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쓰나미, 비상대책 세워라
중국발 쓰나미, 비상대책 세워라
  • 이태복
  • 승인 2009.05.2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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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쓰나미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중국지도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하나하나 구체화되면서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말에 세계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4조 위안 약 6백조원의 내수진작책과 15세까지의 의무교육확대, 의료, 실업 등 사회보장강화 등 제반 조치를 착실히 추진해왔고 2009년에 10대산업진흥계획을 내놨다. 이 10대산업진흥계획은 2010년까지의 단기긴급대책으로 전세계적인 수출감소에 대한 중국산 제품구매와 수출촉진책 등이 포함된 것이다.

중국정부가 서방세계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과 혼란 없이 아주 효과적인 위기대응을 해내고 세계경제질서변화에 대처해가는 능력 등을 평가해 볼 때 세계 어느 나라 정부보다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한국인의 처지에서 보면 중국의 10대산업진흥계획을 마냥 칭찬만하고 있을 수 없다. 중국이 수출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철강, 자동차, 방직, 기계장비, IT, 조선, 경공업, 석유화학, 비철금속, 물류산업을 진흥하게 되면 바로 이 분야에서 중국에 수출하고 있던 한국기업의 수출판로가 막히고 중국기업의 세계시장에서의 도전이 거세지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연구기관들은 중국의 10대산업진흥계획이 구체화되면 한국의 중국수출은 137억 달러정도로 감소하고 18만5천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성장률도 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타격이 1년 정도에서 멈춘다면 일시적 충격에 그칠 수 있지만, 중국산업진흥계획은 이참에 중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해 각 분야에서 한국을 능가할 수 있는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키고 부품소재기술개발을 앞당긴다는 것이므로 한국경제로써는 갈수록 태산이다.

지금 한국정부는 긴급재정을 투입해 돈을 풀고 생계자금을 중소기업과 빈곤층에 투입했으나 이런 조치는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반짝효과 이상을 가져오기 어렵다. 또 적자국채와 국민을 담보로 외화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정작 필요한 기업에는 돈이 돌지 않고 빈곤층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처럼 수출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국산품사용을 적극권장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노력 같은 산업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장기 매수침체에 빠지고 또 경제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 허약한 대외 의존적 체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허약한 대기업과 대외의존형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하면서 수출촉진책과 원자재확보, 달러채권 이외의 국제결재화폐 다원화, 투기자금진입금지와 투자제한조치 등 다양한 위기대응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아예 문제의식이 없다 그저 적자국채와 외화차입을 통해 반짝 경기를 만들어내는데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한심한 일이다.

그러면 중국발 쓰나미에 대처할 어떤 비상대책이 있는가

첫째는 일단 중국정부의 조달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구매협정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한국의 해외 수출품에 쓰이고 있는 부품소재분야에 국산품우선정책을 긴급히 실시해야한다. 셋째, 국내 주요 판매제품의 경우 국산화율이 80%이상을 차지할 경우 세율, 관세 등에서 인센티브 등 촉진책을 세우고 넷째,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은 현재 전세계적인 보호주의정책으로 볼 때 자칫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일단 유보하고 다섯째, 원자재와 식량 확보를 위한 정부차원의 획기적 투자계획을 세워야한다.

중국의 10대산업진흥계획이 완료되는 2010년 이후가 되면 한국경제는 심각한 동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서둘러 중국발 쓰나미에 대처하는 한국 나름의 비상대책을 세워야한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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