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 대추나무 한그루의 비밀, 김성배선생
광명사람들> 대추나무 한그루의 비밀, 김성배선생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04.1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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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한그루의 비밀, 김성배선생

강 찬호 기자        

 

 

@ 김성배선생은 농촌계몽운동부터 시작한 오래된 어르신 시민운동가다.

 

내가 먹기 위함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집 마당 뜰에 대추나무를 심는다. 그것은 자기가 먹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한 참의 세월이 지난 뒤 그 결실을 후손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광명5동에 사는 김성배(61세) 어르신의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을 통해 살아 온 삶을 설명한다.
가끔 골목길을 지나다가 무심코 지나기 쉬운 나무 중에 하나가 대추나무 한그루다. 그런데 그 나무를 심는 할아버지의 손길, 그 마음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장 지오노가 지은 ‘나무를 심는 사람들’ 그림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심정 역시 비슷할 듯 싶다. 자기 욕심이 아닌, 그 일이 누군가에게 필요하기에 그저 할 뿐이다. 그 일이 옳은 방향에 서있다면 말이다.

 

역사현실 앞에서 참외서리나 하고 있을 수 없었다.

 

김성배 어르신은 시민활동가다. 어르신 활동가다. 살아 온 인생이 그것을 설명해준다. 김 어르신이 충남 당진 두메산골에서 살다가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이유는 사뭇 비장하다. 당시 유신정권에 맞서 4.19운동이 서울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어 날 즈음이다. “산골에서 친구들과 참외서리나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도시 친구들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같이 올라가자고 이야기 했지만, 결국 혼자만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무작정 역사의 현장을 쫒아 어린 나이에 상경을 한 것이다. 그리고 4.19 하루 전 날 서울역에서 대학생들 틈에 끼어 시위대에 가담하다가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경찰서에서 나온 날, 세상은 조용했다. 그날이 4.19다. 김 어르신은 그렇게 서울에 정착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이리저리 쫓아다니는 틈틈이,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시위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한 시민으로서 그렇게 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는 없었고, 심정적으로 그들에 대해 지지를 했기 때문이다. 단지 시위 방식에는 동의하지를 못했다.

한편 이런 상경의 배경에는 일찍이 중학교 때부터 농촌에서 농촌계몽 운동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당시 농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문맹퇴치운동을 벌린 것이다.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조카인 심재영씨가 당진에서 상록학원을 통해 농촌일꾼을 양성하는 활동을 했는데, 거기에 참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경실련, 참여연대로 이어지는 시민단체 참여활동

 

현재 김 어르신은 시민단체 공동신문으로 만들어지는 ‘시민의신문’의 주주다. 시민의신문은 대표적인 NGO신문으로 주간판 신문이다. 한국사회 주요 NGO 소식은 이 지면을 통해 접할 수 있다. 김 어르신의 나이에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기에는 우리나라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그런데 김 어르신은 중앙에 경제정의실천신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한국사회에 시민운동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당시부터 경실련에 참여를 했다. 경실련 부정부패고발센타, 공명선거실천협의회(이하 공선협) 등을 통해 활동에 참여했다. 2기 상임집행위원이기도 했다. 광명공선협을 만든 장본인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경실련 시민모임에 참여하면서, “시민단체 활동 소식을 알릴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그런 문제의식이 모체가 되어 지금의 시민의신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김 어르신의 설명이고, 주주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어르신은 시민단체에 참여해 자원활동을 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기에 하는 것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어르신은 경실련 외에도 참여연대에서 활동을 하였다. 참여연대 작은권리 찾기 운동본부에서 상담활동을 했다.

작은권리 지킴이로서 활동을 한 것이다. 당시 활동을 하면서, 재개발 및 재건축 상담이 물밀 듯 밀려와,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처방식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조합원들을 돕기도 하고, 열심히 그들을 계몽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에서는 교과서에나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실제 현실과 부딪치면서 교과서 민주주의를 실현 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 한다.

상담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사례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경실련에 있다가 참여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할 즈음, 한 언론기자가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경실련과 참여연대의 차이가 뭐냐고?”. 당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흐름에 대해서 답을 얻고자 한 기자의 질문인 듯 했다. 그러나 김 어르신의 대답은 영 엉뚱하다. “경실련은 4층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참여연대는 그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래서 참여연대에서 활동한다.” 기자도 어이없어 웃었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김 어르신은 다리 한 쪽이 불편하다. 그것이 그저 이유다. 복잡하고 이론적인 문제가 김 어르신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지역에서의 참여활동

 

이런 김 어르신의 열정은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광명경실련 창립 때부터지금까지 참여해 오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삶의 경험을 통해 익혀왔기 때문이다. 참여 방식이나 일을 만들어 가는 방식도 독특하다. 옳다고 하는 일에 줄을 서서 인원을 채워주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찾는다. 나름대로의 원칙이고, 철학이다. “씨앗을 뿌리면 된다. 그 열매를 먹으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열매, 성과는 다른 이들의 몫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필요한 일에 지원을 하지만, 결코 그 일에 머무르지는 않는다. 한때 광명5동 지역 재개발 사업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바로가게 하는 역할에 서면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입장을 취하기로 하였다.

지금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조선족 여성의 딱한 사정을 돕는 일을 준비 중이다. 그 여인은 조만간 출국을 해야 한다. 일정시한이 지나면 불법체류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남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을 나간 상태다. 문제는 이둘 사이에 있는 일곱 살 먹은 딸이다. 김 어르신은 이 아이를 돌보아 줄 여건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위한 말씀을 부탁드렸다. “철저한 개인주의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공생과 같이 가야함”을 주문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자기 것을 지키려 하다보면, 결국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들은 저들의 춤을 추는 것이다.” 비교적 세상의 변화, 젊은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삶에 대해 개방적으로 믿고 신뢰를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해지더라도 성직자나 NGO 활동가, 사회봉사자들처럼 세상의 맑은 샘물이 되는 존재들이 있는 한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믿음이 그 근저에 있다.

 

올바른 지역언론의 장은 담궈야 한다.

 

한편 시민신문 주주로서, 광명시민신문에 대해서 사족처럼 질문을 더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누군가 하게 되어 다행이다. 있었으면 좋은 것이 있는 것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해서는 않된다. 장은 담궈야 한다. 만드는 사람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러면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한다. 늘 그런 마음으로 살아 온 삶이다. 김 어르신은 다리 한 쪽이 불편하시다. 그래서 백발의 머리와 함께 지팡이를 상징물처럼 지니고 다니신다. 얼마 안 되지만 유산의 1%도 기증을 이미 해 놓은 상태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냐’는 기자의 말에, “훌륭한 사람,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자랐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을 지키고 사는 것이 결국 가난하게 살아가는 삶”이라며, 세상에 대해 통찰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좋은 말씀들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늘 깨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인터뷰 내내 새겼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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