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 상담은 나를 들여다보는 공부. 김영실씨
광명사람들> 상담은 나를 들여다보는 공부. 김영실씨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08.2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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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학생상담봉사자 김영실씨

상담은 나를 들여다보는 공부

 

 

 

 ▲ 가사담당교사가 꿈이었던 김영실씨는 지금 상담명예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꿈을 잃어버린 요즘 아이들

 

“꿈이 없다. 불쌍하다.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10명중에 한, 두 명이다. 가치관을 두는 곳도 없는 것 같다. 하루살이 같다. 가치관을 심어 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청소년들을 볼 때면 며칠간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학생상담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광명사람 김영실(47)씨에게 보여 지는 요즘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질문했다. “교육정책이 대학 가는 것에 맞춰져 있어서다. 목표가 공부다. 학교에서 심성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시간에도 부모님들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 학원가라는 것이다. ‘
내 아이는 남달라야 한다’는 부모들의 욕심도 문제다. 부모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의 문제와 부모들의 욕심이 결국 청소년들에게서 꿈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청소년문제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대체로 공감을 할 것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년들을 만난다. 지금은 광문고와 광명여고에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올해로 7년째다. 가치관 형성 프로그램, 진로탐색 프로그램, 자아발견 프로그램 등 학생들에게 필요로 되어지는 분야에 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집단상담 활동을 한다. 아이들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청바지에 티를 입기도 한다.
보통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10명의 학생들을 5주 정도 만나게 되는데, 이 중에서 5,6명 정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김씨의 하는 일이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하는 일이니, 요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창구 중에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김씨에게 보여 지는 청소년들의 현재는, 우리시대 청소년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될 듯싶다.

 

자연과 더불어 갈 수 있다면

 

김씨는 현재의 청소년의 모습을 이야기 하면서, 이야기를 덧붙여 들려준다. 얼마 전에 함안에서 사는 조카들이 며칠을 집에 머물다 갔다. 초등학교 3,4학년 두 아이다. 시골에서 할머니와 지내고 있는 데, 이 아이들을 보면서 새삼 교육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도시 아이들과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순수하고 자연에서 저절로 배워가는 모습이 있단다. 이 아이들이 얼마 전에 두꺼비를 잡았는데, 다음 날 손에 뭐가 나더라는 것이다. 그 일을 겪고서 두꺼비가 독이 있다는 것을 이 아이들은 직접 체험으로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도시 아이들은 컴퓨터에 집착하는 것이 심하다. 이 아이들은 다르다. 한 시간만 하고 참더라는 것이다. 할머니 교육에 따라 식사 때도 어른들이 먼저 들기 전에는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다시 함안에 데려다 주었는데, 거기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은 김씨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도록 하였다. 할머니 밥상을 이 아이들이 직접 차리더라는 것이다. 경쟁만을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배운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상담은 나를 들여다보는 공부

 

김씨는 ‘97년도에 큰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상담활동을 권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가 되려면 60시간 상담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마치면 정식으로 위촉이 된다. 학생상담봉사를 하는 명예교사가 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위촉을 하고, 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소속이 된다. 4,5명씩 학교별로 배치가 되고, 1주일에 1회씩 담당 학교에서 상담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매해 20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같이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 필요한 상담공부를 하기도 한다. 광명에서 이렇게 활동하는 이들이 47명이다.

 


김씨가 학생상담을 하게 된 개인적인 연유(緣由)도 있다. 둘째아이가 중학생 때 불량써클에 가담한 적이 있다. 이 때 깨달은 것이 있다. 내 아이만 잘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만했던 그동안의 생각이 무너지고, 모든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표현이 상담활동이 된 것이다.
김씨는 학생상담을 하면서 가치관이 덜 형성이 된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 일을 하면서 특별이 어려운 점은 없단다. 단지 이 일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기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견디기 어려운 때가 있기는 하지만, 상담이 가져다 준 삶의 변화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니다.
김씨는 “상담은 나를 들여다보는 공부”라고 한다. 자신을 먼저 볼 수 있어야, 다른 이들을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담봉사자들은 심성수련도 많이 한다고 한다.

