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소외된 성인교육을 위해 뛰는 여성 활동가, 이은주씨
광명사람들>소외된 성인교육을 위해 뛰는 여성 활동가, 이은주씨
  • 강찬호객원기자
  • 승인 2004.03.11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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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사람들> 이은주씨

소외된 성인교육을 위해 뛰는 여성 활동가

 

 

 

▲ 야학을 통해 성장하고 야학운동의 핵심에 섰으며, 성인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이은주씨

 

광명사람은 광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는 사람은 광명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광명사람을 통해 소개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이 사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의 양해를 구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은주씨(36).

현재 이은주씨가 광명에서 하는 활동은 평생학습원 한글교실 강사다.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강의를 하고 있다. 한글교실은 문해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문해자들에 대해서 기초교육을 통해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집 수강생은 20명이다. 교육진행에 적정인원이지만, 현재 수강생은 30명 가량이다. 한글교실에 대한 지역 수요가 많은 것이다. 그러한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부득불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다.
평생학습원외에도 지역에서 한글교실을 진행하는 곳은 복지관 등이 더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분들을 광명사람 코너를 통해 소개한 바도 있다. 현재 한글교실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평균연령은 70대다. 50대도 있고, 60대도 있다. 연령대별로 편차나 수준별 편차를 고려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필요하면 보충 수업도 한다. 이런 조건이므로 인원의 규모는 중요하다.

 

비정규학습자들을 위한 활동, 한글교실.

 

한글교실 과정이 평생학습원에 개설이 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이은주씨는 이때부터 한글교실 진행을 맡고 있다. 한글교실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비정규학습자들과의 만남이다. 느낌도 남다르다. 그래서 기쁨이나 감동 등 모든 것이 두 배다. 이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때는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 줄 때다. 이미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식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런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해준다. 예도 있다. 대형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는 경우,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글을 잘 몰라 점원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되돌아오는 답이 ‘써진 가격표를 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내 속에 들어 온 것 같이 말한다.’며 수강생들이 자신들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한다.”
강사와 수강생이 서로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교감이 신뢰의 바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말한다.
“글을 아는 사람들은 자기 삶의 밖이라, (글을 모르는 분들의 사정을) 잘 모른다. 이들은 수업 시간을 통해 자신들이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먼저 익힌다. 받아쓰기도 그렇다. 그런 예들을 수용하면서 익혀간다. 안타까움도 있다. 너무 늦게 시작을 하는 것이다. 연세가 많아 눈이 침침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고, 다리가 아프거나 하는 등 몸이 불편한 경우도 많다. 방금 들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수강생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의욕도 높고, 욕심도 있다. 그래서 결석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있다. 병원에 진찰 예약을 해 놓고도, 한글교실로 와버려, 수업 중에 자식이 어머니를 모시러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강사라고 몸이 아픈 경우가 발생해도, 빼 먹을 수가 없다.”
인터뷰를 할 당시, 이씨는 이미 감기로 몸이 아픈 상태였다. 마스크를 착용할 정도다.

 

“지식은 작은 것이다. 자신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이씨는 한글교실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철학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지식은 작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런 철학을 한글교실을 통해 풀어가려고 한다.
“비문해자의 특징은 배우지 못하면서 살아오다 보니, 이들은 자기 것만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특성들이 나타난다. 심지어 교실에서 자리차지를 두고 분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생활에서 오는 문제다. 그래서 이들에게 주위를 배려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연습을 교실 안에서부터 가지도록 하려고 한다.”

▲ 얼마전 창립된 한국문해기초교육연합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은주씨

 

 


구체적인 방법이 적용된다.
“교실 안에서 우리는 모두 친구고, 동창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것 없다. 0점이나 100점이나 똑 같다. 대답 잘하면 그 분이 최고다.”
한글교실은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는 곳이다. 나머지 조건은 모두 똑같다. “
학생회장도 월마다 번갈아 한다. 분 단장은 일주일 단위로 바꾼다. 이유가 있다. 발표나 교실 안에서 이루어진 활동에 모두가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야학 출신에서, 야학 교사로.

