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처럼 살고 있는 광명사람, 김관규
대나무처럼 살고 있는 광명사람, 김관규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05.29 18: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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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처럼 살고 있는 광명사람, 김관규

자그마한 사회복지 공동체 마을 만들고파

2003. 5. 29. 강찬호 기자        

 

 

 @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 1층 볕이 잘드는 전망좋은 곳에 주간보호센타는 위치하고 있다

 

만남은 만남을 낳아낸다.

 

주간보호센타를 찾은 시간이 오후1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광명사람들, 김관규(32)씨를 만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주간보호센타 직원들이 센타 소속 아이들 점심식사를 도와주고, 직원들이 막 식사를 할 시간이다. 보통사람들보다 한 시간이 늦다.
20여분 기다리는 동안 주간보호센타 보호 중증장애아동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태광이가 문 앞을 서성인다. 누군가가 말한다. “태광이는 화장실 가서 물놀이 하려고 저러는 거예요.” 영광이는 낯선 기자가 신기한가 보다. 몸을 굴려 옆으로 다가 온다. 그리고 무언가 표정을 짓는다. 사진을 찍어 주었다. 동기는 기자에게 네 번 정도 다가왔다, 떨어졌다 한다. 어느 때는 자기 뺨을 마구 때린다.
또 누군가 이야기한다. “그럴 때는 손을 잡아 주어야 해요.” 광명장애인복지관 조성갑 안나 수녀 관장을 만나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주간보호센타에 대해 이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덤으로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이를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윽고 김씨가 나타난다. 아마도 여유 있게 식사를 하지 못했으리라. 주간보호센타 한 켠에 마련된 사무실로 가서, 바닥에 앉았다. 편안했다. 전통 한옥집 사랑방을 찾은 이들의 기쁨이 이쯤이리라. 광명사람들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느낌이 이번에도 찾아 들었다.

 

장봉도 혜림원과의 인연,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김씨는 본인이 사회복지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분야에 발을 들이기 전에 김씨는 아산 기아자동차에서 근무를 했다. 97년 기아사태를 겪으면서, 변신을 시도했다. 아는 친구와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IMF가 찾아들었다. 사업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사업시작을 포기했다. 힘든 시기였다.
그러던 중 1년 전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시설 장봉도 혜림원을 후원하게 되었다. 97년 12월 머리도 쉴 겸, 한 달 동안 혜림원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이것이 삶의 변화를 이끈 계기가 되었다. 김씨는 착하게 살려는 마음이 물신 풍긴다. 그런 인상을 가졌다. 성실함도 느껴진다. 당연히 혜림원에서 그를 놓칠 리가 없다. 성실하게 일 잘하는 김씨에게 혜림원에서 일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98년 2월 정식 직원으로 전환되었다.
‘금상첨화’라고 했던가. 행운도 따라왔다. 평생의 연을 만난 것이다. 혜림원에 일하는 사회복지사 동료와 만나 결혼도 했다. 99년 10월이다. 그리고 결혼을 할 즈음 몸에 고단함이 찾아 들었다. 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육체적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 즈음 부인도 같은 증상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일을 중단했다. 1년 정도 다른 일을 하면 휴식을 취했다.

 

 @ 동료 사회복지사와 함께 주간보호센타 일을 하고 있다.

 

광명장애인복지관과의 인연, 장애 아동들에게서 배운다.

 

그리고 다시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찾은 곳이 광명장애인복지관이다. 다행이 인연이 맺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간보호센타 일을 해오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복이 많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혜림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더없이 좋은 것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 분야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야간 시간을 이용,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복지관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김씨의 복지관에서의 하루 일과는 8시20분부터 시작이 된다. 주간보호센타 보호 장애 아동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차량을 이용 광명지역 전 지역을 돌다보면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차량 순회가 끝나면 오전 프로그램이 진행이 된다. 여러 자원봉사자, 전문지도자들이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있다. 김씨는 주로 이런 활동을 보조하기도 하고, 직접 지도를 하기도 한다. 김씨가 주로 직접 맡는 프로그램은 야외활동이다.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활동들이다. 인형극 등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방송국을 견학하기도 한다. 공원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기도 한다. 직접 사회적응의 접촉면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중증장애아들이 대부분이라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김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지는 순수함, 순진함이다. 김씨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한다. 또 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맺어지는 만남들이다. 아이들의 문제로 만나지만, 좋은 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는 경우다. 그런 할머니들이 겪는 고통스런 현실을 직면한다. 그곳에 머무는 마음을 보고 배운다.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고 12시부터 아이들 식사를 거든다. 직원들은 오후1시나 되서야 식사를 하게 된다. 오후 활동을 마치고,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센타를 나서는 시간은 4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다.

