는 가가호호 방문이다. 통·반장은 여러 곳에서 폐지되긴 했으나 주민 모임인 반상회를 주관한다. 반상회에 불참하면 관리비에 벌금 5000~1만원을 추가해 징수하는 곳도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는 이들의 선거 개입이 문제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요즘에도 통장은 동사무소나 파출소의 공무원과 잘 통한다. 입주자를 직접 찾아가 도장 받는 능력에선 추종을 불허한다. 마음만 먹으면 입대의 대표를 무력화할 수 있다. 입대의나 부녀회의 추천으로 통장이 임명되는 곳도 적지 않다. 

많은 아파트가  위와 비슷한 사례를 경험해 본 아파트가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위의 4대 아파트 권력은 ‘윈-윈’하기 위해서 협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조직에 대한 패권다툼으로 자생단체인 자치부녀회를 해산시키는 경우도 있고, 입주자대표를 해임시키는 경우, 통장선출시 동사무소에 입김을 넣어 통장을 탈락시키거나 넣는 경우, 관리소장을 교체하는 경우 등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고, 입주자대표는 자치부녀회 회원이 될 수 없거나, 자치부녀회원과 통장은 입주자대표자격이 없도록 자치관리규약에 넣은 사례도 있다.

각 단체들이 서로를 견제할 수는 있지만 균형을 찾기는 쉽지가 않은 듯싶다. 각 단체들 간 분쟁이 있을 경우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광명시에 많은 아파트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아파트가 늘어 나고있다.

예를 들자면 입주자대표회의 후 중요안건의 결과물들이 게시판에 공고되면, 공고된 결과물만 보고 판단, 내용이 왜곡 전파되어 아파트에서 엄청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정보 왜곡과 유언비어를 줄이기 위해서 아파트 4대 권력기구라는 단체의 대표들을 입대의시 참여시키는 단지가 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하안2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시 통장을 회의에 참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고, 소하동의 동양아파트도 통장을 회의에 참여시킨다고 한다.

제가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있는 하안1단지[1980세대]의 경우도 2008년9월부터 7명의 통장 중에 통장대표1명과 자치부녀회장 1명을 입대의 직능대표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참여하는 통장대표 1명과 자치부녀회장은 발언권과 의결권까지 직선 입대의 대표와 똑같은 권한을 가지고 회의에 참여하도록 관리규약을 변경하였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아파트 단지 내에  단체 간 갈등이나 분쟁, 정보왜곡, 유언비어는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이다. 단지 내 각 단체 대표 또는 회장들이 입대의에 참여하여 아파트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들만의 독주는 있을 수 없고, 회의결과물들도 입대의에 참석한 직능대표들이 통장들과 자치부녀회원들께 직접 전달할 수 있기에 회의결과물에 대해서 왜곡될 소지가 그 만큼 줄어 들고 있다. 통장들만의, 자치부녀회원들만의 독단, 독주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견제와 균형이 잘 잡힌 시스템인 것 같다.

광명시 타 아파트 단지에서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지역대표선출처럼 자치부녀회장과 통장대표1명을 직능대표로 입대의에 참여시키는 시스템을 적용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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