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 부부 행복지수 90, 그 전말을 파해 치다. 광명5동 최명숙씨
광명사람들> 부부 행복지수 90, 그 전말을 파해 치다. 광명5동 최명숙씨
  • 강찬호기자
  • 승인 2003.10.16 17: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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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사람들> 광명5동 최명숙씨

부부 행복지수 90, 그 전말을 파해 치다.

 

 

 

 

 ▲부부 행복지수 90이라는 광명5동 최명숙씨

 

부부 스와핑이 세간의 화재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언론 보도를 통해 그 현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고위직, 전문직 등 부부를 중심으로 이런 일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먹고 살만하니까 저러는 거다.”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성 도덕의 문제, 그리고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먹고 사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게 영 마땅치 않다.위안을 받고 살만한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세태에 평범한 일상을 쫓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물음을 안고서, 광명사람을 만난다.

 

평범한 부부의 일상, 그 궤적을 쫓아

 

광명5동에 사는 최명숙(43)씨다. 아침 6시면 일어난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중학교 3학년 남학생, 그리고 1년 전부터 개인사업을 시작한 남편. 이 세 사람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식사를 마치고 혼자 남는 시간이 대략 7시 반경이다.
부산한 아침시간을 보내고 8시경 혼자 아침을 먹는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많은 시간이다. 최씨는 KBS2 아침 프로그램을 즐기는 편이다. 진행자가 편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깐이나마 텔레비전이 가족이 비운 자리를 대신해 친구가 되 주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아침신문을 20, 30분 정도 훑는다.
동아일보. 신문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다고 한다. 선택이유를 물었다. 수능 예비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란다. 고2 딸을 위한 엄마의 바램이다. 신문의 선택! 그곳에는 많은 이유가 스며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할말이 많기도 하다. 그러나 최씨를 만나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자녀교육에 대한 주부들의 바램과 열망, 그것을 파고드는 신문사의 지면 마케팅이다. 기사와 관련해서는 “정치 돌아가는 것 어지럽다. 그래서 대충 훑는 편이다.” 최 씨의 신문 읽기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 소식이 신문을 친구 삼기는, 그 매력이 약한가 보다.
그 다음 일이 집안 청소다.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깔끔한 편이여서 대충 하지 못한다. 그러면 11시 정도 된다. 이 때부터 저녁시간 전까지가 자유로운 개인시간이다. 이 시간을 이용해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취미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보통의 평범한 주부들의 삶이다. 많은 주부들이 이런 시간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행복은 부부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씨는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평범하지만, 평범함 속에 행복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 나서는 스타일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드는 것이란다. 남편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행복은 부부가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바탕 때문인지, “가족 행복지수 80, 부부 행복지수 90, 본인 행복지수 80.”이란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정도 행복지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기자의 기분도 좋아진다. 좋은 기운이 있는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듯.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이의 옆에 서면 같이 행복감에 젖는다.

 

행복지수 90, 그 결정적 이유를 찾다.

 

왜 부부의 행복 지수가 높은 거지? 궁금증이 든다. 남편이 가정적인 편이란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경제가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남편 하는 일 역시 그런 현실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터이다. 때론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많다.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자신의 기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런 것을 참고 스스로 다스리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 우울해지기도 한단다.


그러나 이는 지엽적인 일이다. 남편은 시간이 나는 대로 최씨와 시간을 갖는다.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네 한바퀴를 산책하듯 같이 걷기도 한다. 최씨는 원래 내성적인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을 통해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 남편은 원래 ‘내 탓이요’ 하고 살아가는 편이란다. 그렇다고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 이 부부는 무교다. 단지 남편 부모님이 불교 신자다.
이 부부의 행복지수가 결정적으로 높은 이유는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 본 이후 들어 났다. 첫사랑이다. 이 부부는 첫사랑을 성공적으로 이룬 경우다. 들어보자.

 

이 부부의 첫사랑 이야기....부부의 연을 맺다.

 

남편은 강원도 영월에 살고 있었다. 과수원 집 아들이다. 최씨도 집이 영월이지만, 고등학교 때 서울에 왔다.추석 명절에 친구들과 시골집에 놀러갔다. 이 때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그리고 근처 폭포에 놀러 간 일이,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다. 영월고 뺏지를 달고, 개구리복(교련복)을 입은 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가 영월고에 인연이 있다고 남편에게 말을 건 것이다. 그 후 친구가 한통의 편지를 받았는데, 내용인 즉 최씨를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음을 보이지 않다가, 지속적인 남편의 구애 편지와 가끔씩 시골을 내려가면서 만나게 된 것이 지금의 인연이 되었다. 결국 고등학교 첫사랑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니 부부간에 애뜻한 사랑이 유지되는 것이리라 짐작이 된다.
첫사랑이 시작된 계절이 추석, 가을이다. 최씨에게는 지금도 자신이 가을을 타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싸울 때는 여느 부부처럼 ‘꼴 보기 싫어진다.’고 한다. 이게 평범의 미학아닌가?

