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짓고 불도 끄고... 채진씨
농사도 짓고 불도 끄고... 채진씨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04.02 21: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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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사람들>

농사도 짓고 불도 끄고... 채진씨

강 찬호 기자          

          

 

 

@ 광명소방서 상황실에서 일하고 있는 채진씨는  농사꾼 대표로 있다.

 

소방서 상황실에서 일하는 채진씨

 

“급하게 말하지 마세요. 열 번을 말하는 것보다, 한번을 또박또박 말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현장상황을 자세하게 말해주세요.”

광명소방서 상황실에서 일하고 있는 채진(41세, 하안본 2단지) 소방관이 전하는 응급 신고자 요령이다.

채진씨가 일하는 상황실은 일차 소방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현장의 정보를 정확하게 획득하고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매번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으면서도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순발력을 갖춰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생의 전환, 나는 불끄는 소방관!

 

채진씨가 소방서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93년도다. 소위 위험 업무가 가장 많다고 하는 현장직을 2년 정도 한 후, 지금의 상황실로 옮겨 지금까지 근무를 해오고 있다. 광명에 살기 시작한 것도 소방서 근무를 시작하면서다. 처음에 지역정체성을 거의 느끼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역성이 많이 생겼다. 누구나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거나,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나름의 이유가 있듯이, 채진씨도 소방관을 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아는 선배가 추천을 해주었다. 소방관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 또한 격일 근무를 통해 나름대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공부도 하고, 여가 활동도 할 수 있다.” 채씨는 이런 선택에 따라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한명이다. 당초에 계획하고 준비했던 시험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진로 변경을 해야 했다. 그것을 씻어 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채씨가 운동에 몰두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야구도 하고, 테니스도 한다. 농구도 한다. 월2회 지역 야구리그가 있는 인근 양천구로 간다. 광명6동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아침에 테니스를 하기도 한다.

 

내 사랑, 농사꾼!

 

그러나 채씨가 가장 몰두하는 운동은 농구다. 직접 농구모임을 결성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농사꾼’이다. ‘농구를 사랑하는 꾼들의 모임’.(다음카페이름 : 농사꾼)
회원이 130명 정도다. 2000년 7월 처음 만들었다. 채씨가 농사꾼을 만들게 된 동기는 각별하다. 많은 운동모임에 나가봤지만, 회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제한들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의 모임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자유롭게 모임을 운영하되, 회원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것.”
한명이 와도 좋다. 오는 대로 하면 된다. 농구를 좋아하는 것이 이유이기에 다른 제한규정들이 회원들을 억압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모임은 스스로 알아서 운영이 된다. 청소년들도 많고, 20대 대학생들도 있다. 30대, 40대도 있다. 토요일, 일요일 오후2,3시경에 안양천에 나가보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로 3년째가 된다. 그런데 자기만족적인 활동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농구를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지역농구대회를 벌써 3회 개최를 했다. 1회 때는 안양천살리기 농구대회, 2회 때는 농사꾼배 농구대회, 3회 때는 광명시길거리농구대회. 대회 운영에 따른 비용은 회원들 중 후원을 해주는 분들에 의해 충당이 되어 왔다고 한다. 3회 대회 때는 한국여자농구협회(WKBL)심판이 자원봉사로 와서 심판을 봐주기도 했다.

 

주경야독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

 

이렇게 운동을 하는 외에도 채씨는 당초 목표대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야간시간을 이용해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에 다니고 있다. 현재 3학기다. 공무원이고 하는 일이 행정과 맞닿아 있어, 학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쁜 일과지만 공부만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 공부와 연관되어서 인지, 작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의 성장이 제일 중요한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참여를 통한 체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채씨의 생각이다.

 

나름대로 안양천에 대해서도 수질오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안양천 모니터링을 농사꾼 회원들과 해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예전에 비해 수질오염의 주 원인이 생활하수인 점을 감안하면, 배출양을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채씨는 말을 한다.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것과 주민 편익 시설을 조성하는 것에 있어, 정책적으로 조화롭게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학교 과제와 연결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안양천 고수부지에 있는 주자창 시설에 대해서는 빨리 폐쇄가 되어야 한다”며 안양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소방 안전지대, 내가 지킨다.

 

채씨가 소방관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 올해로 10년째다. 이 대목에 있어서는 동료 소방관들을 의식한다. 농사꾼 이야기와 관련돼서는 할말이 있지만, 소방업무와 관련해서는 할말을 아낀다. 훨씬 고생을 많이 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소방업무에 대해 채씨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동료들 간의 팀웍이다. 현장과 상황실. 그리고 현장에서의 유기적인 관계. 생명을 다루고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어려움도 있다. 라이프 스타일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명절 때도 마찬가지다.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지역시민들의 요구는 많은데, 현실 여건상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한계를 느낀다. 안타까움도 있다.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이 많이 있는데, 이 분들이 병원을 가거나 할 때 소방서를 이용하면 좋은데, 미안해하신다는 것이다. 이용을 하는 독거노인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마흔 살 먹은 장애여성을 상담전화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 여성이 옆 동으로 이사를 갈 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 때였다. 근무기간 동안 제일 큰 화재는 95년도 12월에 있었던 광명재래시장 화재사고 였다. 오전8시20분에 화재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출동, 화재진압을 하고 있는 데도, 계속되는 연기로 인해 신고전화가 오후1시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2002년도 26번 종점 뒤에서 화재가 난 적이 있는데, 5분 만에 200여통이 울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실내체육관에 나온 시민들의 신고전화가 줄을 이은 것이다. 보통 화재신고가 나면 3명의 근무자 중 1명이 현장으로 가고 2명이 상황실에 남는데, 이날따라 1명이 출장을 가는 바람에 혼자서 이 전화를 다 처리했다고 한다. 현재 광명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들은 115명이다. 하안동과 광명6동, 광명1동 그리고 철산3동. 이렇게 4곳의 파출소가 있고, 119구조대 1개가 있다. 소속은 경기도청 소속이다.

 

영원히 사랑하는 이, 그대 이름은 아내!

 

채씨에게 개인적으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것은 결혼생활이다. 그 이전에 힘겹게 살아 온 시절을 채씨로서는 돌아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내가 나를 무척 사랑한다. 결혼을 통해 삶의 여유가 생겼다. 자녀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참 공부하던 시절 책 구입을 위해 서점을 드나들 던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서점 직원이었다.” 채씨의 결혼 소감이다. 결혼 작전은 탱크주의. 당시 모 회사의 냉장고 선전 카피문구가 탱크주의였다. 거기서 착안을 했다고. 자세한 연애담은 후에 듣기로 했다.
채씨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공무원의 신분이기에 많은 제약이 있고,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기에 책임이 많지만, 마음속에 늘 이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어려서 꿈은 기자였다. 그리고 언젠가 가능하다면 사회사업을 해보고 싶은 것이 지금의 소망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자세와 희망들이 있기에 채씨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쉴 틈 없이 운동에 몰두해야만 할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스스로에게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열정이, 그 탱크주의가 채씨의 꿈과 소망을 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봄기운 같이 솟아난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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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2003-04-02 21:26:59
좋은 생각과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 끝까지.....

김강균 2003-04-02 21:26:59
한동안 뜸했네여....연락못해 죄송하구여..얼굴함 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