 

신의 소명에 이끌린 듯 찾아든 삶

 

주간보호센타는 중증장애아들을 단기적으로 보호하는 시설이다. 일종의 데이케어(day care)센타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에게는 이곳이 있기에 주간 다른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15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있다. 3세부터 18세미만 중증장애아를 대상으로 한다. 18세 이상 성인중증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센타는 광명시에는 없다. 앞으로 필요한 시설일 듯하다. 정식 직원이 3명이다. 한명에 5명의 아이들이 배정되는 셈이다.
중증장애아들의 특성상 일대일 케어(care)가 중요하고, 많은 육제활동이 소요되는 특성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도 일의 강도가 짐작이 된다.

@ 아내의 선물을 꺼내보인다. '스마일'그림이다. 늘 웃는, 늘 웃고 살라는...

이런 일을 함에 있어 미소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개인의 기질 탓만은 아닐 듯싶다. 김씨는 자신이 이일을 하게 된 계기를 기독교 신자로서 자연스레 이끌려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의 소명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그리고 아내가 자신에게 선물을 한 것이 있다며 지갑을 꺼내 보인다. ‘스마일’ 그림이다. 늘 웃는 그리고 늘 웃고 살라는 부인의 주문인가 보다. 근사한 선물이다.
두 부부 사이에는 선물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김씨는 시간이 날 때 취미로 오랫동안 해온 일이 있다. 모형제작. 미니어쳐. 프라모델. 건물이나 여러 모형을 플라스틱 재료 등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부인을 위해 ‘타이타닉호’를 만들어 주었다. 일년 정도 걸렸다. 결혼을 할 때 멋있게 주려고 한 것인데, 기간이 오래 걸려 결혼 후에 줬다. 그런데 얼마 전 이사하다가 망가졌다고 한다. 웃음을 짓는다. 선물이야기를 통해 두 부부가 사는 삶이 엿보인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부부답게, 둘은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있다. 자그마한 사회복지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작은 공동체 마을이다. 한때 형을 따라 소방관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여기까지 온 김씨에게 미래는 선명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 주간보호센타는 중증장애인들은 일과 시간동안 보호해준다.

 

저 올곧은 대나무처럼 그리고...사족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김씨의 좌우명이다. 자신의 뚜렷한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김씨는 명확했다. 기다린 듯 대답한다. “대나무처럼 곧게 크지만, 때론 휘어질 줄 아는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자.” 고1때부터 새겨온 것이다.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은 드러나는 법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 사회복지사는 “참 잘해준다. 일하기 편한 동료다. 오빠 같다”고 평한다.
기자는 김씨를 만나기 위해 조금의(?) 노력을 했다. “한사코 자신은 취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관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 겸손함이야 이해를 하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위 필(feel)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씨를 추천한 분의 예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취재원이기에.
다름아닌 주간보호센타를 통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광명만남의집 조명선 간사와 함께하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자원봉사자들. 이쯤 되면 기자도 배수의 진을 쳐야지. 결국 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 시간여 만남은 아이들 간식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서둘러 접었다. 바쁜 일과 시간 짬을 내준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광명시민신문 강찬호 기자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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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2003-05-29 18:03:46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님의 생활이 더욱 빛나고, 향기가 넘치길 , 스마일 선물 인상적 입니다.

최연희 2003-05-29 18:03:46
넘 아름다운 사연입니다~~ 그리구 아닌게 아니라.. 강찬호 기자님이 광명사람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솜씨가.. 나날이 비범해지는군요~~

조명선 2003-05-29 18:03:46
관규선생님...갑자기 보고 싶네요? 역시 그런 만남과 사랑이 있으실 줄 알았어요.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아니라 오빠,형아가 되어 주시는 모습..참으로 아름다워 보입니다. 선생님이 제게 힘이 되고 배움을 주고 있다는 것 아시죠? 늘 건강하시구..행복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2003-05-29 18:03:46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님이야말로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당신과 같은 사람만 살아간다면 더욱더 푸근하고 가슴벅찬 하루 하루를 살게 될텐데 말입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