 

나도 한땐 잘나가는 통장이었다우.

 

최씨의 개인생활을 좀 더 펼쳐 보자. 최씨는 4년 동안 통장을 한 경력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건강이 안 좋아 잠시 영월에 내려가 있은 적이 있다. 그때 어떤 계기에 의해 동네 이장 서기를 맡아 한 적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광명5동에서 일하고 있는 통장이 자신을 반장으로 추천한 것이다.그 후 통장이 그만두면서 후임으로 최씨를 추천했다.지금은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 3년 전 즈음 ‘통장 구조조정’에 의해 구조조정(?)을 당했다고 한다. 이런 활동이 본인에게는 사람을 사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일정정도 성격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의 평생학습센타(현 광명시평생학습원) 등에서 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관계를 넓혀 나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건강 프로그램을 찾거나, 다른 강좌 프로그램을 찾는 경우도 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활동은 소나무 모임이고 회원들과 함께 하는 빨래 봉사라고...

 

소나무, 마음 쏟아 하는 활동

 

그러나 최근에 최씨가 마음을 두고 활동을 하는 모임은 ‘소나무’다. 평생학습원에서 여성강좌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후속모임이다. 벌써 4년이나 되었다. 이들은 한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모인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은 광명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하는 작업(일)을 돕는다. 그리고 매월 넷 째주 목요일에는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빨래 봉사를 한다. 개인적으로 최씨는 빨래봉사 일에 애착이 간다고 한다. 직접 부딪치는 일의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외부 봉사 활동 외에도 이웃집 부부를 종종 거들기도 한다. 옆집 부부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나들이나, 외부 볼 일이 있을 때 함께 한다.

 

유기농, 아토피가 있어서...

 

유기농먹거리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과의 인연도 깊다. 광명생협의 전신이기도 한 한두레생협이 생겼을 때 옆집 분이 이곳에 인연이 있어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예장생협’이란 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토피가 있어 유기농 먹거리를 찾게 되었고, 지금도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있다.
광명7동에서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배추, 무우를 심었다. 잘되고 있다. 그러나 고추는 망쳤다. 땅에 물이 많은 것이 원인이다. 부부가 매주 나가서 일을 한다. 가능하면 아이들도 격주로 데려 가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잘 안 가려고 한단다. 재미있는 요소, 요소를 많이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처럼 느껴진다.

 

의견 있습니다. 경륜장, 불만! 대통령 흔들기, 안돼! 고교평준화, 찬성!

 

세상일에 대해 질문을 해 보았다.
“광명동에 경륜장이 생기는데?” “불만이다. 안산과 인천 진입로인데,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 도박과 사행심도 걱정이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한다고 하는데?” “누가 있든 그 자리는 욕을 먹을 수 있다. 믿고 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한나라당 대표가 국회에서 대표연설을 할 때 화가 났다.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속상했다. 보다 못해 채널을 돌렸다.”
“고등학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문제다. 학생들에게 심적인 안정이 우선이다.”
“광명시에 대해서는?” “주택가 지역이기에 정(情)이 많은 동네다. 문을 열어 놓고 살기도 한다. 그러나 안산이나 안양 등 인근 도시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한다. 그곳은 공원 등 시민들이 즐길만한 곳이 많은데, 광명은 그렇지 못하다.” 최씨는 광명시에서 17년 넘게 살고 있다. 그것도 광명5동 한 집에서.

자기를 아는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자신이 창피해진단다. 있는 대로만 옮겨달라고 한다. 과장 없이. ‘아니, 그럼 누가 과장을 한단 말인가?...걱정 말라.’고 했다. 그리고 열심이 옮기는 일에 힘써 보았다. 평범한 주부, 그러나 행복지수 무지 높은 주부의 이야기를. 가정 파탄 운운하며, 희망 찾기 힘든 세상에.

 

 

  

<2003. 10. 16  강찬호기자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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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2003-10-16 17:20:54
참 보기 좋은 분이십니다.

김희수 2003-10-16 17:20:54
삶의 자세가 예쁩니다.

조명선 2003-10-16 17:20:54
산책을 함께 하신다니....참 부럽습니다. 행복은 부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