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사람들>'인간의 선한 의지를 모으는 지역 활동가' YMCA 이영이 총무
광명사람들>'인간의 선한 의지를 모으는 지역 활동가' YMCA 이영이 총무
  • 강찬호기자
  • 승인 2004.05.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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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한 의지를 모으는 지역 활동가' YMCA 이영이 총무

'인간의 선한 의지를 모으는 지역 활동가'
YMCA 이영이 총무

    아마도 이번 호 ‘좋은 사람들’ 릴레이 인터뷰로 만난 분은 광명에서보다는 광명 밖에서 더 주목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광명시민들에게 이 분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다.
   좋은 사람들 두 번째 주인공, 이인영씨는 광명YMCA 이영이 총무를 강력 추천했다. 이인영씨가 왕성하게 지역 일을 할 수 있도록 추동한 악연(?)이 이영이 총무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

   언젠가 광명YMCA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이영이 총무 자리에는 생태 관련 신간 서적들이 여러권 쌓여 있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최근의 관심분야를 엿볼 수 있었는데, 그 후가 궁금하다. 무척 바쁜 삶을 사는 분이니, 하루일과가 끝날 무렵 하안동 주은프라자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업무공간인 사무실 안쪽에 모임방이 마련되어 있다. 장판방이다. 온돌방처럼 앉은뱅이 탁자가 놓여있다. 15명은 족히 모여서 한담을 나눌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다. 벽 한쪽 책장엔 책이 가득하다. 회원들이 모여서, 모임도 하고, 학습도 하는 공간이다.
   좋은 사람들 인터뷰는 크게 두 분야로 나눈다. 개인적인 사적 영역. 지역과 관련된 대외활동 영역. 사람을 대하면 늘 저 사람은 어떤 분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거지 하는. 그래서인지 개인영역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겨진다. 기대를 가득 안고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도한다.  

좌우명요? 글세.
관심분야? 뜻있는 교육활동에 힘 실었으면.


   그런데 첫 질문부터 꼬인다. 이게 아닌데....쩝.
   “살아가면서 좌우명이 뭐예요?” (기대 가득) “좌우명요? (한참을 망설인다) 그런 거 생각하고 살아 본 것 같지 않은데요. 열심히 살려고는 하는데...” (처음부터 낭패다. 이럼 안되는데. 근사한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기자의 마음을 조금은 눈치 챘는지, 덧붙인다. “정직하게 살라는 아버님의 말씀에 따라 정직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 좌우명이라면 좌우명일 것 같긴 하네요.”   이영이 총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교육분야이다. 특히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기 바라고 있다.
   광명YMCA는 작년에 초등대안학교 ‘볍씨학교’를시작했다. 초등학교과정이 의무교육으로 돼있는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 초등 대안학교를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우리 광명에서...
    그래서 볍씨학교는 이미 외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볍씨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의 힘이 제일 컸다고 한다.

   시작은 이랬다. 광명YMCA 교육분과 아이사랑 모임이 모태가 되었다. 회원모임을 하면서 지역사회 참여의 필요성을 느꼈고, 초창기 학교운영위 등에 참여하는 활동을 했다. ‘98년도다. 그러나 초창기인 만큼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운동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던 중 광명YMCA 교육회관이 만들어졌다. 회관을 만들면서, 기존 제도교육을 넘어서는 독자적인 교육틀이 요구되었다. 회원들의 요구다. 흔히 교육운동에 뜻이 있는 몇 명이 필요를 느껴, 위로부터 만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회원들로부터, 아래로부터 요구되어진 것이다. 이 힘이 기반이 되었다. 회원들이 학부모로 참여하고, 아이들을 기꺼이 볍씨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그래서 볍씨학교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현재 볍씨학교는 광명YMCA 교육회관과 함께 옥길동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힘이 난다"

   이영이 총무는 매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바쁜 일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미지인데... 생활한복 조끼가 잘 어울린다. 꾸미지 않은 외모는 소탈한 이미지다. 차분히 동(動)보다는 정(淨)을 쫓는 듯한 삶을 살 것 같은. 그런데 실제 생활은 이미지와 다르다. 오전마다 참여하는 회원모임이 일주일에 3,4개다. 오후에는 대외적인 활동을 한다.
   YMCA는 전국조직이다. 여기에 이영이 총무는 YMCA  역사상 전국 최초 여성총무이다. 지역 시민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이와는 별도로 저녁모임이 일주일에 세 번 있다. 직장인 회원들과 하는 모임이다. 이외에도 직원들과 가지는 업무회의, 이사회 등을 더하면 가히 모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힘이 난다.” 타고난 일꾼인가 보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미 삶으로 배어 있는 것이다. 요즘은 매일 아침 7시에 도덕산을 오른다고 한다. 간혹 시간이 맞을 경우 남편, 아이와 같이 오르기도 한다. 이 시간만은 아무생각 없이 산책을 하는 시간이다. 생각비우기. 그런데 자꾸 일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단다.

   "회원들과 함께 마을축제 준비 한창이다."

   요즘은 무척 더 바쁜 때이다. 10월이 얼마 안 남아서 이다.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전국적으로나, 대학가나 마찬가지로 지역도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광명YMCA도 단지마다 마을 축제를 준비 중이다. 꼭 축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회원들과 마을 만들기 활동의 연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안동 8단지, 10단지, 5단지, 9단지, 그리고 1단지부터 4단지를 아우르는 2단지. 이렇게 다섯 곳에서 마을축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가장 작은 생활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고,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축제, 그리고 마을 만들기 활동은 광명YMCA에서 최근 가장 주력하는 사업 중에 하나다. 시민단체의 지역사회 참여 활동의 한 전형이다. 회원들의 참여가 눈부시다.

