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희망과 승리를 꿈꾼다.
기고>다시 희망과 승리를 꿈꾼다.
  • 신동렬
  • 승인 2009.05.29 08: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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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단지 몰릴 대로 몰려 주변에 손 내밀 누구 하나 없는 절망감과 절박함 만이 가슴을 통해 애잔하게 전해져 올 뿐이다. 이제 영원한 이별을 할 시간이 다가온다. 애통한 마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우리나라는 흔히들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돈이 없어 가난하면 죄인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 빈농의 자식으로 냉소와 무시에 시달렸을 고인이 사법시험을 위해 매달렸을 노력은 가히 짐작이 된다.
그런 빈농의 자식이 판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 자수성가한 성공한 정치인이 되었지만 친일과 독재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 지배세력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나보다.

고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우리사회를 지배해 온 기득권세력은 단 한 번도 고인을 국민이 뽑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지배세력들에게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자 굴욕이었기에 고졸 출신 대통령의 품위 없음과 천박함에 대해 끊임없이 물고 헐뜯고 상처 내었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그들에게 고인은 근본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재임기간 내내 집요하게 악의와 저주를 퍼붓고 대통령자리에서 끌어 내리는데 실패했던 그들이 고인의 정치적 사망선고도 모자라 권력을 빼앗긴 지난 세월을 복수라도 하듯이 눈에 불을 키고 모든 권력기구와 치졸한 수단을 동원하여 고인을 압박하였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을 사람 없다고 고인은 열심히 털렸다. 그렇게 잔혹하게 열심히 털려서 극단의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도 학벌 카르텔에서 벗어나 있다면 지배세력에게 완벽하게 소외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되고 싶었다던 그의 말처럼, 고인은 학벌 없고 배경 없는 보통사람도 떳떳이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고졸 출신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사회에 희망의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애도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이자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이고 이 나라 민주주의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비주류 정치인의 좌절과 패배에 대한 서글픔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을 통해 실현했던 희망과 승리를 다시 꿈꾸는 것이, 그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애도의 방식일 것이다.

먼 길 가시는 여행길 부디 평안하시길 빈다.

/신동렬(진보신당 광명시당원협의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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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마음 2009-06-02 02:19:23
그 위대한 생각을 왜 미처 몰라 드렸을까 한탄 스럽습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