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도덕산이 망가진다.
손대면 도덕산이 망가진다.
  • 이승봉
  • 승인 2002.06.25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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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도덕산이 망가진다.

이승봉목사(광명시민단체협의회 시정지킴이 단장)

1. 도덕산 도시자연공원 조성계획

며칠 전 광명경실련 사무실에 갔다가 광명시 산업녹지과에서 보낸 공문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공문의 제목은 <도덕산 도시자연공원 조성계획 수립에 따른 의견수렴>이라고 되어 있었죠. 공문을 보낸 목적은 도덕산 도시자연공원을 조성하고자 기본계획을 세웠으니 아름다운 공원조성에 의견이 있으면 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신처를 보니 광명의 시민단체 중에는 YMCA와 경실련만 들어 있더군요. 환경관련단체로는 녹색환경협의회, 환경보호운동본부, 그리고 오래전에 활동을 중단한 녹색연합이 들어 있었습니다.(참고:수신처 11곳 / 의회사무국, 새마을운동광명시지회, 광명시여성단체협의회, 녹색환경협의회광명시지회, 광명YMCA, 광명녹색연합, 환경보호운동본부광명시지회, 광명시민화합협의회, 광명시생활체육협의회, 광명시체육회, 광명경실련)
첨부된 도덕산 도시자연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안) 보고서와 조감도를 열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광명시가 생각하는 이 사업의 개요를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광명시 도덕산 일대 438,186평에 도시자연공원을 만들려고 한다. 이 사업은 공원, 녹지공간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과 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도시환경 개선과 시민의 휴식공간 확보를 위해 공원계획은 불가피하다(현 광명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7.6㎡). 자연환경과 적절한 조화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런 전제를 가지고 시는 광명시의 상징적 오픈페이스가 될 수 있고 레크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앙공원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광명시는 도덕산을 자연생태공원(1안), 또는 다목적자연공원(2안)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내용은 두 가지가 다 비슷하고 단지 도입시설 중, 다목적 자연공원에는 썰매장, 야외공연장, 청소년야영장 등을 추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광명시는 도덕산은 시가지와 인접하여 시민생활체육공원으로 구름산은 교통 및 자연경관을 이용하여 광역적인 놀이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검토의견을 달고 있습니다.

2. 광명시의 보물인 자연환경

광명시의 최대장점은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광명시민들은 67%나 되는 녹지를 보고 광명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교육여건이나 문화, 교통에 문제가 좀 있다 해도, 언제 어디서나 산을 볼 수 있고 오를 수 있기에 광명에 산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광명시는 서독산(180m), 구름산(237m), 도덕산(183m)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길게 뻗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산들은 백두대간의 한 자락 끝으로 북쪽의 광교산(582m), 수리산(475m), 수암산(395m)을 지나면서 차례로 일어났다가 안양천과 목감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광명시의 산지 면적은 해발 40m 이상이 14.2㎢로 광명시 넓이 38.86㎢의 3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녹지의 면적이 푸른 광명을 만들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광명시의 최대 자원인 산은 대대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보배입니다. 그렇기에 산과 관련된 개발 문제는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해 서독산 도로 공사로 반디불이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는 아픈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단체와 사회단체가 힘을 합해 생태의 보고인 반디불이 서식지를 지켜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서독산 도로공사가 광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책사업과 연관되어 있고 사업비가 거의 지출된 상태라 공사 중단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독로 공사도 계획단계에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였다면 어쩌면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광명시는 일직동 광명 역사 주변 130만평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소하동 지역에 30만평의 아파트 건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독로가 끝나는 가학광산 일대 26만평을 놀이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경륜장도 들어서고, 종합운동장도 만든다고 합니다. 참으로 엄청난 개발 계획이요, 야심 찬 포부입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이 모두 성사된다면 아마 광명시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개발 계획에 아름답던 자연은 모두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 자연은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려면 사람의 손길, 발길이 닿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에 국립공원에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도 자연을 살리는 최선의 방책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도로로 케이블카로 훼손된 자연이 원래 모습대로 회복되려면 수 백 년의 세월이 걸릴지 모르는 일입니다.

3. 손대면 망가지는 산

광명시는 도덕산 도시자연공원계획을 추진하기에 앞서 보다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대체계획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우리시민 1인당 공원면적이 7.6㎡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독산, 구름산, 도덕산이 공원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충분한 휴식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산에 여러 가지 인공 건물을 세우고, 시설물을 세워 공원의 모양을 갖춘다고 해서 광명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산에 접근하기가 편리해 지면 산은 그야말로 유흥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구름산과 도덕산을 가보십시오. 등산 휴식년제를 실시해야 할 형편입니다.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 패여 있습니다.구름산 정상에 설치한 팔각정은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산과 조화되지 못하는 건축물이 산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오락, 체육, 휴식시설들이 도덕산에 들어서서는 안 됩니다. 더군다나 눈썰매장, 놀이공원 등이 도덕산에 들어선다는 것은 전혀 환경보전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입니다.
도덕산 도시자연공원, 구름산도사자연공원 계획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입니다. 산을 놀이장소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산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교제하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한 두 시간의 산행이면 충분할 산에 별다른 시설물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시의 경우 도시자연공원을 계획하는 것보다는 도심의 자투리땅을 공원화 하는 것이 오히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두고두고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광명시가 되려면 개발보다는 보존이, 보존보다는 보호가 필요합니다. 등산로 휴식년제가 공원조성보다 더 시급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광명시민이 원하는 것은 폼 나는 시설물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자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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