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이 아닌 정으로 맺어진 '모자(母子)'의 20년 동행!
혈육이 아닌 정으로 맺어진 '모자(母子)'의 20년 동행!
  • 박승봉 기자
  • 승인 2010.12.21 0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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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5동 이종갑씨와 조옥래 어른신의 동행

광명5동을 걷다 보면 항상 웃으며 폐지를 모으고 있는 모자(母子)지간처럼 보이는 이종갑(50)씨와 조옥래(여72)씨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남다른 사연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이씨는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조씨는 리어카에 앉아 하루 종일 폐지를 모으면서 광명5동 일대를 돌아다닌다. 주위 새마을시장 사람들이나 가게 주인들은 이들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친어머니와 아들의 관계가 아닌 같은 빌라 1층 4층에 사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사연은 딱하다. 이씨는 젊었을 때 해병 특전사로 북한에서 작전을 하다 폭발사고로 2급 지체 장애를 얻은 국가유공자이다.

조씨는 13살 때 북한에서 피난을 내려와 남한에서 2남 1녀의 가정을 꾸렸으나,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다리 관절도 안 좋아 걷기도 힘들어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이씨가 수양아들 노릇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폐지를 줍고 있어 이들의 사연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들이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 2~3만원 정도를 버는데 이씨는 번 돈을 조씨 어르신에게 주고 있다. 조씨는 장애보조금과 국가유공자 보조금으로 충분하다며 쑥스러워 하는 이씨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광명5동의 한 주민은 “이씨와 조씨는 누가 봐도 친 모자 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둘 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조씨와 이씨의 아름다운 동행은 벌써 20여년. 이들의 사연은 메마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조씨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고 흩어져 사는 자녀들이 건강하고 사회에 모범이 되는 시민으로 잘 살길 바란다.”고 하셨다. 한사코 커피 한 잔 하고 가라는 주름진 미소가 눈가에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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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0-12-21 08:50:16
연말에 훈훈한 기사 감동적입니다. 두분처럼 열심히 따뜻하게 정을 나누며 사는 분들로 인해 세상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