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리근절, 문 활짝 열어 놓으면 해결돼...
아파트 비리근절, 문 활짝 열어 놓으면 해결돼...
  • 강찬호
  • 승인 2010.10.21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한진아파트 주민자치회 나보상 회장 인터뷰.

주택법 시행령이 지난 6월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아파트입주자대표회 회장과 감사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동 대표들이 입주자대표 회장을 뽑는 종전의 방식에서 주민 직선으로 선출방식이 변경된 것이다.

주택법 개정에 따라 광명동 한진아파트는 가장 먼저 주민직선 아파트입주자회장을 뽑은 곳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7월 26일 투표를 통해 나보상 회장을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나 회장은 8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 열린자치회를 으뜸 공약으로 내걸고 주민 직선 아파트입주자대표자 회장으로 선출된 한진아파트 나보상 회장. 그는아파트 비리는 열어 놓으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투표 당시 3명이 입후보 해 최종적으로 2명이 경선했다. 1,633세대인 이 아파트는 세대별로 1개의 투표권을 부여했다. 500여명의 투표에 참여했고, 350여표를 얻어 나 회장이 선출됐다. 나 회장의 명함에는 ‘한진APT주민자치회’라고 적혀있다.

어떤 공약을 내세웠을까. 나 회장은 ‘열린자치회 운영’을 으뜸으로 뽑았다. 그 전 간선제 시절에는 동 대표만 회의에 참석했는데, 자치회장이 되면서 통장, 부녀회장, 노인회장 등 단지 내 자생단체장들에게도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했다.

“활짝 열어 놓고 해보자. 서울 어느 아파트에서는 아파트관리에 부정부패가 있다고 TV나 신문에 노출되기도 했는데, 이는 열린자치회를 안 해서 그런 것이다. 주민들의 알권리를 알려보자는 차원에서 시도 한 것이다.”

나 회장은 열린자치회 말고도 아파트자동문 설치, 정문차단기 개선, 아파트 미관개선 등 단지환경을 개선하는 여러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나 회장이 아파트 일에 얼굴을 내민 기간은 짧다. 지난 해 동 대표로 처음 아파트 단지 일에 참여했다. “이 아파트에는 퇴직한 분들 중에 대학 부총재, 교장, 시장, 군수 등 전직이 화려한 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노후 생활을 이 아파트에서 보내는 분들이다. 입주자대표 회장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인데, (나도) 주위 권유로 끌려와 하게 된 것이다. 내 힘으로 되는 일인가 이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더욱이 직선제인데.”
▲ 한진아파트 전경
직선 동 대표회장이 되고서 또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별 전화가 다 온다. 주민인구가 5천명이 넘는다. 소소하고 간단한 민원까지 직접 회장에게 온다. 관리사무소에서 조금만 신경써주면 되는 일들까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진 탓일까.

나 회장은 또 재밌는 일을 하나 벌였다. 아파트단지 주변 특히 단지 내 놀이터는 야간이면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심지어 탈선의 장소가 되기도 해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불편한 곳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 어르신들이 뭉쳤다. ‘원로 청년부’를 조직해 매일 3명씩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순찰을 돈다. 나 회장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충고라 아이들도 더 말을 잘 따르는 것 같다.”며, 은근히 ‘원로 청년부’를 자랑한다. 늙었어도 청년으로 살아가자는 취지로 이름을 ‘원로 청년부’로 부른다.

나 회장의 임기는 2년. 연임할 경우 4년까지 할 수 있다. 5천여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봉사직인만큼 보람도 크다. 나 회장은 말한다. 이것도 하나의 풀뿌리 지방자치 일 수 있다고. 나 회장은 광명시에서 40년 이상 거주했다. 광명농협에서 근무했고, 퇴직한 지 7,8년 됐다. 얼마 전까지 광명농협 이사를 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