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정치로 소용돌이 치는 지역문화예술
기자의눈> 정치로 소용돌이 치는 지역문화예술
  • 강찬호
  • 승인 2009.12.22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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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는 거리를 두어야 하고 정치와 문화예술도 적정하게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종교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은 종교가 가지는 권위 때문이다. 그 권위의 순수성을 믿고 신도들은 그 종교를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와 정치가 결탁됐을 경우 그 폐혜는 심각하다. 그럼에도 종교와 정치가 결탁되어 온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과거 역사에서도 그렇고 현재 역사에서도 그렇다. 그렇다면 종교와 정치의 분리가 원칙이던 그렇지 않던 그 적정선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치와 종교가 은밀히 결탁된다고 하더라도 혹은 관습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리에 대해 일정한 사회적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은 종교가 독자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정치와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허용되는 어떤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종교가 그러한 사회적 기준과 권위를 갖고 있을 때 정치도 종교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그래야 종교는 자연스럽게 종교 울타리 내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권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종교가 가지는 긍정성도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와 문화예술의 관계 설정은 또 어떨까. 종교와 정치의 관계와 성격이나 영역은 다를지 몰라도, 유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  즉 문화예술 영역에 대해 그 고유성 내지 전문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 사회는 그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 문화예술 역시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때론 결탁하고 때론 거리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종교와 정치의 관계처럼, 정치와 문화예술도 적정 거리두기와 관계맺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 기준은 사회적 허용 범위이다. 문화예술이 정치에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정치와 무관하다고 할수도 없다. 문화예술의 독자성, 순수성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 사회적 기준은 문화예술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형성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외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권위는 사회적으로 지지받고 존중될 수 있다. 그래야 문화예술이 갖는 사회적 긍정성이 온전하게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광명시에서 오페라단 예산, 뮤지컬 예산 편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편성된 예산 5천만원을 사용하지 못한 오페라단은 이에 불만을 토로하며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시를 제소했다가 21일 제소를 취소했다. 또 시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페라단 예산 취소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내년도에 편성되었던 뮤지컬 예산은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됐다. 정황상 문화예술 행사나 예산이 문화예술의 사회적 시각에서 다뤄지지 않고 지역 정치의 이해관계 연장에서 다뤄지고 있는듯 보인다. 적어도 지역에서 문화예술은 독자성이나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문화예술계 내부의 탓인지, 아니면 외부의 탓인지를 가리는 것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문화예술과 정치가 적절하게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둘을 잇고 가르는 사회적 기준이나 권위가 지역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지역 만의 문제일까. 정치로 요동치는 중앙의 문화예술은 지역보다 더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건너야 할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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