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전통재래시장’이다.
결론은 ‘전통재래시장’이다.
  • 강찬호 기자
  • 승인 2011.03.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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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재래시장 탐방(1)-야채코너 구로상회, 서산상회를 찾아.

봄이 왔다. 봄소식을 어디에서 찾을까. 길어진 겨울과 길어진 여름. 짧아진 봄과 가을. 기후변화의 탓일까. 봄이 와도 벌써 왔을 것인데, 봄을 찾는 것이 괜히 호들갑을 떠는 것인지도. 그래도 찾아 나섰다. 광명재래시장으로. 광명재래시장상점가 안경애 조합장은 재래시장 탐방 첫 코너로 이재석(47)·공경순씨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야채코너 구로상회와 서산상회를 추천했다. 재래시장의 소위 목 좋은 코너는 살짝 비켜 있지만, 소방선도 잘 지키고 물청소도 잘하며, 무엇보다도 두 부부가 너무 열심히 일한다며 추천의 변을 더했다. 그리고 봄소식은 봄나물, 야채에서부터 오는 것 아니겠냐며.

이재석씨. 안경애 조합장. 공경순씨. 이씨와 공씨는 동갑내기 뱀띠부부. 함께 야채장사를 시작했다는 부부는 죽이 척척 맞는다. 일은 힘들지만, 고생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곳이 재래시장이란다.

이재석씨는 이르면 새벽 4시경, 늦어도 6,7시경에는 강서시장으로 물건을 받기 위해 새벽 장으로 나간다. 물건을 받아와 아침 8시 반이나 9시경에 문을 연다. 이씨는 야채장사만 20년 경력이다. 광명시에서 14년째 야채장사를 하고 있고, 이전에는 시장 밖에서 했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와 여건이 안정됐다. 이씨 부부는 결혼 22년째로 15년째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마주보며 일하고 있다. 뱀띠 동갑내기 부부로 처음부터 함께 힘든 시장 일을 하면서도 금술 좋게 지낸다. 이씨는 부부가 사이가 좋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져 주는 것이라며 비결이란다. 반면 공씨는 뱀띠 부부라서 어려운 일 있을 때 서로 꽈리를 꼰다며, 서로 의지가 된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재래시장은 어떤 곳일까. “광명재래시장, 싸기는 엄청 싼 곳이다. 결론은 전통시장이다. 없는 서민 일어서기 좋은 곳이고, 도매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곳이다. 물가 비싸다고 해도 광명시장은 괜찮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 야채코너의 대부분 가격대는 1,2천원대이다. 1만원이면 한 보따리로 식탁이 풍성해진다. 45가지 정도 다양한 야채를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다. 서씨 부부가 쉬는 것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힘은 들지만 열심히 하는 것 만큼 대가는 오니까. 자주 못 쉬니까, 그것이 힘들다. 쉴 때는 잠만 잔다.”

안경애 조합장은 이들 부부가 참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공씨는 오고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우렁차게 외친다. “대한민국 1등입니다.” 그래서 죽이 맛나. 야채 조리 방법은 아저씨인 이씨의 몫이다. 역할이 바뀐 것인가. “젊은 사람들은 톳을 어떻게 손질하는 지, 조리 방법을 모르니까. 김치도 제가 담근다.”라는 이씨의 말에, 공씨는 “남편이 국수도 잘 삶는다.”며, 거든다. 곰피도 이씨가 직접 손질하면서 천원에 한 단씩 묶는다. 그 양이 엄청나다. 한 단 사면 온 가족이 2번 정도는 먹을 분량이란다.

싼 가격 때문인지, 즐겁게 장사를 하는 서씨 부부의 에너지 때문인지, 오고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박리다매. 재래시장의 힘을 느끼겠다. 하안동에서 온 올해 팔순이 되어간다는 한 어르신은 가끔 재래시장을 찾는다며 아욱도 구입하고 이것저것 야채를 훑는다. 배낭을 메고 와서 짊어지고 가야하는데 빈손으로 왔다며, ‘노인네가 사면 얼마나 사겠나’ 한다. 그러면서도 2만원어치 정도 장을 봐가겠다고 말한다. 재래시장은 그 자체로 구경거리이고, 서민들 밥상의 위안처이다. 그곳에 가면 왠지 열심히 사는 이들을 만날 것 같고, 또 바깥세상에서 지친 하루를 잠시 은닉하는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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