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종료, 아쉽다. ‘교과서 음악회’
6회 종료, 아쉽다. ‘교과서 음악회’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3.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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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심포니, 해설이 있는 교과서 음악회...현장 호응은 좋은데, 갈수록 횟수 줄어

'해설이 있는 교과서 음악회'는 열악한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공연이지만 알차고 수준 높은 공연으로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해설이 있는 교과서 음악회’(교과서 음악회) 현장을 찾았다. 10일 오전 11시 하안남초등학교 강당. 400여명의 이 학교 5,6학년 학생들이 강당 바닥에 앉았다. 공연장의 그럴듯한 ‘객석’에 비한다면, 강당 바닥은 맨 바닥이다. 공연을 하는 무대 역시도 맨 바닥과 수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변변한 강당의 시설이나 공연장이 없는 학교 현실에서, 그래도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일단 만족.

물론 공연이 빛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객석과 무대의 시설 즉 공연의 하드웨어는 뒤로하고 소프트웨어에만 주목했다.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것은 연주자들이다. 시설의 열악함을 감수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하는 주체들이다. 교과서 음악회는 시가 지원해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매년 진행해 오고 있는 사업이다.

이날 하안남초 공연은 올해 6회로 예정된 교과서 음악회의 마지막 방문학교 시간이었다. 광명심포니는 지난 2009년도에도 이 학교를 찾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학생들의 재잘거림은 발랄했고 때론 시끄러웠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됐다. 첫 연주로 ‘경기병의 서곡’이 웅장하게 연주되면서 분위기를 압도하자, 학생들은 공연에 집중했다.

첫 곡의 연주를 마치고 광명심포니 김승복 단장은 2년 전 방문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첫 곡에 대해서 소개했다. 두 번째 곡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통해 현악기 연주를 들려주었고, 세 번째 곡은 금관악기 연주를 메들리로 들려주었다. 현악기와 금관악기 연주의 차이점을 들려준 것이다.

이어 고장난 시계를 연상하게 하는 재밌는 음악이 연주되기도 했고, 뮤지컬 삽입곡이 연주와 함께 성악가 정승원씨의 소프라노로 등장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의 경쾌한 리듬이 등장하기도 했고, 영화음악의 메인 테마곡이 등장하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자 학생들은 앵콜을 외쳤고, 광명심포니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테마곡 ‘맘보’를 선물했다. 그리고 맘보를 선곡한 배경에 대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좋은 모델을 만든 남미 베네주엘라 ‘엘시스테마’의 주요 연주곡이었다고 소개했다.

맘보곡 연주가 끝나자 다시 앵콜이 이어졌고, 광명심포니는 다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메인 테마곡을 연주로 선물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 졌고,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호응했다. 한 시간 공연은 훌쩍 지나갔다. 학생들은 재밌었다는 표정들이다. 진행을 맡은 이 학교 교사는 “여러분들이 아무리 앵콜을 외쳐도 귀한 연주이므로...너무 아깝지만 내년을 기약하자.”며, “광명심포니, 파이팅”으로 답례의 박수를 보냈다.

교과서 음악회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줄어든 공연횟수로 요청하는 학교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김승복 단장(아래. 맨 오른쪽)이 곡 해설을 하고 있다.
김 단장은 노래가 끝나거나 혹은 시작하면서 해당 곡들에 대해 공연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짧은 안내를 해갔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곡들을 선정해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시간 연주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은 빨랐다. 좁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울려 퍼진 심포니의 연주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학생들은 잠시나마 공부에서 벗어나 음악의 숲으로, 연주의 숲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공부를 벗어난 휴식이었다. 멋진 공연장의 무대를 찾아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멋진 음악을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교과서 음악회의 매력이다. 교과서 음악회는 찾아가는 음악회다.

광명심포니는 학교 강당의 규모가 작더라도 45명의 전 단원이 교과서 음악회 연주에 참여하도록 진행하고 있다. 공연 여건에 개의치 않고 최대한 좋은 공연을 제공하겠다는 노력이다. 교과서 음악회는 일회적 연주, 그 자체이기 보다는 ‘음악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광명심포니는 지난해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활동해왔고, 올해부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 전문단체로서는 유일하다. 공연 지원금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전 단원이 연주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전 단원이 함께 하는 교과서 음악회가 가능한 것도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임성에 대해 단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에서 수준 있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것도 광명심포니가 광명지역에 거점을 둔 지역 전문 연주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9년도에는 24회, 2010년도에는 10회, 올해는 6회로 지원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광명심포니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지원 요청은 많은데, 여건은 뒷받침이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며 자구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광명심포니 단원들은 지난해 도덕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음악교육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함께 캠프를 진행했고, 함께 무대 공연을 했다. 지역에서 음악교육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보고 싶다는 김 단장의 포부가 이 안에는 담겨있다. 교과서음악회도 큰 틀에서는 학교를 매개로 한 음악교육의 한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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