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공무원 노조
국민과 공무원 노조
  • 이태복
  • 승인 2009.05.25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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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당면과제에 목소리를 내려는 일정도 잡혀있다. 최근 움직임이 지도부 차원에서 활발한 것은 연금개혁이나 행정개편문제가 하위직 공무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돼있기 때문이다. IMF 이후에도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칼바람으로 계량기 검측원을 비롯한 일선의 이른바 기능직공무원 10여만 명이 해고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들이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부패와 횡령사건 탓도 있지만, 국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적 곤궁과 생활의 불안정에 비해 안정된 직장과 퇴직금 등 노후보장이 잘 되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부담을 더 늘리려 한다는 불신과 의구심에서다. 사실 국민 대다수가 매년 몇 조원씩 자신들이 내는 세금을 쏟아부어 퇴직공무원들의 높은 연금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공무원 보수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연금이라도 더 줘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지만, 최근의 경제상황과 국민들의 처지에서 보면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국민들과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 거리가 클 때 공무원 노조 지도부의 태도와 전략이 중요해진다. 전교조가 좋은 반면교사이다. 참교육운동 당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전교조가 이후 관료화되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져들면서 대중적 지지를 상실하고 현재의 고립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 공무원노조는 출발 시작부터 전교조와 다르게 전폭적인 지지로 출발한 것도 아니다. 거기에 공무원 등 특수직 연금재정이 고갈되어 매년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우게 되면서 거꾸로 국민들은 특수직연금을 개혁해 국민부담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임무이므로 조합원들의 목소리만 대변하면 되는가.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데, 공무원 조합원의 목소리가 높다고 해서 그런 정책이 시행된 사례는 없다. 결국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지름길은 국민들의 지지이다. 그렇다면 국민여론과 조합원의 목소리 간의 간극이 클 때는 국민여론이 왜 그렇게 형성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국민여론이 특수직 연금을 개혁하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졌고 노후보장이 거의 없는데, 자신들이 내는 세금으로 생활하는 공무원들만 노후보장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국민생활의 불안정과 국민의 삶의 질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공무원 노동자들의 권익도 신장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이 철저하지 않은 채 조합 내부의 여론에 떠밀려 각종 집회가 추진되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첫째, 공무원노조는 일반노동조합과 다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생활하면서 국민 모두를 위한 정책을 집행하는 노동자들이므로 그 특성을 잘 살려나가야 한다.

둘째, 이런 특성 때문에 자기 목소리와 권익을 주장하려면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국민들이 공직사회에 대해 부정부패하고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공무원노동자들의 주장도 호소력을 갖기 어렵다. 정책결정보다 집행하는 일을 하는 공무원노동자라 할지라도 우리책임은 없다고 말해봐야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노조는 부패추방과 국민들을 받들고 섬기는 활동을 조합원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사업 못지않게 중시하고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셋째, 공무원노동자들의 권익보호는 국민전체의 경제상황, 삶의 조건과 직간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으므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퇴직연금 등의 문제처럼 국민들의 노후보장제도를 확립시켜가는 과제를 주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이런 난제를 안고 있는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의 권익을 발전시키면서 한국사회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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