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드라마 작가 김경미, 그녀를 만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정치(!)하는 드라마 작가 김경미, 그녀를 만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 강찬호
  • 승인 2003.01.29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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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드라마 작가 김경미,
그녀를 만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 드라마 작가로 개혁국민정당 광명지구당 여성위원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경미씨

 

최근 MBC에서 수목 드라마로 ‘눈사람’을 방영하고 있다. 형부와 처제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하나의 소재가 되는 드라마다. 소재만으로 본 다면 기존에 금기시 하는 영역에 대해 접근하는 드라마임은 틀림없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다른 완충장치들이 도입이 되지만, 그리고 소위 불륜의 드라마를 그리는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소재주의’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소재를 드라마의 한 모티브로 삼았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다.
이미 드라마는 우리 삶의 깊숙이 들어와 있다. 황금시청 시간대에 방송사들은 드라마를 배치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바꿔말하면 드라마가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드라마 작가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고, 그 만큼 책임감이나 심적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크다. “드라마의 소재주의나 외국 방송의 모방 풍조를 경계하고,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터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작가가 있다. 광명사람들 코너에 김경미 (37, 광명1동 거주)작가를 전격 인터뷰했다.

김경미씨는 최근 지역에 얼굴을 자주 보인다. 광명에 거주한 것은 10년 정도 되었다. 부산에서 학교를 마치고, 1년 정도 부산지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상경을 했다. 작가 일을 시작한 것이 8,9년 정도 되었다. 광명은 잠자는 곳 이상은 아니었다. (광명에 살면서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열에 아홉은 공통적인 대답이다). 그런데 최근에 지역에 애정이 생겨나고 있다. "작가로서 ‘정치드라마’를 써보는 것이 나름대로 계획인데, 관련 내용을 고민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을 했고, 마침 지역 모임이 있어 참여를 했다"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좋은 사람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개혁정당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노사모보다 보다 적극적인 정치실현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이다. 개혁정당 지역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참여를 했고, 현재는 지구당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과정을 지나오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들에서 김경미씨는 "‘커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커밍아웃이라는 표현을 굳이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직까지 정치에 대한 우리사회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듯 하다. 정치라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보다는 정치꾼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비쳐져 온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고, 이런 현실이 사람들에게 불신감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김경미씨가 정치드라마를 쓰고 싶어 하고 현실 정치에 나름대로 참여하는 데는 이런 현실에 대한 개혁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인 듯 하다. “보통사람들이 정치에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정치가 즐거운 일이고, 보람된 것이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에 대한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정치드라마도 기존의 드라마가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어 한다. ‘정치꾼’들을 통해서 정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정치가 보통사람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려보고 싶다”고 한다. 이미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 놓은 것들도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정치드라마 한편이 펼쳐지는 것도 시민의식의 성장에 큰 몫을 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경미씨가 드라마 작가로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다. 예전에 "꿈은 ‘교사’로서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교때부터 학교에서 마당극패 활동을 하고, 졸업 후 일년 정도 지역 마당극패 ‘자갈치’에서 활동을 했다.마당극 대본을 쓰기도 하고 직접 연기를 하기도 했다.그런데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마음껏 글을 쓰는 일 이었다"고 한다.

@ 정치드라마를 쓰고 싶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마당극패 활동을 접고 상경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공모에 당선이 되어 KBS 인턴 작가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MBC에서 방영한 청소년드라마 ‘나’, ‘학교2’ 등의 대본 작업을 했다. 젊은층에게 한참 인기를 끌던 ‘카이스트’의 대본을 쓰기도 했다. "그 동안 청소년드라마가 작가들의 전문적인 한 장르로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이, 이런 작품에 대한 작업과 방영을 통해 청소년 장르가 특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기존에 낭만적인 모습으로 청소년들의 생활을 그리거나, 가족관계의 연장에서만 다루어지던 방식을 벗어나, 학교 생활을 위주로 그 안에서 청소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해가는 주도적인 청소년들의 모습들을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독립 프로덕션에 속해 일하고 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선풍을 일으켰던 김종학 전 피디가 이끌고 있는 김종학 프로덕션이 그 곳.

학교 때 고민했던 정치의 문제, 마당극패의 활동을 접고 부산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김경미씨에게는 아직도 미안함이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여전히 하는 일 속에서 예전에 가졌던 고민들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마음 한곳에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겸손과 소박함을 배우기도 한다"고 한다. "일일극 드라마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 드라마를 즐기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이 드라마 한 편이 그것을 즐기는 분들에게 소일거리이자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보게 되면서 태도를 달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로서 일을 해가면서 모든 일이 그렇듯이 김경미씨도 보람과 부담을 같이 가져가고 있다. "시청자들이 격려의 글들을 보내주거나, 스스로 만족 할 만큼 글이 써질 경우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회적 책임감이나 본인의 의도와 달리 왜곡되어 전달되어 질 때의 고통도 있다"고 한다.
글을 써감에 있어 인물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방식보다는 상황을 묘사하고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전달하는 것, 순발력이 있는 것 등이 나름대로 방송작가 일을 하는 데 적합한 성격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있어 작가일은 ‘천형(天刑)’과 ‘축복'의 양극단을 같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경미씨는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을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20%의 기쁨이 있다면, 이로 인해 나머지 80%의 고통도 기쁨으로 삼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답다. 사람들이 좋다. 견해나 입장이 달라도 사람들이 좋다"고 한다. 드라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 김경미씨가 담아내고자 하는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 (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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