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방 동원서점, 정의신 대표를 찾아
어린이책방 동원서점, 정의신 대표를 찾아
  • 강찬호
  • 승인 2003.02.10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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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방 동원서점  정의신 대표를 찾아

          

  상업지구 문화의 거리 한 켠에 문화의 향기가 나는 유일한 곳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세상을 불어 넣어 주는 공간.  10평 남짓의 어린이책방 ‘동원서점’. 그곳에는 올해로 9년째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의신씨가 있는 곳이다.

 

어린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짓는 의신씨

  "커피향 기득한 곳"
  음악을 들으며 바쁜 오후 일과를 시작할 시간인데, 불쑥 찾아든 취재팀을 반갑게 맞아준다. 선물 받은 컵이라며 내민 찻잔에는 커피 향이 가득하다. 잔을 받아들면서 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 동원 어린이책방의 정의신씨

 회사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서던 중, 우연히 이화여대 후문 쪽에 자리잡고 있는 ‘초방’이라는 국내 최초 어린이 서점을 만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책방을 대하는 순간 “바로, 이거다!”라고 소위 필feel(?)이 왔다고 한다. 아름다운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살아가기를 희망하던 차에 ‘초방’을 만났던 것이다.
  처음 하는 일이지만 무작정 발로 뛰며 하안동 단독필지에 어린이 책방을 열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3년 동안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버텼다고 한다. 경험의 문제도 있고, 주택가라는 상권의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현 상업지구 자리로 옮겨 6년여 운영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도 어린이 서점 운영을 사업적 측면(!)에서 문의해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먹고사는 생계의 문제로 접근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는 점, “그저 그 속에서 욕심 없이 즐기며 살아가려고 하지 않을 바에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광명에는 3,4개의 어린이 서점이 생겼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린이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돈 되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고 아이들과 손잡고 오는 주부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세한 마음과 애정이 없다면 지금처럼 치열한 시장의 정글에서 생존 그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인데,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한사코 겸손하게 표현을 한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액자 보러 오세요”
  요즘은 동화책 표지나 삽화 그림들 중 마음에 들거나 의미가 있는 것들을 액자로 만들어 서점에 전시하는 재미가 나름대로 쏠쏠하다고 한다. 벌써 40여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는 소위 ‘원화’ 그림도 있고,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은 그림도 있다고 한다.

 

  작년에 휴가를 이용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세계도서 박람회에 갔을 때 구입해온 그림 액자도 있다.  그래서 인지 동원서점을 들어가 본 사람들은 각 종 그림책과 동화책들, 그리고 액자들이 제 각각 말을 걸어오는 것을 느끼며 왠지 동화책 속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거기에 어린애처럼 맑고 수줍은 미소로 오는 손님을 맞이하는 정의신 대표의 환대를 받노라면, 이곳은 도심 속에 문화의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곳임에 확신이 들기도 한다.

 

  “지각이 다반사...”
  하루일과를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뜬금없이 지각이 다반사라고 한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지각이라니!’ 그리고 ‘본인이 주인인데....’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치는데, 말을 이어간다.

  일주일에 세, 네번은 오전에 광명동화읽는어른연합에서 소모임을 이 곳에서 한다고 한다. 어린들에게 좋은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기에 기꺼이 모임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해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래도 물건을 파는 영업점인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 같은데,  역시 이곳은 단순히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사람들이 함께 좋은 만남을 가지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었다.
  모임을 위한 회원들에게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듣고 하다보면 오전은 금방 지난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를 하는 시간도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오히려 자신의
    만족이 더 크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는지 물어보자,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에서 그 답을 찾는다. “좋은 책이 나왔다”, “이건 누구에게 딱 맞는 책이야”, “우리 딸이 이런 책을너무 좋아하는데..”라며 반가워하는 손님들을 볼 때 그렇다고 한다.

  또한 정의신씨 스스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오히려 자신의 만족이 더 크다고 한다.
  최근에 반응이 좋은 책들은 저학년용 동화책이나 유아용 그림책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중에 환경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 그림책으로 나와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말이 나온 차에 이 많은 동화책을 다 접하는 책방의 주인이 재밌어 하는 책은 무엇인지 궁금해 질문을 이어갔다. 조금 생각을 하더니 두권의 책을 말한다. 「폭죽소리」(리혜선 글, 이담,김근희 그림), 「몽실언니」(권정생 글, 이철수 그림).
  최근에는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 그림이 장마다 펼쳐지는 「기적의 시간」을 재미읽게 보고 있다고 한다. 탁자에 놓인 커피 잔에 커피가 거의 없어질 즈음 혹 동화책을 직접 써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냐고 질문하자,  “어렸을 때 동생의 기저귀 갈아주던 기억에, 똥 그림책을 써보고 싶었던 적은 있었다”며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꿈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마련이 꿈"

  아이들에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들에게 꿈을 전달하는 전령사로 살기에 뭔가 동원서점의 앞날에 대한 계획이 있을 것 같아 끝으로 향후 계획이나 하시고 싶은 일에 대해서 물었다.

 

  “공간이 더 넓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찾아오는 손님들과 좀 더 여유롭게 차도 마시며 수다도 떨 수 있는 공간,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공간, 만나고 싶은 작가들과 강의도 듣고 대화도 할 수 있는 공간, 좋은 그림 액자나 원화를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공간...등”.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도서를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어린이 책 방문 대여 사업이 등장하면서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계획을 밝힌다. 향후 계획이 이루어져 더 좋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방과 그 안의 다양한 소통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얼마 전인가?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영화배우 맥라이언이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으로 나오는데, 인근지역에 대형서점 자본이 들어와 그 지역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랑을 받았던 골목 어린이책방이 문을 닫는 내용의 영화였던 것 같다. 과정에서 두 서점간에 갈등도 있고, 주인사이에 로맨스도 만들어지는 영화이지만, 어린이들에게 꿈을 전해주던 전통있는 작은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씁씁한 아쉬움이 남았던 적이 있다.
처음 어린이 책방을 열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정돈하고, 영살부터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그만큼 어린이 책방 일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였다고 한다. 지금 9살이 된 동원의 나이에 비해 자신은 그 이후 몇 살을 살고 있는 지는 잘 모른다며, 최근에 영화 ‘오아시스’를 재밌게 보았다고 한다. 영화는 소위 ‘좋은 영화’라고 하는 것을 골라 보는 편이라고 한다.
  끝으로 광명시민신문에 대해서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신문으로, 하루에 한번은 클릭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내용으로 채웠으면 하고 바램을 전한다.

 

  "꼭 있어야 할 곳..."
 
 세상에는 꼭 있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꼭 있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사라져 가는 것이 있다. 청계천이 복원된다고 하고, 서울 시청 앞과 세종로에 시민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자는 논의가 제기되기도 한다, 환경과 문화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꼭 있어야 할 것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 사회를 지탱해가는 성숙한 시민들의 몫이다. 먹고 마시는 상업지구 한 복판에 조용하게 문화의 향기를 발하고 있는 어린이 책방, 동원서점이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조금은 위안과 휴식이 되었으면 하고, 그 곳의 지킴이 정의신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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