 

상담 공부 통해 나를 찾았다.

 

이렇게 상담 공부를 하면서, 김씨는 자신이 크게 변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기도 송탄에서 자랐다. 형제가 8남매인데, 그 중에 딸만 일곱이다. 7공주 집이다. 김씨는 차녀다. 그런데 아버지가 매우 엄했다. 미군부대 등 군부대들이 있는 지역여건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어려웠다. 낯가림이 심했다. 친구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 중학교 때다.
그리고 어려서는 주로 기다림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마루에 앉아 부모님을 기다리거나, 차녀로서 주로 동생들을 기다리며 대문을 바라다보는 기억들이다. 상담이론 중에서 6세 이전에 성격이 형성이 된다고 한다. 이 당시에 대한 강한 기억을 더듬어 봄으로서 자신의 성격, 자신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상담 공부를 하기 전에는 거의 집 밖에 몰랐다고 한다. 결벽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상담공부를 하면서, 자신을 차츰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년의 기억을 통해 자신을 보는 과정도 도움이 되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김씨는 말한다. “자유로와졌다. 살도 찐다. 나를 찾았다.” 이외에도 상담공부를 통해 얻은 것은 많다. 애니어그램 과정 공부를 하면서, 인간관계의 변화도 생겼다.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런 사람의 입장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인정이 되는 것이다. 애니어그램에 따르면, 김씨는 ‘장중심형’이라고 한다. 배짱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쪽으로만 치우친 것도 아니다. 머리로 사고하는 이성중심형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결정하지만 결정 나면 밀고 가는 김씨의 기질이 그대로 들어난 결과라고 한다.
김씨는 광명학생상담봉사자 모임에서 현재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전에는 2년 넘게 모임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결정이 나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의 반영인 듯하다.

 

인생? 즐거워요.

 

김씨가 광명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18년째다. 철산동 11단지에서 살다가, 지금은 하안동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잠깐 머물자고 찾은 곳이 광명이다. 그전에는 서울 장안동에서 살았다. 그런데 살다보니 광명이 좋아졌다. 서민들이 살기에 좋은 곳이다. 지금도 비교적 그렇다. 그러나 간혹 젊은 주부들의 경우 이기적인 경우도 본다고 한다. ‘으악’이다. 김씨의 표현이다.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의 환경이 바뀌어 간다고 해도, 김씨는 인생에 대해 낙천적인 듯 하다. 인생은 아름답고, 즐거운 무엇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 여기에 먹을 것이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아예 먹을 것을 즐긴다고 한다. 부모님 고향이 이북인데, 그 영향인지 냉면이나 막국수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다보니, 집이 아지트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사람과 음식을 즐긴다.

김씨가 인생을 재밌게 사는 비결이 또 있다. 취미다. 김씨는 대단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집안에 필요한 것 중에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만든다. 커텐이나 옷가지 류가 그러하다. 조카들에게 드레스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김씨가 몸에 걸치는 악세사리도 마찬가지다. 김씨가 차고 있는 반지나 목거리도 직접 만든 것이다. 최근에 구슬공예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여기가 나는 법은 없나보다. 김씨는 예전에 꿈이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가사 담당 교사. 이런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취미로 살려, 스스로의 삶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니, 완전히 접혀진 꿈만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학생상담 명예교사다.

김씨는 저녁 6시가 넘으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에 별 취미가 없다. 남편이 동행이 되면 밤 나들이를 하기는 하지만. 특이한 생활패턴이라 생각되지만, 집안에서 무언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김씨의 모습이 상상이 간다.김씨의 인생은 해피(happy)하다. 본격적으로 상담학 공부를 해 볼 욕심이 있지만, 아직은 신경전 중이다. 집안에 반대파(?)들이 있다. 문제는 김씨의 애니어그램 성격유형이 ‘장중심형’이라 했다. 결정까지는 신중, 결정이 나면 정면돌파다. ‘나’를 열심히 살피는 김씨의 마음 향배가 관건이다.

 

 

  

<2003. 8. 28  강찬호기자 tellmech@hanm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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