 

이은주씨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이씨는 야학 출신이다. 야학을 통해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뤘다. 당시 참여하고 있던 야학이 광주 ‘무등 야학’이다. 광주에서는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 이씨이기에 야학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야학에 남아 후진을 양성을 하는 일을 맡게 된다. 어려서부터 한문이나 서예 공부를 하였고, 이런 재능을 알고 있기에 당시 야학 교사가 이씨에게 야학 미술 교사를 해 줄 것을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이씨가 야학과 인연을 맺어 온 것이 12년이 넘었다.
“야학에서 학생들의 수업료는 무료다. 교사들은 자원봉사다. 공동체 생활을 목표로 한다. 야학을 찾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교육적 소외를 당한 이들이다. 그 일차적 원인이 경제문제다. 2,3차로는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야학 교사로 시작은 야학 교장으로 이어진다. 일년이 임기지만, 몇 년간을 계속해서 야학 교장을 맡게 된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이고, 쉽게 야학을 책임지려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야학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 전에는 주먹구구식인 야학 운영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비를 한다. 서류도 갖추면서 체계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대했다. 광주지역에서 야학 대표자 모임을 꾸렸고, 협의체로 확대를 했다. 그리고 지역 사정이 저마다 비슷한 처지인 점을 감안하여 야학 전국 모임을 제안하고 구성했다. 그것이 전국야학협의회다. 97년도다. 그 동안 의장을 맡아 활동을 해왔고, 올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씨는 야학과 관련해서는 전방위 활동가다. 그의 행보가 그런 삶을 살아 가게 한 것이다. 결혼도 야학에서 했다. 4년 연하다. 야학 교사 새내기였다. 7년전 일이다. 당시 연하 결혼은 흔하지 않았다. 광주에 머물다 서울로 올라 온 것이 2001년도다. 남편의 직장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간은 일주일에 절반을 광주에서 보냈다. 야학 일로 자주 왕래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몸담았던 무등 야학은 폐교를 했다. 여러 사정을 거치면서 폐교를 준비 해왔다. 그리고 광주 지역에서 많은 야학이 비효율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문제라고 여겼다.

야학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열악한 환경이야 어느 야학이나 겪는 일이다. 그러나 98년도 IMF 당시가 특히 어려웠다. 대외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야학교사 참여가 줄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부담은 두 배로 커진다. 자원활동 교사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을 하는 야학인 만큼 그 부담이 나머지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야 할 부담도 많아진다. 이런 저런 과정을 겪으면서 극복을 해야 하기에, 이씨는 그런 야학 활동가들을 ‘전천후’라고 말한다.

 

소외된 성인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활동가로.

 

제도적인 문제도 언급을 한다. 전국 150여개의 야학은 대부분 열악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야학에 참여하는 이들은 저녁 시간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해교육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국가에서도 관심같고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 지원은 주로 낮에 운영이 되는 공간이나 시설 여건을 갖춘 곳이 우선 대상이 된다. 당연히 저녁 시간을 중심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야학은 그 대상에서 밀리게 된다. 이를 두고 이씨는 문해교육에서 발생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제도적 차원의 문제는 또 있다. 야학에 대한 주무가 교육인적자원부가 아닌, 문화관광부로 돼있다. 주무 부서를 교육인적자원부로 제도적 차원에서 변경을 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 확장과 틀을 짜기 위해 이씨는 얼마 전 창립한 한국문해기초교육연합회 사무처장을 맡아 일을 하고 있다.

어려서 꿈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지금은 부모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인 많은 문제의 해법을 부모교육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부모교육은 성인교육이다. 성인교육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교육의 저변을 위해. 그것도 소외된 성인교육 분야를 위해 이씨는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것이 아니면 보기를 꺼려하고, 자신의 안위를 쫒는 시대의 군상들이 많은 이 때, 등불처럼 활동을 하는 이씨의 이야기를 광명사람들과 나누고자 함은 이런 이유에서다.

 

 

  

<2004. 3. 11  강찬호객원기자(tellme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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