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인간없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삼가 인간없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 승묵 스님
  • 승인 2011.01.18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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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승묵스님(광명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전염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하나입니다. 지금 하나의 전염병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벌써 200여 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이 살처분 당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죽여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간을 위해,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인간의 욕망을 위해 죽음을 기다리던 가축들이 졸지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형국입니다.

▲ 금강정사 승묵 스님

지난해 12월 22일 강원도 평창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하여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가축들은 감염 여부의 확인조차 없이 무차별로 살처분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무작정 살처분 하는 이유가 단지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라니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무분별한 대학살을 멈추십시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어느 때부턴가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뿌리 채 흔들리고 시대는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토건개발독재시대가 도래했다고도 하며, 인권도, 복지도, 남북관계도,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생명의 젖줄인 강을 가로 막아 무모하게 배를 띄우려고 하고, 더구나 자신의 신앙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강요하는 듯 하는 그 무례함에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다시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구제역이 발생한 까닭에 살처분된 가축들을 묻을 곳을 찾기가 어려운 지경이라고 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지하로 스며든 핏물이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고, 어떤 곳은 낮은 지역으로 핏물과 부패물들이 흘러 나옵니다. 구제역 방역과 백신 접종 작업에 나선 농민과 공무원의 사망과 부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살처분에 동원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향략적 소비와 무자비한 환경 파괴가, 반생명적인 식습관과 끝없는 욕망의 추구가 바로 이 사태의 원인입니다. 과학문명의 발달과 인간 중심의 세상살이는 모든 것들을 도구화 하고 수단화 했으며, 다른 생명있는 것들과 자연환경까지도 인간을 위해 이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자리매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 과보를 오늘 이렇게 구제역으로, 조류인플루엔자로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 세상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으로 무섭고 두렵기만 합니다.

삼가 구제역에 살처분 된 모든 가축들이 인간 없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모든 존재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존재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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