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정당정치와 의원의 소신정치
고순희 의원의 행보가 눈에 띤다. 같은 당 소속 동료의원이 발의한 안에 대해서도 개인의 ‘의정활동’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소신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소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은 다르거나 곱지 않다. 고순희 의원은 17일 본회의장에서 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제안설명을 한 ‘의회 규칙개정 조례안’에 대해 스스로 기권을 했다. 의회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안으로 곱씹어 볼 내용이었다.
12명 의원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이 6명이고 참여당인 문현수 의원이 해당 조례안에 찬성해, 통과될 수 있었음에도 고순희 의원이 기권을 해서 사실상 해당 안건을 부결시킨 것이고,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12석 중 5석이 전부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천군마마를 얻은 격이다. 유부연 의원은 해당 안건에 대해 보류를 요청하면서, 의회 운영위원장인 고순희 의원의 심정도 자신과 같은 줄로 안다며, 다른 당 소속인 고 의원의 지지를 이끌기도 했다.
해당 안건이 부결되자 문현수 의원은 어떻게 해당 상임위원장이 자신이 속한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조례안을 부결시킬 수 있냐며 항의했고, 고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서 의회 역할과 의원 개인의 소신은 다를 수 있다며 맞섰다.
고순희 의원은 이외에도 자치행정위에서 개인의 소신을 우선했다. 문현수 의원이 전임 시장과 부시장 판공비 현금사용 내역을 밝히고자 공무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회의 공개여부를 물었을 때도 민주당 소속 다른 의원들과 달리, 회의 비공개를 요구해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한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고순희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소신행보에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의회 운영위에서 유부연 의원은 의원 투표실명제나 회의 동영상 공개는 내부 합의가 필요하다며, 시기상조론을 폈고 고순희 의원의 지지를 얻어 해당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병주 의원은 자치행정위에서 경기도의원 사무실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지원에 대해 반대 논리를 폈고, 역시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삭감하는 성과(?)를 냈다. 도의원은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5대 의회까지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안에 대해 소위 ‘딴지’를 거는 일은 드물었다. 더욱이 소관 상임위를 거쳐 통과된 안을 본회의에 부결시키는 경우도 없었다.
그러나 6대 의회는 달라졌다. 당론이 아닌 이상, 같은 당 소속 의원이라도 봐주기가 없다며, 일부 의원들이 소신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원내 의원단 모임이 잘 가동돼 ‘당론’으로 채택돼도, 개별 의원들의 소신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황 역시도 배제할 수 없는 기세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 간에 소통과 협력, 정당의 책임정치와 함께 시민의 대표라고 하는 소신 정치가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 민주당은 숙제를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자칫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고, 소신과 고집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소통과 협력의 부재는 함량 미달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면 소신 행보가 올바른 정책의 연장선에 서있다면, 그 소신은 빛날 것이다. 정당정치의 폐해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그 잣대는 시민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시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정당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의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소신을 어디에 둘 것인가. 초선이 다수인 6대 의회. 그래서 아직은 시선을 늦출 수가 없다.
저작권자 © 광명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