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구장, 과연 안전한가?
인조잔디구장, 과연 안전한가?
  • 신동렬
  • 승인 2009.04.28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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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진보신당 광명시당원협의회 위원장)

언제부터인가 도시에서는 흙을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나마 학교운동장이라도 있어 흙을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만큼은 흙을 밟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으나 최근 교과부와 문체부는 2012년까지 인조잔디 운동장 1천개 조성을 추진, 강행하고 있어 그나마 흙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광명시에서는 초등학교 한 곳과  중학교 한 곳이 선정되어 있고, 몇몇 학교는 인조잔디 조성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조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어린이들의 교육생활공간을 우리나라처럼 성장과 교육에 적합하지 않고 논란이 되는 인조잔디와 우레탄으로 뒤덮는 사례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학교체육시설의 선진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사업은 쾌적하고, 안전하고, 관리상 용이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근거로 조성되기 이전에 안전성, 교육적 가치, 신체활동의 적합성 등이 전제되어 검토되어야 한다. 

2007년 인조잔디 고무분말 유해성검사에서 뇌손상을 일으키는 납, 발암물질이 포함된 유기화합물질(T-VOC), 인간염색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향성다핵탄화수소(PAHs) 등의 성분들이 검출되었다고 언론에서 보도되자, 교과부는 178개 학교를 조사하여 이중 43개 학교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해 고무분말을 전면 교체하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진보신당 경기도당과 경기환경운동연합, MBC가 공동 의뢰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안전기준을 통과하였다고 발표한 학교들이 여전히 안전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 고무분말검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교과부는 단지 고무분말 제품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마련하고 인조잔디파일에 사용한 안료의 중금속 성분, 우레탄재질에 대한 검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인조잔디가 설치된 공간이 아이들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교육시설이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위협하고, 정부가 이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 유해성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안전이 입증될 때까지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사전예방의 원칙이 가장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는 공간이 바로 아이들의 학교이다. 

특히 중금속이나 방향성다핵탄화수소(PAHs) 등과 같은 물질은 지금 당장 그 피해가 나타나기 보다는 장시간에 걸쳐 축적되어 성인이 되거나 다음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인조잔디 재질은 열에너지를 흡수하여 엄청난 고온을 발생시켜 열사병과 화상이 자주 일어난다. 또 화상에 따른 2차 감염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실제 뉴욕시 공원관리국은 인조잔디가 설치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조잔디가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시인하여 섭씨 28도 정도의 기온에서 인조잔디의 온도는 74도까지 올라가 심각한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고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94개 인조잔디구장에는 <인조잔디> 경고표지판이 나붙었다. 표지판에는 따뜻하고 맑은 날 매우 뜨거워질 수 있고, 현기증, 무기력, 두통, 구토, 근육경련과 같은 열사병 증상이 나타날 경우 휴식을 취하라고 경고한다. 이렇듯 인조잔디는 높은 온도 때문에 열사병과 화상 입을 가능성이 크므로 성장기 아이들의 활동공간으로 적합하지 않다.

인조잔디운동장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산의 한 학교는 인조잔디를 깔고 나서,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금지, 흙이나 모래 뿌리지 말기, 껌 버리지 말기, 인화성 물질 절대금지를 공지사항으로 올렸다. 안양시 한 학교는 불과 1년 만에 인조잔디가 훼손되어 주민들의 사용시간을 통제하고 있다. 아이들과 주민들은 통제 대상이 되고, 인조잔디와 우레탄이 주인이 되는 셈이다. 

흙에서 금 긋고 그림 그리고 맨땅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불가능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공동체육시설로서의 기능도 포기해야 한다. 인조잔디는 단지 체육전용시설, 그중에서도 축구연습용 운동장일 뿐이다. ‘아이들은 흙을 밟고 커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흙이나 자연은 그 자체가 ‘교육’이다. 흙은 예전부터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놀잇감의 하나이다. 흙은 자연 그 자체이다. 흙을 만진다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흙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쑥쑥 자라게 하는 훌륭한 장난감이자 놀잇감이다. 따라서 인조잔디 운동장이라는 조형물은 자연이 갖는 교육적 효과를 반감시킨다. 요즘은 놀이터에도 우레탄이 깔려있기 때문에, 특히 도시일수록 동네에서 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가 유일하다. 교육을 생각한다면, 먼저 어떻게 하면 자연친화적인 운동장을 만들 것인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맨땅운동장밟기 운동과 학교숲 조성 정책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중단되거나 형식적인 조경공사로 전락해버렸다. 인조잔디 조성공사에는 5천억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배수로를 갖춘 맨땅운동장조성공사나 학교숲정책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광명시는 인조잔디 조성공사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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