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산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구름산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 이재흥
  • 승인 2009.07.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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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가에 서면 구름산이 보이고, 봉우리를 더듬어 가다보면 서북쪽 끝나는 곳에서 봉우리가 멈춘다. 해맑은 날이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희뿌연 비구름 속에 아담한 자태를 뽐낸다. 

  험악한 으르릉거림도 그렇다고 빼어난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무거워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면서 산을 찾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고 걱정하고 기뻐하는 우리의 산 구름산. 우리 고장의 허파인 구름산은 어떤 산이었던가. 산세는 작지만 굴참나무 사이로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등산로는 시민들에겐 손색없는 휴식공간이자 외경의 대상이기조차 했다. 뿐만인가. 야생화가 많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산길로 접어들면 꽃들이 반기고 시간에 따라 자신의 얼굴색을 달리한다.

  벌들의 놀이터요 고향이자 일터인 하얀찔레꽃, 헌집처럼 애처로운 백당나무, 뿌리가 봉황을 닮은 봉삼, 한참 꽃대가 오르는 노루발, 시큼한 맛을 내는 청미래덩굴 열매, 주로 묘지 자리에 서식하는 산새콩, 산객들의 쉼터인 산행 중간쯤의 만남의 광장, 익어가는 산딸기, 지금처럼 여름으로 넘어가는 즈음에 피는 참마리꽃, 하얀소리를 내면서 흔들거리는 때죽나무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과 넉넉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광명의 보배인 구름산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날이 갈수록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심지어 등산로를 이탈하여 음식을 해먹는 사람들도 있단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개념 없이 던져진 쓰레기와 휴지조각들도 볼썽사납다. 그래선지 심심치 않게 봐왔던 다람쥐들도 요즘은 어지럽혀진 풍경으로 몸살이 났는지 도통 눈에 띄질 않는다.

  일찍이 논어에 이르기를 어진 자일수록 산을 좋아하고 아는 자일수록 물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또 여자를 사랑하듯 산을 사랑하라는 서양의 격언도 있다. 이 모두가 소중하게 가까이 자리한 구름산을 더 아름답고 훌륭하게 보호 간직해나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일깨우고 있다. 산에 있는 나뭇가지 하나, 아무렇게 여기저기 나 있는 풀포기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는 산사랑, 자연사랑, 인간 사랑의 존엄이 우리 광명의 자연보호와 환경보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산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곧 자연 사랑과 인간 사랑의 근원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구름산은 오늘도 내일도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이재흥(51) 
산악인 
전 광명시의회의장(3선)
                   ‘광명산사람들’산악회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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