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노래하는 가락골 사는 김백근씨
농사를 노래하는 가락골 사는 김백근씨
  • 강찬호 기자
  • 승인 2003.03.05 19:3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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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농사를 노래하는 가락골 사는 김백근씨.

    강 찬호 기자        

 

 @ 가락골에서 농사지으며 노래하는 아티스트 김백근씨

 

 농사를 노래하는 가락골 사는 김백근씨.

 

“투박해도 좋소. 거칠어도 좋소.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소. 언제나 순박하게 살아가는 농군이여....”

학온동 가락골에서 농사를 지면서 홀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김백근씨가 들려 주는 노래의 일부다. 김씨가 직접 만든 곡이다. 제목은 ‘농군의 마음’이다. 10년 전에 만든 것으로, 미발표 곡이다. 가락골에서 태어나, 이곳에 머물며 농사짓고 살아가면서, 보고 느낀 농부에 대한 노래다.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최근에는 어머니라는 곡을 만들었다. 건반 위에 천을 덮어 고이 간직했던 악보들을 꺼내 보이며 즉석 공연에 돌입한다. 감기가 걸려 목이 안 좋단다. 끼는 어쩔 수 없다.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면서도 노래할 때는 딴 사람이다.

 

@ 자신이 직접 만든 북, 피리, 전자드럼 같은 악기를 가지고 연주한다.

 

 농사 짓는 틈틈이 작업실에서 음악활동을 한다.

 

음악에 발동이 걸린 것은 중학교 때부터다. 이웃에 사는 형이 기타 치는 것을 보고 하게 된 것이다. 2년 정도 음악을 위해 광명 밖으로 나간 적도 있고, 이 때 밴드 활동도 했다. 한 때 광명사거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농사짓는 틈틈이 만들어 놓은 곡이 수십개가 된다. 발표를 하고도 싶지만 아직까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 하다.
김씨 방은 스튜디오다. 없는 악기가 없다. 직접 많든 북과 피리, 기타, 전자 드럼 등. 직접 만든 북의 경우 장구 크기보다 작은데, 세계에서 자기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쑥스럽단다. 악기 하나하나를 친절히 들려준다.

 

 7대째 머물고 있는 가락골

 

김씨 가족은 7대째 가락골에서 살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온신초등학교는 3대가 같이 다니고 있다. 김씨 부친이 온신초등학교 1회 졸업생이다. 가락골 1통 1반에는 현재 55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진 분들이 시내보다 집 가격이 싼 이곳으로 이사를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비해 외부인들로 인해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은 아직 전통적인 마을 정서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상여가 나간다. 서로 필요한 것을 도와가는 품앗이다. 김씨는 키가 큰 관계로 상여자리 맨 앞줄에 선 단다. 문제는 너무 튄다는 것이다.

이런 김씨를 보고 마을 형님들이 헐리우드 배우라고 농을 한단다. 머리는 길게 늘어져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검은 선그라스를 꼈다. 상여를 운구하는 모습이다. 상가 집을 고려한 엄숙함이 전혀 안 보인다.
이 마을에서는 그저 생활이고 마을일이란다. 당연히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마을 분들이 생각하고 사는 방식으로 봐야 이해되고 보이는 것이다. 상가 집에서 2박3일 동안 마을 주민들이 머물면서 함께하는 것은 옛 모습 그대로다.

 

 "덜 먹고 덜 쓰는 것이 방법"

 

김씨는 40년 가까이 이 곳에서 살았다. “사람만 많아졌다. 지나면 그리워지는 것이다. 물이 더러워졌다.” 광명에 대한 김씨의 평이다. 7천평 정도 땅을 임대해 벼농사를 짓는 일을 하고 있다. 밭 농사는 어른들이 짓는다고 한다. 자녀는 1남 2녀다. 둘째딸이 올해 온신초에 입학했다. 벼는 농협 조합원이기에 수매가 되고 있고, 밭작물은 목요장터에 내다 팔면서 살고 있다. 근근히 살아가는 정도란다.

시골보다야 낫겠지만, 한국 농촌현실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덜 먹고 덜 쓰는 것이 방법”이라고 한다. “사는 것이 가능한데 너무 많은 것을 먹고 바라는 것은 욕심”이란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도 시내 아이들과 다르다. “놀게 내버려둔다. 살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많은데, 어려서부터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피아노는 시킨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김씨의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음감을 익히게 하고 싶어서다.

 

@ 유일한 재산은 1000장이 넘은 LP판과 악기들이다.

 

 나, 이장 같은 반장!

 

가락골도 시골인지라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이들 중에는 김씨가 막내란다. 바로 위에 동네 형님이 있는데, 둘 정도가 농사짓는 젊은이다. 당연히 마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 반장이다. “시키면 하는 거란다.” 그러면서 책상위에 돌리다 만 고지서를 가리키며 웃음을 짓는다.
혹시 딴따라 아니냐? 라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아니란다. 본인은 ‘아티스트’란다. 아트. “특별히 꿈을 가진 적도 없었다. 다니다 보니 학교를 다녔고,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 까지 온 것”이란다. 지금에 있어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잘 꿔야지”가 대답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틀을 만들지 말라’라는 화두. 인터뷰는 무슨. 그저 노래 한 곡, 살아가는 모습 지켜보는 것으로도 족하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 (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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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2003-03-05 19:39:51
가락골 도인, 구성진 노래 한곡

아라아빠 2003-03-05 19:39:51
백근형님~~.형의 노랫소리 들어본지 꽤 오래됬네요.언제 막걸리 한잔 하죠!!!

이승호l 2003-03-05 19:39:51
밤일출신시의원 이승호입니다.고향을지키는후배님이자랑스럽습니다. 김백근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