"회원들과 함께하는 먹거리 운동, 선한 인간의 의지를 모은는 운동 생협"

   이런 회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그것은 이영이 총무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있어서이지만, 한편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회원 프로그램, 시스템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광명YMCA만의 방식, 노하우가 있다. 생활협동조합운동(이하 생협)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광명YMCA 생협은 단순히 직거래를 통해 생협 물품을 공급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생협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그에 준하는 회원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회원의 의무는 이렇다. 매주 등대모임이라 해서 회원들의 소모임을 해야 한다. 매주 모임을 한다. 한 달에 한권 생태나 환경 등 관련 분야의 서적을 읽고 주1회 토론을 한다. 도서선정은 별도의 선정위원회가 있다. 생협 생활재와 관련해서 학습도 하고, 토론도 한다. 한 주는 회원들 친목 활동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주는 회원의 자녀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렇게 매주 등대모임에 결합해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수가 250여명이다. 등대모임 수가 36개다. 이들이 마을만들기 등 유의미한 지역활동의 바탕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이와 별도로 생협물품은 주마다 마을단위로 공급이 된다. 물품을 받기위해 회원들은 특정장소에 모여서 물품을 받아 간다. 회원들끼리는 한번 더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된다. “생협운동은 사람들 안에 있는 선한의지를 구조화하는 활동이다.” 다소 추상적인 듯한데, 분명한 소신과 철학이 느껴진다. 범인의 눈에 쉽지 않은 일이라 느껴지는데, 진행이 되고 있다.

인생에 두 번의 터닝 포인트... 그리고 인생의 여정

   이쯤이면 ‘이영이 총무가 어떤 사람이 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하다. 어떻게 살아온 사람일까?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물었다. 삶에 큰 변화의 계기가 있었던 적이 언제인가. 누구나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영이 총무는 일관되게 소신껏 자기 길을 가는 사람 중에 한명이다.
   인천에서 살던 때이다. 중1. 그 이전까지는 정말 말이 없었다고 한다. 소위 내성적인 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심부름을 시켰다. 60여명 되는 반 아이들의 명단을 다 적어 오라는 것이었다. 그 일을 하기위해 어쩔 수 없이 반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다. 반 전체 아이들에게. 이것이 성격을 변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전환점. 대학에서의 동아리 활동.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사상을 공부하고 그 뜻을 살리는 활동을 하는 흥사단 아카데미.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동아리 모집 문구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다.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자가 있다.” 안창호선생의 말이다. 새내기로 대학생활에 회의가 들 때쯤이다.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그랬듯이 동아리에서는 시대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갖게 하는 사회과학 공부를 했다.
   대학 때의 활동이 기반이 되어 이후 인천지역에서 소위 노동운동을 했다. ‘84년부터 ’92년까지다. 동구권 몰락 후 시민운동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했다. ‘92년 대선을 맞이하여 공명선거실천협의회(공선협) 운동을 하면서, 73개 지방조직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93년도에는 부천YMCA에서 일하면서, 담배자판기추방 시민연대운동을 했다. 본격적인 지역운동의 시작이다.

 '94년부터 광명에서 활동 시작

   ‘94년도에 광명으로 이전해 광명YMCA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리고 줄 곳 광명에서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힘들었다. 10명중에 5명의 회원이 일년이면 이사를 했다.” 절반의 회원이 이사를 할 만큼 광명지역 특성은 이사율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을 뿌리로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있어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역을 지킬 수 있게 한 힘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한 명씩 의식이 변하고 지역사회에서 자기 몫을 다하는 회원들이 힘이 된 것이다.

   광명에 살면서 좋은 느낌은 가까운 거리에 오를 수 있는 녹지공간, 산이 있어 좋다고 한다.  산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영이 총무는 부부가 함께 시민운동을 하는 경우다. 남편은 YMCA 본부에서 일한다. 둘 사이에 아들이 한 명. 올해 7살이다. 이름이 산(山)이다. 부부가 산을 좋아하다 보니 붙인 이름이다. 산처럼 살기를 바라는 부부의 마음이 담겨있다. 부부는 같이 등산을 즐긴다. 학교 때부터 동기로 만나 쭉 연애하고,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같이 해왔다. 부부가 비슷한 영역을 같이 하다보니, 늘 비슷해 불만도 있긴 했지만, 지금은 취미나 활동 등 이해의 폭이 비슷해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랬동안 지역운동을 하는 해왔고, 현재는 광명시민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운영위원장으로서 지역 시민단체 활동이나 연대활동에 대해 평을 부탁했다.
   “단체별 연대와 협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우리지역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굳이 바라는 바가 있다면 회원조직을 강화하는 일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한다”라며 당부를 한다.

   1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가졌다. 아마 다른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을 내주었다. 이영이 총무 인터뷰는 힘이 있다. 지역사회가 보다 가치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인터뷰는 희망을 주고, 힘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이영이 총무와의 인터뷰는 지역 시민운동의 한 흐름, 역사를 읽고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리라 믿는다. 감사드린다.

                                                                    <2002. 9. 13.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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